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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의 투머치 리뷰] 아이오페 랩, '타고남'에 대한 잡상
기사작성: 2020-11-26 18:35:10

<김주리의 투머치 리뷰>는 IT·유통·뷰티를 기반으로 한 체험기입니다.
어디로든 가고, 무엇이든 합니다.
일상 속 소소한 궁금증부터, 살까 말까 고민되는 신제품 체험까지. 모든 경험을 공유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라고 생각될 다소 과도한 체험과 연구. 함께 해요. 췌킷아웃.

명동 아이오페 랩 매장(촬영=김주리 기자)

“평소 숙취 많이 없으시죠?”

“아뇨, 심한 편이에요”

“숙취가 있을 유전자가 아닌데…도대체 얼마나 드시는 거예요”

“…”

DNA테스트를 받았다.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결과는 ‘알코올 분해능력 좋음’, ‘금연 성공률 낮음’, ‘심폐 지구력 약함’. 타고난 음주가무형 인간이랄까? 긍정적인 결과도 물론 있었다.
피부의 노화나 염증에 강하고 수분 부족으로 인한 튼 살과 각질 걱정이 없을 DNA라고 한다.
연구원의 말을 빌리자면 “우수한 피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유전자”, 즉 타고난 좋은 피부라는 말이다.
함께 진행한 정밀검사 결과와 합했을 때는 피부 점수가 최소 상위 20%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어쩌나. 과학이 가리키는 사실과는 달리 기자는 숙취도 심하고 튼살도 심심치 않게 생기는 편이다.
유전자 검사 없이 진행했던 진단에서는 탄력이 부족하다는 소견까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타고난’, ‘천성적인’이라는 말, 어디까지 실재하는 걸까? 우선 검사를 진행한 아이오페 랩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

명동 아이오페 랩 매장(촬영=김주리 기자)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아이오페 랩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코스메틱 스토어지만 이름처럼 ‘Lab’, 연구소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
매장에는 연구원 복장의 직원들이 층마다 상주하고 있으며 정밀상담은 박사 학위를 보유한 전문연구가에 의해 진행된다.
단순히 피부의 겉면을 살펴보고 평가하는 피상적인 진단 또는 측정을 넘어 내 피부의 본질인 체내 유전자까지 분석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피부 상태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기자는 DNA테스트 이전과 이후, 총 두 번 방문했다.


(촬영=김주리 기자)

아이오페 랩에는 정밀진단을 받기 전 미리 화장을 지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피부의 원초적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화장을 지운 후에는 토너, 스킨, 로션 모두 사용 금지다.
기자처럼 유분이 부족한 피부일 경우 극한의 건조함을 견디며 45분간 검사와 상담을 진행해야 하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도록 하자.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쿠키 멘탈'의 김기자(촬영=김주리 기자)

피부 상태에 대해 스스로가 인식하는 고민을 설문 형태로 작성한다.
추가로 스트레스의 정도와 수면의 질, 흡연, 음주 여부 등을 작성하면 본격적인 카운셀링을 위해 피부 측정기기 ‘마크뷰’를 통해 얼굴의 전면과 측면을 촬영한다.
얼굴의 색소침착, 모공의 상태를 4가지 종류의 빛 일반광, 자외선광, 편광, 광택광을 통해 확인한다.


기자가 피부 측정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김주리 기자)

4가지 빛을 통해 피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촬영=김주리 기자)

피부의 유·수분 상태를 측정하는 '안테라'(사진=김주리 기자)

일반광에서는 보이지 않던 기미와 잡티, 주름이 다양한 광을 비추자 전부 드러난다.
보이는 것 또는 체감하는 것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태와 상당 부분 달랐다.
기자의 경우 오후 무렵부터 번들거리는 피부와 눈 밑이 검게 나타나는 다크서클을 고민했으나 실제로는 유분기가 거의 없어 되려 그 부분이 문제인 피부였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기름진 피부'를 기피하지만 적당한 양의 유분(=기름)은 피부의 노화 방지와 탄력 유지에 도움을 주는 필수요소라고 한다.
다크서클 또한 예상과 달리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자주 인상을 쓰거나 눈을 흐리게 뜨는 습관 때문에 눈 주위에 형성된 잔주름이었다.


정밀검사를 통해 받은 결과지(촬영=김주리 기자)

피부측정을 마치면 자리를 이동해 DNA테스트 결과와 현장에서 받은 검사를 복합적으로 분석해 심층적인 상담을 받는 시간을 가진다.
특히 타고난 유전자와 현재 상태를 대조해보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피부' 트러블에 대해서도 점쳐본다.
DNA테스트는 약 2주 전 인터넷으로 검사를 신청한 뒤 수령받은 유전자 키트를 통해 미리 연구소로 보내졌다.


지금의 나와 태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다.


약 2주전 집으로 도착했던 유전자 검사 키트. 입 안쪽을 긁어 DNA를 채취한다(촬영=김주리 기자)

초반에 언급했던 '타고난 좋은 피부', 맞긴 맞나 보다.
수년째 이어온 음주와 흡연, 예민한 성격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어쩌지 못해 밤잠을 설친 날들과 인스턴트식 식습관을 생각하면 세럼 하나만 바르고 끝내는 전무한 피부관리에도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유전자의 덕이겠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고 어림짐작은 했었지만, 이 또한 유전자가 그렇다고 한다.
비만을 분해하는 능력과 식욕을 억제하는 능력이 좋은 유형의 유전자란다.


하지만 그래서 외형과 피부에 좋은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이대로 해피엔딩일까? 답은 '아니다'.

체험이 끝나면 맞춤형 세럼을 고를 수 있다.
응고 형태와 질감까지 선택이 가능하다(촬영=김주리 기자)

몇 년간의 해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몸과 피부에는 큰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전 언급한 비만과 피부다.
처음 1, 2년은 살아왔던 대로 큰 변화 없이 많은 것들이 유지됐지만 완전히 다른 환경을 만난 신체는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지방을 분해에 용하다는 유전자는 제 역할을 못했는지 체중이 10kg 이상 증가했고 눈가에 주근깨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5개가 넘는 스킨케어를 사용했으며 평생 안 하던 마스크팩을 해도 피부는 이전 피부로 돌아가질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야 이같은 트러블들이 사라졌다.


아이오페 랩 연구원은 이에 대해 "유전자는 말 그대로 유전자일 뿐, 일생동안 발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제아무리 본래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이렇고 저렇다 한들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도 다수라는 것이다.
해외 체류 기간 겪었던 변화에 대해서는 "환경이 바뀐다는 건 온도, 습도, 섭취하는 음식 성분과 비타민 등 모든 것이 바뀐다는 걸 의미한다.
내재한 유전자의 위험인자는 더 활성화되거나 아예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타고남'은 잘 나고 못난 것 없이 '기본'일 뿐, 모든 건 환경과 개인의 선택과 관리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아이오페 랩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3D 마스크. 진단 결과와 분석을 바탕으로 제작된다(촬영=김주리 기자)

피부, 체형, 지능, 능력. 흔히 '선천적인 부분은 따라갈 수 없다'고들 말한다.
물론 피부와 건강을 토대로 분석된 유전자의 발현성이 성격의 특성과 성향, 재능과 연관된 유전자까지 대변한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한 '팩트'라고 불리는 것들의 영향 혹은 무력함을 분석하고 설명을 듣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원형 그대로의 성질, 과거의 습관, 현재의 상태를 토대로 예상하는 미래는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다.
그리고 그 예측 또한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변수들로 얼마든지 바뀔 것이다.
그 변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선택하고, 실행할 뿐이다.
이날 수령받은 맞춤형 마스크팩과 세럼은 전에 써본 어떤 제품들보다 피부에 맞았다.
실제로 DNA테스트 이전의 방문과 이후 방문 사이, 고작 한 달여의 시간 동안 피부 정밀 진단 결과는 금세 바뀌었다.
유전자가 어떻든, 선택의 중요성이 되겠다.


[ 블로터 | 김주리 rainbow@bloter.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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