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부터 10대 고등학생까지 모인 이른바 ‘MZ 마약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 답게, 가상화폐로 마약 판매금을 챙기고, 보안 기능이 강화된 텔레그램 메신저를 악용해 전국에다 클럽 등에서 주로 유통되는 신종 마약류를 내다 팔았다.
 | | MZ마약상 총책 A씨가 타고 다니던 포르쉐. 울산경찰청 제공 |
울산경찰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20대 A씨 등 마약판매조직 19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15명도 붙잡아 11명을 구속했다.
◆MZ마약상...텔레그램, 가상화폐, 해외직구 이용
대다수가 20대인 이들 마약범의 판매방식은 ‘MZ’다웠다.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텔레그램으로 마약판매 채널 5개를 운영했다.
이 채널은 일종의 비공개 채팅방이다.
주소를 입력하거나 링크를 눌러야만 접근이 가능하다.
구매자들은 이 채널에 각각 입장해 일대 일 대화기능으로 마약류를 구입했다.
채널 회원수는 3000명이 넘었다.
 | | MZ마약상들이 활용한 텔레그램 마약 판매 채널. 울산경찰청 제공 |
마약 구입대금은 ‘가상화폐’로만 받았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포털 사이트에 나오는 마약거래 당일 가상회폐 시세를 계산해서 전자지갑으로 받았다.
취급한 마약류도 젊은 세대가 클럽 등에서 주로 한다는 말그대로 ‘신상’. 액상대마와 극소량으로도 강력한 환각작용을 일으킨다는 ‘LSD’ 같은 것들이다.
베트남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직구’로 몰래 들여온 마약류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마약 전달하는 방식은 온·오프라인이 섞였다.
먼저 ‘던지기’ 수법이다.
수도권과 부산 등 전국 원룸 및 주택가 80여곳의 전기 배전함과 실외기 등에 마약류를 미리 숨겨둔 후, 해당 지역 구매자들이 찾아가게 하는 식이다.
마약을 숨기는 운반책은 한 달에 300만원씩을 주고 고용했다.
이들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구입을 했다가 돈은 떨어지고, 마약은 필요해지니 마약을 운반하는 범죄에 가담하게 된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1년3개월동안 이들에게 마약을 구입한 사람은 2만9000여명에 달한다.
경찰은 확인된 마약판매수익은 14억원이지만, 구매자 수가 3만명 가까이 되는 만큼 범죄수익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마약상 ‘디지털 돈세탁’도
A씨 등은 다른 5개 마약상의 마약대금도 가상화폐로 바꿔주기도 했다.
‘디지털 돈세탁’이다.
다른 마약상이 A씨 측의 대포 통장에 현금을 무통장으로 입금하면, 가상화폐 전자지갑으로 보내는 방식으로다.
그렇게 17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가상화폐로 바꿔주고, 수수료 10% 정도를 받아 17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금 더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MZ마약상은 ‘지능적’이었다.
모든 범행은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실행됐다.
텔레그램으로 지시하고, 마약류를 직구했다.
마약을 팔고, 전달하고, 돈을 받는 것도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돈세탁도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38개 계좌를 바꿔가며 사용했다.
 | | MZ마약상들이 활용한 마약판매대금 세탁 방법. 울산경찰청 제공 |
특히 A씨는 마약류에 손 한 번 대지 않은 치밀함을 보였다.
해외 주문은 본인이 하지만, 직구에 필요한 통관번호나 물건을 받을 주소 등은 마약운반책 명의를 사용, 바로 받도록 해서다.
이 역시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A씨의 얼굴을 아는 조직원도 자금책 한 명 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 조직 ‘전담 변호사’도 있었다.
말단 조직원이 수사망에 걸려도 처음부터 변호사와 함께 조사를 받게 해 하나부터 열까지 수사상황을 챙겼다는 것이다.
◆본인 드러나지 않게 ‘치밀’...범죄수익으로 포르쉐 등 호화생활
A씨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각각 1억원이 넘는 빨간 포르쉐, 벤츠 등을 굴리고, 성수동 고급 오피스텔에서 살았다.
성수동에 있는 유명 카페를 사들여 운영하기도 했다.
하룻밤에 몇백만원씩 하는 강남의 고급 룸살롱을 다니는 것도 취미생활 중 하나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범죄조직의 자금세탁,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에 가담해 돈을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미국 유학을 갔고, 다녀온 뒤 본격적인 마약판매상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가난했기 때문에 돈이라면 눈이 벌게져 뭐든지 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있었다.
부동산을 여럿 사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을 몰수, 추징 보전하고 현금 및 귀금속 860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또 A씨 등의 정확한 범죄 수익금 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해외 마약류 수급조직과 자금세탁을 의뢰한 또 다른 마약상을 수사 중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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