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 제목의 연의라는 표현은 소설의 형식이라기 보단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보시면 됩니다. 

설화를 비롯하여 일부 사견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실제 역사적 진실은 이와 다를수 있습니다. 

연재글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보시려면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baekjelove1 이곳에 오셔서 '백제사랑 역사이야기' 카테고리로 가시면 쉽게 보실수 있습니다. 기존에 연재하면 '7세기 백제연의'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새롭게 작성하고자 제목을 '신 백제연의'로 변경하였으며 리부트 하여 처음부터 다시금 작성하고자 합니다.

[신 백제연의] 1. 598년 위덕왕의 죽음과 혜왕의 즉위 배경

598년 무렵 백제의 영토입니다. 개인적인 사론이 많이 포함된 추정 영토이며 고대의 영토는 오늘날의 휴전선 개념처럼 명확하게 구분져 있지도 않으며 지명고증은 전문학자들도 서로 의견이 다르며, 확실하게 단정짓지 못한 사안이므로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수도 있습니다. 

1. 위덕왕의 죽음

혜왕의 이름은 계(季)이니 명왕(明王)의 둘째 아들이다. 598년 12월 창왕(昌王: 위덕왕)이 사망하자 그가 왕위에 올랐다.<삼국사기 백제본기>

SBS드라마 서동요에서 정욱이라는 배우가 연기한 위덕왕의 모습, 백제 27대 임금으로 평생을 아버지인 성왕의 복수를 위해 신라와의 전투에 주력하였으나 끝끝내 실패하고, 심지어 재위 기간중에 자신의 아들의 죽음마저 지켜봐야 했던 비운의 군주입니다.

관산성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비운의 군주 위덕왕, 왕자시절인 553년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맹활약하며 그 유명한 고구려 장수와 일기토 대결까지 벌이며 용맹을 떨친 임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성왕이 관산성 전투에서의 죽음 이후로 왕권이 흔들리며 아버지의 복수를 이루고자 병력을 쥐어짜 신라를 침공하였으나 번번히 전투에서 패하기만 하는 등 불안한 왕권을 유지한 비운의 군주였습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던 위덕왕은 그렇게 74살의 나이로 598년 사망하고 맙니다.

그런 불안한 왕권을 가진 위덕왕이 죽자 다음 왕위는 태자인 아좌가 아닌, 놀랍게도 혜왕이었습니다. 혜왕은 이미 그당시 70이 넘은 고령의 나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위덕왕의 아들이 아닌, 그의 동생인 혜왕이 고령의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된 걸까요? 그 이면에는 위덕왕의 조카이자, 혜왕의 아들인 법왕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SBS드라마 서동요에서 묘사된 혜왕과 혜왕의 왕후의 모습. 왕위에 오를 당시 70이 넘은 고령의 나이였던 혜왕은 정황상 필시 그의 아들인 법왕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혜왕의 즉위와 그 배경

그렇다면 법왕은 어떻게 하여 위덕왕 재위 기간내에 본인의 영향력을 넓히고 아좌를 비롯한 위덕왕의 아들들이 아닌 자신의 아버지인 혜왕을 왕위에 올릴수 있었을 까요? 우선 삼국사기 기록부터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위덕왕 재위 8년(561년) 가을 7월에 왕이 군사를 보내 신라의 변경을 침공하였다가 신라군의 반격으로 패하였다. 사망자가 1천여 명이었다.<삼국사기 백제본기>

진지왕 2년(577년)겨울 10월에 백제가 서쪽 변경의 주(州)와 군(郡)에 침입하였으므로 이찬(伊湌) 세종(世宗)에게 명하여 군사를 내어 일선(一善)의 북쪽에서 쳐서 깨뜨리고 3천 7백여 명의 목을 베었다.<삼국사기 신라본기> 

아버지인 성왕이 신라와의 전투에서 전사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위덕왕은 의욕적으로 신라를 여러번 침공하였으나 수천명의 전사자를 내며 참패하고 맙니다. 더더군다나 577년은 위덕왕에게 있어서 전투에서의 패배 뿐만 아니라 개인사적으로도 매우 큰 상처가 된 시기였습니다.

정유년(577년) 2월 15일 백제 창왕(위덕왕)이 죽은 왕자를 위하여 사찰을 세웠고 2매였던 사리가 신의 조화로 3매가 되었다<부여왕흥사지사리기일괄>

부여 왕흥사지에서 발굴된 청동제 사리함에 기록된 글귀를 통해,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577년 당시 위덕왕의 아들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라와의 전투에서 수천명이 사망하는 참패와 더불어, 자신의 든든한 우군이자 자신의 뒤를 이을 왕이 되었을지도 모를 아들의 죽음. 이는 위덕왕에게 있어선 매우 큰 정치적 타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법왕은 대신라전선이 아닌, 대고구려전선에서 활약하며 입지를 다지지 않았을까 추론되어 집니다. 그리고 그 입지를 바탕으로 법왕은 자신의 아버지 혜왕을 왕위에 올리며 차기 왕위를 위한 초석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법왕은 무슨 근거로 대고구려전선에서 활약하였다는 것일까요?

3.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활약하며 입지를 다지는 법왕

성주선원(聖住禪院)은(지금의 성주사) 본래 수나라 양제(煬帝) 대업(大業) 12년 을해(乙亥, 616)에 백제국 28세인 혜왕의 왕자인 법왕이 오함사를 건립한 곳이다. 전쟁에서 승리하여 원혼들이 불계(佛界)에 오르기를 바라여 세운 원찰(願刹)이다. <숭암산성주사사적(崇巖山聖住寺事蹟)>

616년에 혜왕의 왕자인 법왕이 오합사를 건립하였다는 내력이 적힌 성주사사적기. 하지만 616년은 이미 법왕이 사망한 시기였으므로 정황상 법왕이 왕자시절인 598년경에 짓기 시작하여 616년경에 완성되었다고 봐야 함이 옳을것 갑습니다.

백제때 전쟁에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지은 오함사, 오늘날의 현충원과 같은 역활을 했던 절로써 훗날 백제 멸망 직전에도 등장하게 되는 백제인에게 있어서 상징성이 매우 높은 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승리하여 죽은 병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법왕이 지은 절인 오함사와 고구려와의 전쟁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보는 걸까요? 삼국사기 기록에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원년(554년) 겨울 10월에 고구려가 대대적으로 군사를 동원하여 웅천성(熊川城)을 침공하였다가 패하고 돌아갔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598년 9월 백제왕 창(昌)이 사신을 보내 표를 올리고 수나라 군대의 향도가 되겠다고 청하였다. 황제가 조서를 내려 “고구려가 죄를 자복하여, 짐이 이미 용서하였으므로 정벌할 수 없다.”고 하고, 그 사신을 후하게 대접하여 보냈다. 왕이 그 사실을 알고 백제의 변경을 침략하였다<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위덕왕은 번번히 신라와의 전쟁에서도 패하고 있는 와중에 고구려의 공격은 백제에게 있어서 큰 위협거리였습니다. 하지만 기록이 부실하여 자세지 나오지 않지만, 백제는 비록 신라와의 전쟁에서는 패하였으나 고구려의 공격은 꽤나 효과적으로 방어한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나 598년 고구려의 공격은 여러 정황상 고구려가 수군을 동원하여 백제 변경을 약탈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쟁의 결과는 나오지 않지만 이 전투에서 백제가 승리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록이 부실해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정황상 고구려의 침입은 수군을 동원한 공격이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법왕 역시 수군으로 맞대응 하여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주사 사적기에 나오는 '전쟁에서의 승리'와 '법왕이 왕자 시절'이라는 글귀를 조합해 볼때 오함사는 이 598년에 벌어진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그 전투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은 호국사찰이었던 셈입니다. 더불어 오함사가 백제의 수도인 사비(오늘날의 부여) 일대가 아닌, 서해안이 보이는 충남 보령 일대에 지은것도 주목해 봐야 할 것입니다. 다소 억측일지 모르겠으나 어쩌면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사망한 백제 병사들은 고구려의 수군과 전투를 벌이다 바닷가 근처에서 사망하였고 그 넋을 기리고자 일부러 바다가 보이는 충남 보령 일대에 절을 짓고 넋을 기리고자 한게 아니었을까요?

오함사가 위치한 성주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 모습. 산 넘어 멀리 서해안과 천수만 일대가 육안으로 보입니다. 599년경인 법왕이 왕자시절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함사는 고구려 수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으나 전사한 백제 수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며 입지를 다지던 법왕의 영향으로 아버지인 혜왕이 왕위에 오를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록 왕위에 오를 발판을 마련한 법왕이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너무나 많았습니다. 성왕을 죽인 신라에 대한 복수와 계속 위협이 되는 고구려와의 전쟁. 그리고 불안한 왕권 등등....

과연 법왕은 이러한 혼란과 난세를 어떻게 극복하려 하였을까요? 그리고  법왕의 아버지 혜왕은 어떤 인물일까요? 다음편에 자세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연재가 매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더불어, 기존의 백제연의를 처음부터 시대를 앞당겨 598년부터 시작하여 다시금 새롭게 작성한 이유는 그동안 제가 연재하였던 7세기 백제연의는 자료를 조사해오면서 보니 잘못된 부분이 너무나 많았고 이에 좀더 사실에 가깝고 자세하게 그 당시 백제의 상황을 묘사하고자 새롭게 연재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연재가 매우 지연되었음에도 제 글을 찾아주시고 연재를 해달라 요청해 주셨던 많은 네티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