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오는 일요일의 밤입니다.
오늘은 임진왜란 때 용병이 있었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왕조실록을 찾아보면 선조 31년(1598) 5월 26일조에 이런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선조가 참전한 명나라 군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명나라 장수 팽유격의 처소를 방문해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팽유격은 명나라 군대에 얼굴 모습이 다른 신병(神兵)이 있다면서 소개를 해주는데요
"호광의 극남에 있는 파랑국 사람입니다. 바다 셋을 건너야 호광에 이르는 조선과의 거리는 15만여 리나 됩니다. 그사람은 조총을 잘 쏘고 여러 가지 무예를 지녔사옵니다." -일명은 해귀(海鬼)이다.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털처럼 짧게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누런 비단을 반도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바다 밑에 잠수하여 적선을 공격할 수가 있고, 또 수일 동안 물속에 있으면서 수족을 잡아먹을 줄 안다. (이러한 모습을) 중원사람도 보기가 쉽지 않다.
검은피부와 곱슬머리를 통해 흑인임을 쉽게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우리와 확연히 인종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임진왜란에?
여기서 파랑국은 포르투갈의 음차입니다. 포르투갈 신부인 루이스 프로이스가 쓴 일본사에 보면 임진왜란 당시 포르투갈 병사가 명나라 용병으로 참전하여 잠수병으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6세기 대항해시대인 이때 포르투갈은 아프리카-인도-동남아-중국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교역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선 마카오를 중심으로 교역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왜란이 일어난 시점에 명나라 수군은 포르투갈에 교역의 대가로 병력 파견을 요청하였고 이렇게 해서 포르투갈에선 해귀를 파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록에 있는 해귀는 포르투갈 출신이기 보다는 포르투갈의 교역로에 놓여있던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일 것이라는 설이 현재 유력합니다.
포르투갈이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 용병이 임진왜란에 참여했다는 흥미로운 사실! 하지만 아쉽게도 용병들의 활약 기사는 거의 없어 활약상을 추론할 순 없네요.
동아시아의 역사적 상황을 뒤바꾼 임진왜란에 이러한 흥미스런 내용도 있답니다. | |
|
등록안내
0
0
닉이뭐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