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 제목의 연의라는 표현은 소설의 형식이라기 보단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보시면 됩니다. 

설화를 비롯하여 일부 사견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실제 역사적 진실은 이와 다를수 있습니다. 

연재글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보시려면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baekjelove1 이곳에 오셔서 '백제사랑 역사이야기' 카테고리로 가시면 쉽게 보실수 있습니다. 기존에 연재하면 '7세기 백제연의'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새롭게 작성하고자 제목을 '신 백제연의'로 변경하였으며 리부트 하여 처음부터 다시금 작성하고자 합니다.

[신 백제연의] 5. 채식주의자 법왕의 첫 명령, 사냥을 금하라!

559년 무렵 백제의 영토입니다. 개인적인 사론이 많이 포함된 추정 영토이며 고대의 영토는 오늘날의 휴전선 개념처럼 명확하게 구분져 있지도 않으며 지명고증은 전문학자들도 서로 의견이 다르며, 확실하게 단정짓지 못한 사안이므로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수도 있습니다. 

1. 법왕과 혜현의 만남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도를 드리면 이루어진다는 효험으로 백성들과 귀족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혜현을 만나게 된 법왕, 물론 실제로 두 사람이 만났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 인물의 활동시기가 비슷하다는 점과 혜현을 필두로 하여 그당시 백제가 법화신앙이 널리 퍼져있었고 법왕이 불교를 매우 숭상하였다는 기록을 통해 본다면 혜현이 적어도 법왕에게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끼친건 틀림 없습니다. 그러한 영향력과 제 소설적 추론이 더해져 만약 혜현이 법왕을 만났다면 그는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였을까요?

한때 고구려 수군을 물리치며 명성을 높였던 부여선(훗날의 법왕)이었지만 백제 29대 임금으로 왕위에 오른 직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보여지는 그의 행보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왕과 승려의 만남, 더불어 왕이 그 승려를 신임하여 정치적으로도 활용한다면 그 영향력은 국가 전체를 뒤흔들정도로 엄청났을 것입니다. 훗날 묘청이나 신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혜현은 정치적 야심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더불어 자신에게 집중되는 대중들의 관심이 매우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그는 법왕에게 단지 몇가지 간단한 조언만을 하며 정치일선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물러난것으로 보여집니다.

MBC 드라마에서의 신돈의 모습, 백제 법왕 당시의 혜현은 묘청이나 신돈처럼 정치적 야심과는 크게 거리가 먼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법왕의 건강 회복을 위해 내린 조언은 크게 두가지로 보여집니다.(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요.)

첫째,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할것.

둘째, 불법을 숭상하고 널리 퍼트리며 진실로 정성껏 불교를 믿을것.

앞뒤 가릴것 없이 법왕은 혜현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 실행에 옮긴것으로 보여집니다.

2. 채식주의자 법왕, 나라 전체에 채식을 선포하다.

왕위에 오른 후 법왕은 위와 같은 사찰 음식만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법왕은 혜현의 첫번째 조언을 받들어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하기 시작합니다. 백제 내에서 귀한 왕족으로써 손수 고구려 수군의 침입을 직접 격퇴할 정도로 호전적인 인물인 법왕인 만큼 어린시절부터 육류와 술을 매우 많이 섭취한게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높은바, 혜현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 육류섭취를 금하고 채식으로 대표되는 사찰음식을 섭취하는 일종의 식이요법의 시행과 절실한 믿음으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까지 곁들어지자 어느 정도 병이 호전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법왕은 병이 호전되기 시작하자 슬슬 욕심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내가 채식을 해보니 몸이 나아졌네? 이거 왕의 명령하에 모든 백성들도 채식을 하게 되면 건강해 질것고 백성들이 건강해지면 국력도 세지고 내덕에 건강해진것이니 왕의 위엄이 더해지겠지?' 혜현이 권한 식이요법이 효과를 보자 법왕 개인의 차원이 넘어 국가적 차원으로 채식을 권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법왕은 이를 왕권강화의 한 수단으로까지 이용하려 들면서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수덕사로 수많은 백성과 귀족들이 혜현을 찾아왔던 모습에 감명받은 법왕은 자기 자신도 혜현처럼 수많은 백성들과 귀족들로부터 존경받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599년 겨울 12월에 살생을 금하고, 민가에서 기르는 매와 새매를 놓아 주고, 고기 잡고 사냥하는 도구들을 태워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기록에 전하는 법왕의 첫 행보는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결국 그의 생각은 국가 전체에 채식을 선포하고 사냥을 금지하며 육식을 금하는 엄청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3.백제의 국민 스포츠, 매 사냥

황해도 봉산군 신흥동 청동기 유적에서 출토된 그물추, 이 유물을 통해 청동기 시대때 이미 그물이 한반도내에서 널리 사용되었음이 확인 됩니다. 백제 법왕은 599년 12월 각종 낚시대나 그물 등을 불태우라는 매우 파격적인 명령을 내립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고기 잡고 사냥하는 도구들이야 올무나 낚시대, 그물등을 말하는 것이겠으나 매를 놓아주었다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진토쿠[仁德] 덴노 43년(355) 9월 1일, 덴노는 (백제의 왕족인) 주군(酒君)을 불러 “이것이 무슨 새인가?” 물었다. 그는 “이러한 새는 백제에 많습니다. 길을 들이면 사람을 잘 따르며, 빨리 날아가서 여러 새를 잡습니다. 백제에서는 구지(俱知)라고 부릅니다” 고 대답하였다. 천황은 새를 그에게 주며 “길을 잘 들이라”고 일렀다. 주군은 새를 훈련시킨 뒤, 다리에 가죽 끈을 매고 꼬리에 작은 방울을 달아맨 다음, 팔뚝에 얹어서 천황에게 바쳤다. 이 날 천황은 백설조야(百舌鳥野)로 가서 사냥을 하였다. 암꿩이 많이 나는 것을 보고 매를 놓았더니, 잠깐 동안에 수십 마리를 잡았다. <일본서기>

진토쿠[仁德]천황 46년(359), 백제의 사신이 매와 개를 우리나라에 가져왔다. ...중략... 매를 먹이는 사람을 ‘미광(米光)’, 개를 먹이는 자를 ‘수광(袖光)’, 개를 흑반(黑斑)이라고 불렀다. (백제의 사절을 맞이하러 갔던) 정뢰미광(政賴米光)이 매사냥 법을 곧 익혀서, 매를 팔뚝에 얹고 개를 앞세워 궁궐로 돌아왔다. 이를 기뻐한 천황은 상을 내리고 채읍(采邑)까지 주었다. <양응기>

매사냥은 백제에게 있어서 한성백제때 부터 이미 매우 대중적인 스포츠였습니다. 사진은 박용순 응사(대전시 무형문화재 8호 매사냥 기능보유자)가 매사냥을 시연하는 모습입니다.

일본서기 기록에 따르면 이미 355년에 백제는 매사냥이 널리 성행하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가(嵯峨)덴노(810~823)의 명에 따라 편찬된 『양응기(養鷹記) 라는 책에는 매사냥시에 개까지도 훈련시켜서 함께 사냥하였다는 기록이 보여집니다. 백제에서 전파된 매사냥은 오늘날의 한류열풍처럼 바다건너 왜에 매우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아신왕(阿莘王)혹은 아방(阿芳)이라고도 한다. 침류왕의 맏아들이다. 그가 한성의 별궁에서 태어났을 때 신비로운 광채가 밤을 밝혔다. 그가 장성하자 의지와 기풍이 호방하였으며, 매 사냥과 말타기를 좋아하였다.<삼국사기 백제본기>

국내 문헌인 삼국사기에도 매사냥이 백제 왕족들 사이에서 널리 성행하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더불어고려시대 이승휴가 지은『제왕운기』에서는 백제의 별칭을 응준(鷹準)이라고 불렸다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응(鷹)은 매를 뜻하는 바, 나라의 별칭이 매라고 불릴정도로 백제는 매사냥을 매우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였던 셈입니다.

고구려 삼실총 고분벽화에 묘사된 매사냥의 모습, 백제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고구려에서도 매사냥이 널리 행해졌음을 알수 있습니다.

4. 사냥의 금지가 백제에 끼친 영향

한성백제 시절에는 주로 왕족들에게 퍼진 귀족 스포츠였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널리 퍼지며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던 백제의 매사냥, 하지만 법왕은 채식을 강조하고 불교의 살생을 금하라는 교리를 내세워 매사냥을 법으로 금지하며 사냥도구 일채를 전부 불태워 버리는 엄명을 내린 것입니다.

인접국 신라나 고구려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기, 먹을게 풍부했던 태평성대였다면 또 모를까, 전쟁이 잦았던 난세에 육식과 살생을 금하는 법왕의 명령은 분명 그 시대에 너무나 맞지 않는 명령이었습니다.

더불어 이 명령이 내려진 시기는 한창 추운 겨울인 12월, 백성들이 농사도 짓지 못하는 한겨울에 먹을것이 풍족한 귀족들은 취미 삼아, 그리고 먹을게 부족한 백성들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써 행했던 사냥을 금하는 법왕의 정책은 분명 큰 무리수였습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묘사된 사냥 모습, 고대 사회에서의 사냥은 단순한 여가생활, 식량 확보의 수단뿐 아니라 군사훈련의 일환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냥의 금지는 백제의 군사력이 저하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귀족들과 백성들의 반발을 무시한채 혜현의 두번째 조언, '불법을 숭상하고 널리 퍼트리며 진실로 정성껏 불교를 믿을것.'을 적극 실천하며 본인의 건강과 더불어 왕권강화에 적극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법왕의 일련의 조치와 방법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결국 그의 수명을 깎아내리는 결과만을 초래하니... 그 내용은 다음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