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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씨네리뷰] '82년생 김지영'에 투영된 우리의 모습
영화 '82년생 김지영'에는 배우 정유미, 공유 등이 출연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82년생 김지영'에는 배우 정유미, 공유 등이 출연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82년생 김지영' 10월 23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나의 존재가치에 의문이 들 때. 나의 고충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누군가 나의 일을 하찮게 여길 때. 그 때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허함과 허탈감에 휩싸이고 자괴감도 든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1982년도에 태어난 김지영이란 인물에 빗대어 우리의 모습을 그려냈다.

"팔자 좋다. 유모차 끌고 나와서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커피나 마시고."

한 직장인이 김지영(정유미 분)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상심한 김지영은 발끈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뜬다.

영화내내 김지영의 두 손은 쉴새없이 움직인다. 아이를 보고, 밥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갠다. 명절이 되니 시댁이 있는 부산에도 가야한다. 남편 대현(공유 분)은 자신을 생각해 서울에 있자고 하지만, 시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부산으로 향한다. 시댁에서도 끊임없는 일의 연속이다.

정유미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평범한 30대 주부 김지영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유미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평범한 30대 주부 김지영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보수적인 사회집단에서 생활 한 김지영은 누군가가 시키는대로 하고 살아왔다.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는 커녕 자신에게 내려진 결과에 수긍하며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 분명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경력은 단절됐다. 생활반경은 집과 근처 마트, 공원이 전부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찬란했던 김지영의 모습은 없는 것만 같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아이를 둔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아들 구구단 알려주려고 서울대 공대 들어갔나봐" "난 동화책 읽어주려고 연기전공했지"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몰라" 등 우스갯소리를 한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정유미는 극중 육아와 가정일에 시달리는 김지영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유미는 극중 육아와 가정일에 시달리는 김지영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82년생 김지영'은 경력이 단절된 30대 여성의 고충을 그렸지만, 남녀 경계를 떠나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있다. '헬조선'이라는 사회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웃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갑과 을로 철저히 분리돼 용기있는 한마디 하기도 어렵다. 아기 엄마라서가 아니라 점점 각박해져가는 현실과 환경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원작과 달리 남녀노소의 경계를 거두고, 사회와 성장배경, 관습 등 인물이 아닌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한정적인 인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공유는 힘들어하는 김지영을 위해 노력하는 남편 대현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유는 힘들어하는 김지영을 위해 노력하는 남편 대현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참고로 영화는 젠더 문제에 대한 분쟁을 거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아기 엄마를 '맘충'으로 표현하는 직장인 무리에 여성을 넣는다든지, 원작에선 무능력한 남편 대현을, 아내의 고충을 잘 헤아리는 남편으로 등장시킨다든지. 갈등을 일으킬만한 요소들은 최대한 자제하고 주변 환경에 집중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희망을 이야기하며 온기를 공유한다. 차가운 현실을 담백하게 그려낸 원작 책과 분위기가 다르다. 앞서 원작 책은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책이라며 비난을 받은 탓에 영화 역시 제작단계부터 악플과 평점테러에 시달렸다. 하지만 영화를 연출한 김도영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됨으로서 성장해가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방향에 맞춰 수정했다"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18분이며 12세 이상 관람가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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