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MAKERS AND TAKERS (라나 포루하 지음,이유영 옮김.부키)

    블룸버그 올해 최고의 책 선정.

 지난해 연말 한 송년 모임에 갔더니,참석자들이 대화의 주제를 가상화폐로 시작해서 가상화폐로 끝내더군요.

평소에도 코스닥이니,펀드니 하는 얘기들을 많이 듣지만 한해를 보내는 자리에서 마저 그러니 아쉬웠습니다.

각박한 세상입니다.

모두가 호모 인베스투스(투자하는 인간)이 돼서 '시장의 원리'를 숭배합니다.

정담과 거대담론이 사라진 자리에 머니게임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개인들의 분투가 눈물겹습니다.

 메이커스(만드는 자)는 실질적 경제성장을 창출하는 일군의 사람들과 기업을 의미합니다.

테이커스(거저 먹는 자)는 고장난 시스템을 이용해 사회 전체보다는 자기 배만 불리는 이들,즉 다수의 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일부 몰지각한 CEO를 지칭합니다.

 이 책은 전도된 경제 즉,'만드는 자'가 '거저 먹는 자'에게 예속되어버린 경제를 지칭하는'금융화(파이낸셜리제이션,financialization)'에

대해 논하고 있는 데,말하자면 월가와 메인가(월가와 대비되는 일반대중과 기업등의 실물경제를 지칭)의 작동관계가 그것입니다.

 금융은 미국 경제에서 7%의 역할만 하면서 고용의 4%를 책임지고 전체 기업 수익의 25%를 가져갑니다.

그들은 가진 자금의 15%만 실물경제에 대고 나머지는 금융시스템 자체의 이런 저런 부문들로 흘러보내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유나 곡물등을 파생상품 거래로 들쑤셔  가격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죠.

아이칸같은 행동주의 펀드들은 유먕기업들의 주식을 사모은 뒤,자사주 매입과 고배당을 압박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 뒤 빠져나갑니다.

s&p 500대기업이 해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쓰는 돈이 무려 1조달러,기업순익의 95%입니다.

 기업의 생산성이 증가하면 임금수준도 오르는 게 경제 상식입니다.

금융시스템은 상식을 깨뜨립니다.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모두 뱉어 내게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돈을 잘 벌어도 임금은 오르지 않으니 노동자는 장래가 불안합니다.

호모 인베스투스가 돼야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하죠.정보와 자금력이 취약한 개인이 머니게임의 승자가 돼는 경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기술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해당 기업의 혁신성이 40%이상 사그라든다고 합니다.

월가의 압박 때문에 연구개발 보다는 주가부양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말을 듣지 않으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CEO추출에 나서기도 합니다.

 금융이 기업을 좌지우지 하는 시대에 많은 기업들도 금융화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애플이 그 예입니다.스티브잡스는 혁신에 전념했지만 새로은 선장 팀쿡은 돈을 정교하게 굴리는 금융공학에 집중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번돈을 월가의 투자자들과 자신을 포함한 소수의 경영자들이 가져갑니다.

애플에 혁신은 사라지고 직원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습니다.

 대중에 필요한 건 금융에 떠받히는 가상의 성장이 아니라 메인가를 위한 지속가능한 진짜 성장입니다.

저자는 해법으로 레버리지 (금융기관이 수익을 늘릴 양으로 빚을 지는 것)를 줄일 것,자기 자본을 늘릴 것등을 제시하지만

해법중의 하나이기도 한 '기업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자'란 주장처럼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금융도 기업도 개인도 덩달아 금융화돼가는,되돌리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각박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