[TF기획-문화계 BL①] 박 前 대통령 탄핵 후 블랙리스트 향방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구속기소된 가운데, 김 전 실장 측은 부인을 했으며 조 전 장관 측은 혐의를 인정했다. /배정한(김기춘), 이새롬(조윤선)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구속기소된 가운데, 김 전 실장 측은 부인을 했으며 조 전 장관 측은 혐의를 인정했다. /배정한(김기춘), 이새롬(조윤선) 기자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10일 오전 11시, 전 세계가 주목한 박근혜 전(前)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됐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박 전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탄핵 소추 쟁점 4가지에 대해 설명하며 '파면'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016헌나1 대통령(박근혜) 탄핵사건' 결정문에서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해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 세계일보 사장 해임 등 언론의 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 피청구인의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등을 탄핵 소추 쟁점으로 꼽았다.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소추 사유로, 문화계 블랙리스트(Black List·BL)를 '대통령 권한 남용'에 넣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김기춘 전(前)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재판중이며, 이로 인한 탄핵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만큼 이제는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란 문화예술계 인물 중 9743명을 추려, 이들과 이들이 속한 단체에 지원을 줄이거나 끊어 피해를 입힌 사건을 뜻한다. 대부분 진보 성향의 문화·연예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많았다.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을 한 594인,'세월호 시국 선언' 754인,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6517인, '박원순 후보지지 선언' 1608인이 포함됐다.

<더팩트>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쟁점과 재판과정에서 나온 입장차이,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의 타당성 여부 등을 따져봤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거나, 세월호 시국 선언,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박원순 후보지지 선언을 한 문화예술계인 9743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거나, 세월호 시국 선언,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박원순 후보지지 선언을 한 문화예술계인 9743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 블랙리스트=대통령 문화·예술 정책?

김 전 실장 측은 고(故) 김대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좌편향 단체와 인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편향된 바 있어 이를 군형 있게 바로잡으려는 정책의 취지였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문화·예술 정책인 만큼 범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파면된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인 김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장학금 지급 기준과 같은 것"이라며 "장학금 수혜 기준을 성적우수자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로 바꾸는 것이 문제되지 않듯 보조금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한 걸 권리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 조윤선 전 장관·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혐의 인정'

"지원배제 조치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는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 황병헌)의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작성에 관여했다고 털어놨다.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달 30일 재판에 넘겨진 신동철(구속)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역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지금까지 혐의를 부인해던 신 전 비서관 측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 정권반대 운동 등에 참여한 개인과 단체를 정부지원에서 배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비서관은 두 달 뒤 정무비서관이 됐으며 조 전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정무수석으로 근무했다.

영화인 1052인은 지난달 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부역자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서병수 부산시장 사퇴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선언을 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제공
영화인 1052인은 지난달 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부역자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서병수 부산시장 사퇴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선언을 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제공

◆ 블랙리스트 문제 조직 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출판문화산업진흥원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모두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적폐 해소와 함께 문제가 된 정부 기구에 대한 혁신을 통한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문체부는 지난 9일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 예산편성과 심의절차, 기관 운영, 예술가 권익 보장,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앞서 언급한 3개 기구에 대해 심의 전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설립 취지인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예술가의 권리를 위한 '예술가 권익 보장을 위한 법률'(가칭)도 제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임기 만료된 영진위원들의 인선과 올해와 내년 예정된 구체적인 사업의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가칭) 측 고위 관계자는 <더팩트>에 "먼저 김세훈 위원장이 사퇴부터 해야한다"면서 "그리고 지난해 말과 오는 3월 말 임기 만료 예정인 영진위원들의 인선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와 동시에 블랙리스트로 잘못된 방향으로 집행된 사업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사업들도 그렇고 내년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영진위는 내부로부터 성토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영진위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법과 규정, 조직과 체계를 무시하는 밀실행정을 규탄한다'면서 김세훈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현재 김세훈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가 임기다. 비상임위원 중 김종국 부위원장과 박재우 위원은 지난해 말로 임기가 끝났다. 또 이보희 김영대 위원은 3월 1일까지였다. 그에 따른 인선을 언급한 것인데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또 김세훈 위원장과 영화인들의 만남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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