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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동아시아] ②일본제철, 현금화 위기에 "즉시항고 예정"...한일 긴장감 최고조
기사작성: 2020-08-04 16:28:33
강제징용 가해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한국 법원의 압류 명령 효력이 4일 0시부로 발생, 한·일 관계가 또다시 수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았지만, 일본은 2차 보복 등 전면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가 현금화 이슈로 시끄러운 가운데 이달 위안부 기림의 날(14일)부터 광복절(15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시한 만료 등이 잇달아 이어져 우려를 더한다.
한·일이 이달 한 달 내내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고된 셈이다.
 

3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일본제철(日本製鐵, 닛폰세이테쓰) 본사 앞에 설치된 안내판 근처에서 행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은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제철 "항고 예정"...'시간 끌기' 의도

강제동원 배상 소송 피고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은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 결정과 관련해 "즉시 항고를 예정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7일 후인 11일 0시까지 일본제철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주식압류명령이 확정되지만,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는 얘기다.
압류 대상 자산은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사인 피엔알(PNR) 주식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기준 4억537만5000원)다.
앞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난 6월 1일 일본제철에 자산 압류 서류 등을 공시송달, 현금화 사전 절차에 착수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올린 뒤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여기는 제도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0월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들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을 불이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구지법의 공시송달 조치 기한은 이날 0시를 기준으로 만료됐다.
이로써 법원이 국내 사법 절차만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한 자산을 처분하는 현금화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될 예정이었지만, 일본제철의 항고 의사로 법원은 재차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제철이 항고를 결정한 데 대해 압류 명령 확정을 피하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항고 예고로 시간을 좀 더 벌겠다는 의도"라면서 "한국 법원이 판결을 뒤엎을 가능성은 없지만 일단 본인들의 주장은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측이 한·일 갈등을 지속해서 쟁점화시켜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매각 명령이 실제로 내려지기까지 시간을 늦추는 효과가 있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일본제철의 항고가 이미 예고된 절차였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소식통은 "앞서 일본 측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며 "이 같은 입장은 변함이 없고, 이에 따라 항고 역시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日 "온갖 선택지로 대응"...韓 "성의 있는 호응 기대

일본제철 항고로 한·일 갈등을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할 시간을 벌었다는 낙관도 나오지만,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국 입장 차가 뚜렷해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이 더욱 지배적이다.
양 교수는 "접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양국 입장 차가 크다"며 "일본제철이 즉각 항고를 결정한 것은 일본 정부가 배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제철 항고가 기각되고 국내 절차만으로 현금화 절차 착수가 가능해지면 일본이 그간 예고해온 2차 대한(對韓) 보복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에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이 강제 매각될 가능성에 대해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 보호 관점에서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에도 스가 장관은 현지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는 (현금화에 대비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이 강제 매각되는 상황에 대해 "그렇게 되는 경우 적당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지를 포함해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정부의 보복 조치로 △비자 발급 요건 강화 △주한 일본대사 일시 소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한국으로의 송금 규제 △금융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등을 예상한다.
심지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매각 명령이 내려지기도 전에 '한국 때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구체적인 조치가 나왔을 때 실제 대응이 될 것"이라며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방향을 검토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면서 "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임과 일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혜인·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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