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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눈에 띄는 '기립 표결', 꼭 있어야 할까?
기사작성: 2020-08-02 00:06:04
21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기립표결'이라는 흔치 않은 모습이 수차례 보였다. 그동안 여야가 소위원회와 원내지도부 간 합의해 안건을 상정해오던 것과 달리 여당의 단독 강행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7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임대차보호법 대안을 의사일정으로 추가할지 여부를 '기립표결'로 부치자 민주당, 열린민주당 소속 위원들 뿐만 아니라 반발하는 야당의원들도 일어나며 장내가 소란스러운 모습. /이새롬 기자
21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기립표결'이라는 흔치 않은 모습이 수차례 보였다. 그동안 여야가 소위원회와 원내지도부 간 합의해 안건을 상정해오던 것과 달리 여당의 단독 강행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7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임대차보호법 대안을 의사일정으로 추가할지 여부를 '기립표결'로 부치자 민주당, 열린민주당 소속 위원들 뿐만 아니라 반발하는 야당의원들도 일어나며 장내가 소란스러운 모습. /이새롬 기자

'국회법 112조 1항' 1991년부터…이종성 "기립 외 의사표시 방법 고민할 때"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어제 그제 상임위 진행하는 걸 보니 기립표결을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지금 국민 의례도 기립을 강요하지 말자는 문화를 보급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꼭 기립이라는 표결 방법을 고집해야 할지 간사진에서 논의해 대안을 만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종성 미래통합당 의원)"

"그렇네요. 국회법을 개정할 때 그런 부분을(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손을 들어서 표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정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여당이 180석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전 국회에선 잘 보지 못했던 '기립 표결' 방식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선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의원들을 배려하지 못한다는 점, 대체할 의사 표시 방안이 있다는 점을 들며 해묵은 '기립표결' 방식을 바꿔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운영위원회는 물론 본회의 전 마지막 문턱인 법제사법위원회까지 각 상임위에서 단독 법안 상정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세법, 임대차법,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후속법안 등이 통과됐다. 여당은 20대 국회 때까지 통상적으로 해온 소위원회 구성도 하지 않고,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꼼꼼히 살펴보는 축조 심사와, 정부 재정 부담이 발생하는 법안의 경우 해야 하는 비용 추계 절차도 생략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립 표결' 방식으로 각 안건을 올렸다. '기립 표결'은 국회법에 규정된 방식이다. 전자 투표기기의 고장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기립 표결로 가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에 '기립 표결' 방식을 규정한 것은 1991년 5월 개정된 이후부터다.

하지만 지금껏 상임위에서 '기립 표결'로 안건이 상정된 경우는 드물다. 상임위는 관행상 여야 간사가 합의하거나 소위원회 등을 거쳐 절충안을 만들어 상정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의 없습니까'라고 묻는 이의 투표로 대신하며 넘어갔기 때문이다. 즉, 이번 각 상임위에서 택한 '기립 표결' 방식은 여야 합의 없는 여당의 단독 법안 상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기립 표결 방식이 쓰이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이날 복지위는 감염병 의심자를 다른 시설로 옮길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은 '감염병예방법'을 여야 합의로 거쳐 의결했다. 타 상임위가 여야 간 '의사 일정 진행'을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갈 때 복지위는 코로나19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해 합의한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여야 합의가 안 됐을 경우 기립 표결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고 했다. 복지위에는 신체가 불편한 최혜영(민주당), 이종성(통합당) 의원이 소속돼 있다.

이종성(오른쪽) 통합당 의원은 국회법상 규정된 '기립 표결'을 바꿀 때라고 말하며
이종성(오른쪽) 통합당 의원은 국회법상 규정된 '기립 표결'을 바꿀 때라고 말하며 "확실히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거라면 다양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하는 이 의원. /배정한 기자

장애인 국회의원 배려 차원뿐만이 아니다. '거수 표결' 등 다른 방식이 있는데도 찬반 의사 표시가 불명확한 '기립 표결'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각 상임위에서도 '기립 표결'이 무의미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위원장이 '기립 표결'을 진행하며 "찬성하는 의원분들 일어나 달라"라고 말했는데 이에 거세게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들과 같이 일어나자 여당 의원들이 "지금 찬성하시는 건가요"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찬성 아니다. 퇴장하러 일어났다"고 해명하며 여야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 현장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여당이 여야 합의를 생략한 채 '기립 표결' 방식을 택한 데 대해 민주당 한 의원은 "야당의 회의 진행 방해를 원천 차단하려는 원내지도부의 전략이 아니었을까"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더팩트>통화에서 "원내단에서 각 상임위 안건 상정 때 '기립 표결' 방식으로 하자는 의견을 따로 모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체 장애가 있는 이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법에는 전통적인 관념으로 기립만 표결 방식으로 규정해놓았는데 이 부분을 우리가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거수표결을 하게 되면 손을 들었는지 여부가 불명확해서 기립으로 한다고 하는데 일어서기 힘든 이도 있고, 문화도 장애인을 배려하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 꼭 기립만 강요할 필요는 없다"라며 "확실히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양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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