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0월 끝 과 11월 초라는 싱숭생숭한 계절감으로 인해
확인 할 길 없는 길고 지루한 글을 한번 써 봤습니다.
읽다 지루하시면 즉시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속도에 대한 상상의 시작은 만화가 박흥용님 의 대림 혼다 VT250F 에 대한 단편 만화를
읽은 다음 부터 였던것 같습니다.
1983년인가에 쓰신 만화로 당시 CL90 이나 CG125(OHV 엔진이라 100km/h 정도의 고속은 쥐약)
,GL125 나 2스트로크 로터리 디스크 125cc 바이크들이 언더 100km/h 쯤에서 서식하고 있던 시절이라
130~160km/h 는 꿈의 속도 였습니다.
당시의 바이크들은 지금의 자전거 포크라고 해도 할말 없는 고속에서 무진장 흔들리는 얇은 포크 와
'참 순식간에 꼬꾸라지는구나. 민망하다' 라는 심정이 드는 로커암 장착 싱글 OHC 엔진 이었습니다.
같은 시대에 나온 효성의 GSX250e(공냉 2기통)에 비해 10마력 높은 35마력의 수냉 DOHC V형 2기통에
골드윙까지 커버 가능한 에어 어시스트 되는 리어쇽(전륜 포크도 에어쇽이었습니다)
내장된 밴틸레이트 디스크 브레이크(그러나 제동력은 구렸어요)에 더불어
박흥용님 의 묘사력 과 극적 연출 또한 상당해서 그 유혹이란 빠져들지 않고는 못배기는 매력적인 감정이었습니다.
(뭐~ 후에 접한 VT250F 는 만화 가 묘사한 표현력의 한 68% 쯤 되는 바이크였습니다. 앞 뒤 타이어 차이가 10mm
에 저중심이라 앞뒤가 동시에 일체감 있게[훌떡 넘어간다고 하죠] 코너링 진입하는 재미있는 바이크였습니다)
이러한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속도 영역(X60km/h는 아니고요)에 대한 해소는 타이밍 체인 텐셔너가
스스로 깨져서 엔진 말아먹아버리는 1999년? 하야부사로 맛보게 되었습니다.
당시(99년?00년?)아산만 가는길(안양 아래 어디쯤 부터,,,)은 자동차 전용 도로가 아니었습니다.
생기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에 자동차 전용도로가 된걸로 기억합니다(틀리다면 죄송합니다)
많은 금전적 희생을 치룬뒤 그에대한 보상행위로 성취한 꿈(이라고 쓰고 사서 고생하기 라고 결론 내립니다)을
만끽하러 아산만으로 아산만으로 곰팡내나는 슈트와 쓰면 터질듯한 볼따구를 만들어주는 핼멧을 쓰고 달려갑니다.
그당시에도 위의 만화에서 언급된 'X40km/h 가 넘어가면 시야가 좁아지고~ 어쩌구~' 는 완전 뻥인거 알고 있었습니다.
차도 없고~ 안전? 이 확보되었다고 착각한 구간부터 가속을 시작했습니다.
쾌적했다고 생각했던 노면이 y50km/h 부터 실제론 엉망이 아닌 노면이 엉망이 되면서 입에선 육두문자가 나오고 엉덩이가
들석거리기 시작합니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는거죠. 핸들 그립은 살겠다고 매달리다시피, 땀나도록 잡고 있고...
전혀 유격이 없었던 핼멧이 점 점 밀려와서 안경에 닿을락 말락 거립니다.
y270km/h(물론 계기반 상의 속도입니다. 지금의 GPS로 측정한다면 어찌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0%?)정도에서는
수십미터에서 백여미터 되는 도로의 이음새 부분(단차가 거의 없이 도로의 수축 팽창을 고려해서 만들어 논 틈새)을 지날때마다
자신이 없어집니다. 출렁 거리며 위태로운 배를 탄 기분이랄까요? 지금은 파도가 잔잔하지만 조금만 파도가 높아지면
한순간에 훅~ 하고 뒤집어지는...
그위로 야금 야금 가속되는 그 짧지만(실제론 훅~ 하고 올라가죠)한없이 느린듯하여 애태우는 기다림속에서, 상황은 이러합니다.
미친듯이 부는 바람속에서 날라가지 않기위해 턱은 연료탱크에 꽂히듯이 붙어있고 핸들을 좀 더 꽉잡기 위해 삼각지지법을 떠올리듯
팔굼치는 연료탱크에 붙어있죠. 엉덩이는 실룩거리는 뒷부분에 그립력을 조금이라도 실어주기 위해 뒤로 쭉 빼고 시트를 눌러대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시야는 확인할 수 없이 빠르게 다가오는 전방에 잔돌이라도 있을까 하는, 도로를 100% 믿을 수 없는 불안에, 볼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확보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동시에 속도계 와 회전계를 간혹 훔쳐보며 회전수를 올리고도 싶어하면서도 목표했던 속도계의 지침까지
(초기형은 320스케일이었습니다)올라가는 순간 떨어트린다는 맘으로 초초합니다. 동시에 핼멧은 밀려서 혀가 턱가드에 닿죠.
혀로 뭐하고 있냐고요? 턱가드 밀고 있었습니다.
있는줄도 몰랐던 짧은 다리(아래 농로를 만들기 위해 있는)라도 지날라치면 다리와 다리 사이에 깔린 폭 20cm 쯤의 철판은
분명하게 테일을 흔들어 줍니다. 출렁~ 하고말입니다.
바이크는 출렁~ 하고 흔들리지만 심장은 철렁~ 하고 떨어집니다. 파도에 의해 뒤집어지느냐 마느냐의 한끗차이의 흔들림이죠.
그렇게 z00km/h 를 확인한 뒤엔 꼬리 내려야 합니다. 그 속도로 순항 한다는건 자살하겠다는 이야기 에 근접합니다.
x00km/h 에서 잔잔한 호수같던 노면은 위의 속도에서는 파종하려고 골을 낸 고구마 밭이거든요.
(당시엔 아마도 순정 스티어링 댐퍼만 달렸을 겁니다. 만약 뭔가의 돌출물로 핸틀 털린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거죠.
그래도 GSXR1100 이나 ZZR1100같은건 발가벗고 달리는, 빠르지만 아주 둔한 바이크에 비한다면 참 좋은 바이크였죠)
이 주행을 애써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미지의 속도에 대한 좋은? 꿈을 꾸었었다.
그러나 실제의 미지의 속도에서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저속한 말로 '뒤질랜드 가 코앞이었다'... 정작 그 속도 영역에서는 죽지 않고
살겠다는 바둥거림만 있었을뿐 오픈 스로틀 의 시원함? 호쾌함? 은 별로~, 불안 과 초초함 때문에 뭔가를 즐길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에도 후회했고 뭔가 이건 아닌것 같다 는 생각뿐이었다. 사람은 꿈꿀때가 행복 하지 그 꿈을 실천한다고 모두가 만족하는건
아니라는...
비겁한 변명이지만 오버리터를 소유하던때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비행기를 타는게 낫겠다' 는 자신과 맞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하야부사를 팔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새로 열렸던 문막가는 국도(제가 들어가던 완공 초기에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합니다만...)의 아주 멀리 보이는 완만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750급 이나 900급에선 아무 느낌도 없이 무사통과 했던 구간)
살짝 좌측으로 기우는 도로가 시야의 최전방에 나오자마자 제동했음에도 코너를 돌아나가지도 돌아나갈수 있는 속도로
제동 되지 않았다는것(운좋게 길고 넓게 있었던 임시 주차구역에서 정지할 수 있었습니다)
측면풍에서 순식간에 차선 2개만큼 밀려 주시던 끔찍했던 상황, 광명 쯔음에서 1차로의 지하차도 들어가는중 2차로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를 피하려고 급제동 한 순간, 도저히 잡을 수 없었던, 고 배삼룡 선생님의 춤 처럼 트위스트 했던 피쉬테일 현상 등이었던것 같습니다.
연속 코너에서 "뚱~" 해서 누웠다 일어나서 다음 코너 진입하는데 적극적으로 코너 공략 하기에는 타이밍 뺏기기 십상이었던것도 떠오르네요.
여기까지 모두~ 만화 이야기 였습니다. 다른 만화와 다른건 경험해보지 못한 고속의 영역은 달콤하다는둥~ 이 아니라
번거롭고 위험하고 불안하다는 그러한~ 이야기였습니다. 해보니 별거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해볼 필요가 없지 않나?!' 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오버리터는 다혈질 의 저에게는 독약 같은 넘이었습니다.
성인 과 동급의 마인드라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이에게 어울리는 것이었죠.
(지금은 와우50 이라는 아동용 4바퀴 가 유일하게 기동 가능한 바이크네요. 시골에서 뒷산 나물 캐러 갈때 사용하려고 가지고 있습니다) | |
|
등록안내
0
0
Evo는이제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