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중미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이 계속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법정화폐로 도입하며 1000만달러(당시 기준 약 131억원) 규모를 사들인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내일부터 우리는 매일 비트코인을 하나씩 구매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신청 여파로 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임에도 '비트코인 추매(추가 매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앞서 폭락장일 때마다 저점 추가 매수를 거듭했고, 현재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1억715만달러(약 1449억원) 상당을 매수했다.
현재 비트코인 보유고는 2381비트코인에 달한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5일 코인텔레그레프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FTX 파산신청 후 투자액의 60%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투자액의 약 63%를 손해 본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액은 6754만 달러(약 913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민의 식량난 해소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엘살바도르 농업부의 올해 전체 예산(7700만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해외 송금이나 일상 용품 구매 등에 쓰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비트코인 도입 1년을 맞아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에서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비트코인 송금액은 전체 2% 미만에 그쳤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의 미래를 관망하고 있다.
그는 가상화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 7월에도 비트코인 152만달러(약 20억1460만원)를 추가 매입하면서 "비트코인은 미래다.
싸게 팔아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비트코인 가격 폭락을 두고 "그래프를 보지 말고, 삶을 즐겨라. 베어 마켓(약세장)이 지나면 비트코인 투자는 안전하다"며 충고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8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국가 신용등급을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의미인 'CCC+'로 매겼는데, 중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강력히 권고하며 "재정 안정성과 건전성 등에 큰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