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에서 운동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근육이 생기고 근지구력이 증가한다면?

 언뜻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게임을 하는 경우엔 그것이 실제로 가능합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바이브와 같은 가상현실기기를 이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사운드복싱VR이란 리듬게임이 그 주인공입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무제한의 음원을 이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VR 리듬게임.

 밖에 나가지 않고도 그저 방에서, 

별도의 운동기구 없이 단순히 게임을 할 뿐인데도,

어마어마한 땀이 나고 숨이 차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도 단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개인적으로 저처럼 운동 귀찮아서 잘 안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말 효과가 장난 아닙니다. 

 1월에 한창 추울 때 이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는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이 단순히 송골송골 맺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바닥에 뚝뚝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게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세고 빠르게 힘줘서 휘둘러야 점수가 높게 나오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대단합니다.

 제자리에서 두 팔만 휘두를 뿐인데,

심박수도 엄청 높게 올라가고, 마치 학창시절 두시간 축구를 하며 이리저리 달린 것처럼 진이 빠지더군요.

 그걸 체감하면서 순간 생각했죠.

이정도 운동량이면 운동을 이걸로 하면 되겠다.

그래서 그때부턴 게임이라 생각하지 않고 운동이라 생각하며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숨이 너무 차길래 유산소운동인 줄 아닐까 생각했는데,

심박수가 높게 올라가기 때문에 사실상 유산소 무산소운동을 박쥐처럼 오고 가는 운동이었습니다.

(유산소 무산소 기준은 심박수)

 1월 초만 해도 20~30분만 하고도 지쳐서 더이상 못할 정도였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2~3일에 한번씩 90~120분씩 플레이 하게 되었죠.

운동 하기 전과 후의 체중을 재보면 2kg 차이가 났습니다. 

수분이 두시간만에 2리터나 빠질 정도로 운동량이 대단했습니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눈에 띄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까닭은 90분 이상 플레이하면 마치 중량운동한 것처럼 

근육이 깊숙한 곳까지 쑤셔서 자동으로 나을 때까지 휴식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거울을 보는데,

정말 뜬금없이 팔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가슴근육이 각이 잡혀 있었습니다.

 물론 근육의 부피를 일정 이상 키우려면 가장 중요한 변인은 중량입니다.

중량운동을 하지 않는 한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지구력이 늘어나고 체력의 기초가 닦이니 몸이 달라지더군요.

서른 중반에 이르다보니 살짝 고혈압도 있었는데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운동을 하는 게 아무래도 지루하고 귀찮고 힘들다보니 작심삼일처럼 

3주 이상 운동을 지속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건 게임이다 보니 완전히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음악 신나게 듣고, 날아오는 오브를 신나게 후드려 패다보면 어느새 2시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재미도 있고 게다가 운동량도 훌륭하고.

오히려 매일매일 하고 싶은데,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못할 정도.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벌써 4개월이나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었네요.

 물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운동 강도가 생각보다 세기 때문에 정말 부상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운동을 하게 되면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이름은 사운드복싱이지만 실제론 플레이어가 어떤 동작습관을 갖느냐에 따라서,

복싱보다는 야구나 테니스에 가까운 운동이 되기도 합니다.

 날아오는 오브를 정면에서 잽으로 터트리면 복싱이지만,

도끼로 장작패기하듯 휘두르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습관이 있으면

야구선수처럼 공을 던지고,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는 듯한 동작이 나오는 거죠.

 그러다보면 팔꿈치와 어깨에 부담이 많이 가게 됩니다.

팔을 길게 뻗고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튕기는 듯 힘이 가해지는 것이 반복되면

팔꿈치 관절이 상하게 됩니다. 

또한 세게 휘두르는 동작에서 가속이 생길 때마다 팔꿈치 안쪽에 수직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데,

이로인해 관절에 무리가 가게 됩니다.

 또한 머리 위로 날아오는 오브를 세게 팔을 들어올려 힘줘서 가격하다보면 어깨에도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류현진처럼 상부관절와순손상이 일어날 수 있죠.

 이런 무리한 동작을 잘 모르는 사이에 반복하다보니,

두 달쯤 되는 시점에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한 것을 느꼈고,

오른쪽 어깨에도 부상을 입어서 오른손이 어깨 위로 잘 안 올라가더군요.

그래서 나을 때까지 2주간 쉬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야구선수에게 팔꿈치가 소모품이듯 

이 게임을 많이 하면 할 수록 팔꿈치 관절이 상해서 건강이 아니라 오히려 병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쉬는 동안 검색을 해봤습니다.

복싱선수들은 야구선수와 달리 펀치를 자주 날리며 팔을 많이 쓴다고 해서 팔꿈치 부상을 잘 입진 않죠.

 그 까닭을 알아보니,

복싱선수들의 경우엔 팔꿈치가 몸에서 너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붙일 뿐더러,

팔을 휘두를 때 팔만 뻗는게 아니라 허리가 함께 움직이고, 다리의 스텝이 주가 되서

팔꿈치에 부담이 생각보다 많이 가지 않는다더군요.

 이후로는 게임을 하며 날아오는 오브를 때릴 때, 

팔을 길게 뻗어서 때리지 않고 허리와 다리 움직임으로 최대한 거리를 좁혀서 

팔과 어깨의 움직임은 최소가 되도록 습관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머리 위로 날아오는 오브는 점프를 하거나 발꿈치를 들어서 처리했고요.

그랬더니 이젠 어깨와 팔꿈치에 전혀 부담이 없이 게임이 가능해 졌습니다.

대신 이젠 하체에 부담이 커져서 게임을 오래 하고나면 다리가 후들거리네요.

 그리고 꼭 요가매트같은 푹신한 것을 바닥에 깔고 게임을 하셔야 무릎 안 다칩니다.

탁구선수들도 단단한 아스팔트 위에서 탁구를 오래 치면 무릎 관절이 상하죠.

처음 며칠 할 때 무릎에 약간 통증이 있길래, 요가매트 깔고 했더니 그 이후론 무릎이 전혀 안 아프더군요.

 3주 전부턴 유튜브 데스런이 알려주는 맨몸운동(집에서 별다른 도구없이 하는)도 시작했는데,

그 중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트오버로우가 이 게임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더군요.

 사운드복싱을 첨 시작할 땐 펀치를 할 때 허리를 세게 돌리면 허리가 아팠거든요.

그래서 허리를 빠르게 돌리는 것에 부담이 있었는데,

데드리프트와 벤트오버로우로 허리근육을 강화해 놓으니 이젠 허리를 빨리 돌려도 아무런 문제없이 부드럽네요.

그리고 스쿼트를 하기 시작하니 날아오는 오브 속력을 쫓아서 다리가 분주하게 움직일 힘이 생겼고요.

현실에서 하는 운동 효과를 고스란히 게임에서 느낄 수가 있고(?!!!),

게임에서의 운동 효과를 운동에서 느낄 수가 있는 상부상조의 상황. 

방에서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집에서도 헉헉 거리며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을 할 수 있다는게 참 좋네요.

 가상현실 기기를 사는 것은 여러모로 시기상조는 맞고, 

하드웨어 적으로나 소프트웨어 컨텐츠에 있어서나 현재로선 구매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만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면 충분히 구매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비용은 아마존에서 해외직구로,

오큘러스($499) + 터치컨트롤러($99)를 구매하는데 84만원이 들며 

RX480이나 GTX1060 이상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합니다.

 가상현실기기를 사고 싶었지만 와이파이 때문에 구매를 못하셨던 분이라면,

운동을 핑계로 구매해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