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왜,
연인도, 친구도 아닌 엄마랑 여행을 하느냐고요.
글쎄요.
연인만큼, 친구만큼 소중한 엄마와 여행을 하면 안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여행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였으니까요.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 여정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p5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엄마와의 세계일주.
그냥 어디 대한민국 한 지역, 인심써서 제주도 정도로 떠나는 둘의 여행이 아니라,
이제 막 60이 된 깡마른 엄마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
엄마 혹은 선생님으로 불리며 살아가는 엄마의 인생에서 엄마의 원래 이름 세글자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그런 세계여행을 두분이 시작한 것 같아서,
내 마음이 다 따뜻해지는 이야기의 시작, 여행의 시작이었다.
엄마, 반성할게.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
p78
이 여행기에서 내가 가장 충격적인 감동을 받은 순간이
엄마가 저 말을 내뱉은 순간이다.
뭔가에 얻어맞은 듯 멍-해진 말이다.
엄마는 그렇게 내일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가족을 위해 오늘을 매일 살아가셨던 거다.
여행의 목적은 엄마의 저 말과 동시에 이미 다 이뤄졌다고 봐도 무관할 것 같았다.
우리 엄마, 엄마도 그래?
그렇담 한번 더 반성할게.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엔 미처 몰랐던 게 또 하나 있다면, 바로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철드는 시간은 따로 있지 않다.'
는 사실이야.
엄마는 네가 인생의 모든 지혜를 가지고 있을 거라 가늠하는 나이 많은 어른이지.
올해로 예순살을 넘어섰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길 위에서 더욱 '성숙'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해.
이전의 인생이 보잘것없다는 말은 아니란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며 나를 나로 바라봤던 시간이 언제였던가.
순간순간 떠올린 회고의 시간을 보내며 다시 한 번 마음의 키가 '쑤욱' 자랐다는 말이란다.
p339-340
책 마지막 부분에 이 여행의 주인공인 엄마 '동익'씨가 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일부분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이 좀 더 성숙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좀 더 철이 든것 같애.
라는 엄마의 고백.
이 말을 듣고 아직 철들려면 한참 먼 내 자신과 마주보며 또 반성중...
책을 읽는 내내 대단하다며 속으로 박수를 쳤다. 엄마를 모시는 아들은 물론이거니와, 아들만큼이나 씩씩하고 멋지게 여행을 시작하고 또 온몸으로 즐기는 엄마의 모습이 감탄을 절로 부른다. 사실 난 엄마랑 세계여행은 무리인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엄마와 꼭 둘이서 여행을 떠나보고자하는 다짐은 새겼다. '아들과 엄마'라는 관계보다 더 복잡한 관계가 '딸과 엄마'사이가 아닐까 싶다. 매일 소리치며 서로에게 잔소리를 퍼붓다가도 이내 알콩달콩 수다를 떨고 쇼핑을 하고 서로를 챙겨준다. 알게모르게 서로를 부러워하며 질투도 하고 또 그만큼 서로를 많이 생각하는 관계랄까. 엄마와의 여행 대학졸업전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
책 내용 자체는, 사실 조금... 앞부분 시작하는 단계에선 이야기가 갑자기 변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있다가 갑자기 저기로 가는 경우. 길고 길 여행기를 단 두권의 책으로 만드는 데에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빠졌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하는 편집이다.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감정이 뚝뚝 뭍어나는 글들이다. 마지막은 항상 해피엔딩. 그래도 술술 읽을 수 있고, 해외 여행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글임은 확실하다.
책엔 엄마와 아들의 루트도 들어있고, 교통편도 실려있다. 또 둘의 다양한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로도 일한다는 아들이 찍었을 것 같은 생생한 사진들도 가득하다. 여행에 한참 관심을 쏟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그리고 우리 엄마, 내가 참 많이 반성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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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계란 세판, 세계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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