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하루에 열번도 더 바이크포럼에 오고있는 쿠키맨입니다
삼십대 중후반에 백일 다가오는 딸이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현장근무가 많아서 장거리 차 운전이 많았는데, 올해부터 집가까이 본사 근무를 하게되어서 스쿠터를 알아볼려고 바이크포럼에 자주 오고 있네요.
대학시절에 통학겸 아르바이트 다닐려고 스쿠터를 타기 시작했는데, 그때만해도 버스 지하철 자전거 밖엔 몰랐습니다.
7-8km정도 되는 거리를 노선이 꼬여서 40분정도 버스를 갈아타고 다니다가 차라리 자전거를 타자는 생각이 들어서 헥헥거리며 자전거를 타고다니다가 페달을 누가 대신 좀 밟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텍트와 수퍼캡 중 어떤게 더 좋아요? 부터 시작했었죠.
그렇게 0.5마력인가? 더 높다던 20만원짜리 수퍼캡이 제 첫번째 스쿠터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퇴계로에서 샀어요.ㅎㅎㅎ
외대앞역 지상철 건널목을 덜컹거리면서 지나댕기다가 마후라가 깨져서 지하철 소리보다 니 뽈뽈이가 더 시끄럽다는 동네주민들의 핀잔을 들어가며 정신없이 타고 다녔네요.
학원강의 알바를 했었는데 열심히 알바비를 모아서 수퍼캡을 말끔히 고쳐 이십만원에 팔아먹고, 막 첫출시되었던 미오50 한달된 중고를 110만원에 사게됩니다. 미오로 바꾸고 나니 승차감이 정말 좋더군요. 엔진소리도 보들보들하고 시끄럽다고 뭐라하던 동네주민들도 이젠 제가 지나가는줄도 몰랐어요.
그러다가 의정부쪽에서 강의알바가 하나 더 들어오는 바람에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했죠. 근데 문제는 시험기간이었습니다. 집이 멀어서 퇴근할때는 원장님이 태워주셨는데, 제가 일찍 끝나도 학원 문닫을때까지 기다려야했어요. 빨리 가서 공부를 하던지 잠이라도 자던지 해야겠는데 집에 갈 방법은 없고, 그래서 집에 있던 50cc 미오를 타고 의정부까지 갈 무모한짓을 시도하게 됩니다.
일단 1호선역을 따라서 의정부로 가자! 그럼 길잃을 염려는 없겠지...도봉산역에서 10분정도 엔진을 식히면 될거야! 그럼 난 오늘 마치고 일찍 올수 있을거야!
결과는...sym 참 스쿠터 잘 만듭니다. 역시 대만제도 일제 못지 않아요. 잘 달려주었습니다 저의 미오는...
180에 80킬로 거구를 매달고도 시속 50km로 꾸준하게...
문제는 서울을 벗어날때쯤이었습니다.
어쩐지 지하철탈때 끄트머리쯤엔 역과 역 사이가 좀 먼거 같더라니... 안간지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안납니다만, 서울과 의정부는 마치 같은 서울인양 딱달라붙어있는줄 알았는데,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같은걸로 연결되어있었습니다.
저들 사이를 저의 귀여운 미오로 비집고 들어가는건 미친짓이었습니다. 한참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자동차전용도로라더군요.
어찌어찌해서 갓길로 접어든다음에 비상등도 없이 좌우 깜박이를 미친듯이 왔다갔다 하면서, 그동안 50km로 정속주행하며 아껴두었던 미오를 오르막55km최대출력으로 질주했습니다.
그리하여 무사히 학원에 도착하고나니 벌써부터 집에 갈일이 두려워졌습니다. 강의하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냥 의정부역까지만 왔다갔다하는 용도로 탈까?
아니야 의정부역에 나의 귀여운 미오를 세워뒀다간 누가 훔쳐가고말거야.
결국 그날밤 그냥 기다렸다가 원장님차 타고 오는거보다 더 늦게 집에 왔고, 그다음날 전 결시를 할뻔 했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누가 대신 좀 밟아줬으면 하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이번엔 누가 대신 "더 쎄게" 좀 밟아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미오를 시트지로 이쁘게 꾸미게 됩니다. 그당시에는 스쿠터 드레스업이 유행이었어요.
그래서 한껏 이쁘게 아기자기하게 꾸민 미오를 실컷 잘 타고 다시 110만원에 팔아먹게됩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역시 스쿠터는 시즌만 잘 만나면 손해를 보진 않는거 같아요. 마침 미오가 인기가 정점에 올랐고 검정 미오는 품절되다시피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인지 샀던가격에 되팔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곧장 한창 인기몰이를 했던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더 쎄게" 밟아줄 쥬드 125cc를 겁도 없이 박스를 까게 됩니다.
역시 배기량이 깡패라고 지금 생각하면 미친 자살 범법행위인 , 자동차전용도로를 최고속 110km 중국산 쥬드로 신나게 달리게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잘타고 다니다가 어학연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투부즈인가? 쥬드랑 똑같이 생긴 더 성능 좋다는 애한테 밀려서, 그리고 저품질이라는게 조금씩 드러날 무렵이라 헐값에 팔아넘기고 저의 바이크생활은 끝이 나는듯했으나....
나중에 커피샵을 차리게되면서 가게 디스플레이용 및 장보기용으로 야마하 복스를 한대 구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길게 쓰고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그것도 휴대폰으로 버벅거리면서요...
스쿠터 한대 살려는 마음에 바이크포럼에 와서 정보도 많이 얻고 오랜만에 기분이 들뜬거같아서 감사하다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너무 말이 길어졌네요.
여러분들도 비슷하시겠지만 나이가 들고 애가 생기고 직장일에 치이다보니, 그리고 업무상 차량 운행만 잦고 생활에 활력이 없다가, 다가올 봄에 스쿠터를 한대 장만해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출근을 할것을 상상하니, 왠지 삶에 활력소가 생길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차피 재미없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고, 자유시간 개인시간이라고는 하루에 몇분도 찾기 힘든 직장인에 아기 아빠지만, 출퇴근길만큼이라도 레저를 즐기고 싶어요.
그런의미에서 아직 비용에 쪼달려서 생각지도 못한 스쿠터를 사게될지, 아예 스쿠터를 못사게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바이크포럼에 와서 글을 읽고 쓰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아직 뭘사야할진 모르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최소한 혼자서는 자빠지진 말아야하지 않나싶습니다.
그래서 abs달려나온다는 nmax나 세바퀴 트리시티 생각중이라는 글을 올렸구요.
기저귀값 분유값을 생각하니 그냥 저렴한걸로 기분이나 낼까싶기도 합니다. 어디서봤더라 "스쿠터를 안탄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탄사람은 없다"는 말이 정말 와닿네요.
정말 스쿠터를 다시 타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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