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제 어제인가요) 약속이 있어, 솔캠을 못나가 아침에 찍은 설정샷입니다. 설정놀이하다 약속시간을 잊어버리고... 청주에서 12시에 점심 여럿이 대접받고 그 뒤에 공부모임 같기로 한 약속인데, 혼자 놀다 늦어서 공부 모임만 참석했네요 ㅜㅜ

제가 하는 캠핑 방식은 혼자서  등에 뭘 지고 가서 하룻밤 자는 스타일입니다. 가끔씩은 자전거에 짐을 싣고 가서 하룻밤 자기도 합니다. 그래서 굳이 말하면 백패킹이거나 자전거 캠핑입니다. 드물게 차에 짐을 잔뜩 싣고 '미니멀 캠핑'을 하기도 합니다. 대개  장비는... 그냥 있는 것을 쓰고, 혹한기 혹서기 피하고, 되도록 험한 상황을 피해서 저성능 장비로 다녀도 되는 때만 다니는 게으른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산 정상에 올라간 다음 내려와서 7부 능선 이하에서 잠을 자는 방식입니다. 정상은 바람도 많이 불고 가려 주는 것도 없기에 힘든 곳입니다. 하산할 때도 에너지가 많이 들고,  정상에 사이트를 치면 처음 보는 장소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올라가면서 가끔씩 보이는 저기 자리잡으면 좋겠네 하는 장소가 보이면 기억했다 내려오면서 자리잡으면, 미리 조사한 장소에 사이트를 잡는 것이고, 하산하는 거리도 짧아집니다.  바람과 기온으로 산 정상이 겨울일 때도 아래 쪽은 가을일 때가 많습니다. 굳이 겨울인 데서 자는 대신 편한 곳에서 자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호연지기랄까, 정복욕이랄까, 간지랄까 이런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대신 사이트 선택의 자유랄까, 북적대지 않는 곳에서 자는 행복이랄까 이런 것을 얻습니다. 산은 정상이 가장 북적대더군요. 그리고 장비 선택도 널널해집니다.

하계 기준으로 가지고 다니는 장비를 설정샷으로 찍었습니다. 아래 장비를 모두 가지고 가지는 않고, 적당히 섞어서 갑니다. 재미 삼아 스스로 설정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10개 이하의 장비를 가지고 가기, 15개의 장비를 가지고 가기... 뭐 이런 놀이입니다.

그리고 이런 놀이를 할 때, 장비 선택과 행동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생존장비(서바이벌 키트)외에는 중복되는 장비를 가져가지 않는다.

2. 하나의 장비는 2가지 이상의 기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비만 선택한다. 예) 발포매트를 방석, 버너 바람막이 등으로 이용한다.

3. 생존 장비는 중복되게 갖춘다. 예) 불피우는 장비는 라이터, 부싯돌(파이어스타터), 돋보기(태양열 이용) 중 2개 이상 가져간다.

4. 보다 본질적인 것을 우선한다. 예) 캠핑 테이블 보다는 물과 음식이 우선.

5. 손에 익은 장비가 좋은 장비이고,  몸에 익은 지혜가 장비보다 우선이며,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 보다 위험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6. 자신을 너무 믿지 않는다. (30%는 체력과 시간의 여유를 확보한다. 산 꼭대기서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7. 남이든, 자연이든 경쟁하지 않는다.

8.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좋다는 일기예보를 믿지만은 않는다.)

9. 빨리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목숨보다는 텐트를 버린다. (홍수로 물이 불거나 할 때, 장비 회수하느니라고 시간 끌지 않는다. 서바이벌 키트만 들고 탈출한다.)

10. 규칙을 지킨다. (예: 위급상황이 아니면 취사 금지구역에서 불을 피우지 않는다.)

덜 좋은 장비(로우 테크)로 좀더 재미있게 노는 방식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외국 인터넷을 보면 올드 스쿠울 캠핑 이니, 18세기, 19세기 캠핑스타일, 등등의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이렇든 저렇든 놀이로 하는 것이고, 되도록 안전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장비의 자유도를 높이는 놀이를 하는 것을 즐기는 까닭 중에 하나는 이전의 취미가 스쿠바 다이빙이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스쿠바다이빙은 매우 장비 의존적이고 규칙을 따라야 하는 보수적인 놀이입니다.  백패킹은 텐트 없이 갈 수 있지만 스쿠바 다이빙은 호흡기 없이는 못하죠. 그런 영향으로 나름 원리를 이해하면서, 자유롭게 놀자하는 방식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장비 사진입니다.  성능이 가장 좋은 장비도 아니고, 그냥 가지고 있고, 이래 저래 쓰는 장비들입니다. 무게는 주방용 저울로 실측한 것입니다.

1) 폴란드 군용 판초 : 면재질입니다. 2장을 이용하면 소형 티피 텐트가 됩니다.  망또 처럼 입으면 방풍, 방한 기능이 조금 있습니다. 방수성능을 높이기 위해 왁스칠을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2장을 다 가지고 다녔지만 지금은 하나만 가지고 다닙니다. 1500g. 이것 대신 자작 타프(왁스처리, 1kg)을 가지고 가기도 합니다. 2장 55,000원 컴뱃샵.

2) 파크론 자충매트: 롯데마트 만원 언저리. 1200g이나 나가고 부피도 커서 데려가지 않는 녀석입니다. 그래서 위로 차원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싸구려 자충매트는 험하게 쓰면 구멍이 나기 쉽고, 그럴 때마다 수리키트는 안보이는 머피의 법칙을 겪습니다. 미군 규격(밀스펙)  써모레스트가 좋습니다만, 여름에는 백패킹 매트 대신 요가 매트, 의자시트, 은박매트 자른 것, 뽁뽁이 등 대체품을 쓰는 놀이를 합니다.

3) 빅텐 레인저 침낭: 여름에만 쓰는 침낭. 900g . 이마트 9,900원

4) 반쪽짜리 미군 울 담요: 105CmX150Cm. 750g 서예지 밑에 까는 담요를 빨아서 사용. 돌아다니는 것을 주워서 씀. 제대로 된 담요는 꽤 비싸서 사지 못함. 1. 하계 침낭 만으로 추울때 보완해서 사용.  2. 방한복을 가지고 가기는 어정쩡한 기간에 방한복 대신 걸침 3. 야영장에 불놀이 할때 옷을 보호하는 용도로 씀. 4. 매트가 불편할때 보완해서 깔개로 씀...

5) 독일군 야거 배낭: 850g. 컴뱃샵 중고세일 기간, 3만원 근처. 일상 용도로 쓰다가, 외국의 부시크래프터들이 장비가방으로 쓰는 것을 보고 따라함. 30리터 내외. 작은 배낭을 쓰는 덕분에 짐도 가벼워 지는 효과가 있음. 내부에 코팅이 되어있으나 80년대 초반 생산품이라 방수 성능이 완전하지는 않아서, 비닐봉지로 보완함. 

6) 보온병: 와이파이님이 쓰던 것. 520g. 딱히 성능이 뛰어나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있어서 쓰는 것임. 국립공원 등 취사금지 구역에서 컵라면 먹는 용도. 이 녀석이 가는 곳에는 버너를 가져가지 않음.

7) 라푸마 날진 물병: 회사에서 체육대회 기념품으로 준 것. 120g. 추울 때 탕파(유단포) 용도로도 씀.

8) 다이소 방수포: 2mX2m. 400g. 3,000원. 그라운드 시트로 쓰거나 반으로 접고 아일렛을 노끈으로 묶어서 침낭커버, 비비색으로 씀.

9) 랜턴: 킴스클럽(?) 알루미늄제. 마데인 지나. 120g. 맥라이트와 수중 랜턴 등 비싼 랜턴을 잃어버리고, 대충 쓰는 용도로 샀는데 5년동안 잃어버리지도 않고 씀.

10)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날개옷. 0g.

11) 랜턴용 예비 전지. 랜턴은 생존 장비임으로 중복.40g.

12) 레더맨 멀티툴: 180g. 30달러.

13) 서바이벌 키트: 다이소에서 산 스뎅 도시락에 구급약, 비상식량, 라이터, 돋보기 양초, 서바이벌 블랭킷, 모기약, 모기향, 중국제 맥가이버 칼 등등을 넣음. 580g.

14) 버너와 가스: 버팔로 버너, 이마트 9900원(?) 각각 450g, 가스는 1박시에도 예비용 포함 2개이상 가져가므로 총 1.5kg 이상. 취사 금지구역에는 가져가지 않음.

15) 물티슈 및 휴지: 80g

16) 로프: 40g

17) 주전자: 오프로드 제품. 옥션 18,000원. 스뎅. 320g. 코펠 대신 가지고 감.

18) 백패킹 테이블: 롯데마트 16,000원. 500g. 테이블, 바람막이, 야산에서 배변용 구덩이 파는 삽 용도로 쓰일 수도 있지만...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지 않을 수도 있음. 이전에는 다이소 스뎅 쟁반(80g, 2,000원)을 가지고 다님.

19) 휴대폰 예비 배터리: 랜턴 기능도 있음. 회사 기념품. 80g. 휴대전화 배터리도 생존장비이므로 중복.

20) 텐트폴 펙 세트: 폴란드 판초에 딸려옴. 500g. 등산 지팡이로 대체할 수 있음. 산에서는 나무에 로프 묶는 것으로 텐트 폴을 대체할 수 있어서 가지고 가지 않을 때가 많음.

21) 자동차 열쇠: 없으면 집에 돌아오기 힘들어지는 중요 장비. 40g.

22) 지갑: 150g. 잃어버리면 가장 곤란한 장비.

23) 시에라컵: 다이소 90g. 2,000원

24) 나무젓가락: 20g. 되도록 1회용 장비는 안쓰지만 저렴한데다. 위급시에 티타늄 젓가락은 불쏘시개로 쓸수 없지만, 나무젓가락과 그 포장지는 불쏘시개로 쓸 수 있기에 가져갑니다. 사용하면 버리지 않고 가져와서, 다음 캠핑에 불멍할 때 불쏘시개로 씁니다.

합계, 약 9,800g. 그 외, 요즘 200g 정도 나가는 미니 체어에 뽐뿌가 와서 추가 할 수 있음.

휴대폰도 장비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사진 찍는 용도로 쓰여서 빠졌습니다. 100g.

저놈들을 배낭에 다 넣으면 ...

이런 모습이 됩니다. 매트 폭이 넓어서 산에 갈때는 거추장 스러워 다른 매트를 가지고 갑니다.

실제로는 이 중에서 몇 개를 빼거나, 더 가벼운 장비로 대체해서 장비 무게는 6kg~8kg, 식량 2~4kg으로 해서 10kg 선을 맞추려고 합니다.

아주 가볍게 떠날 때는, 여름에만 가능한데 1) 판초에 4) 담요 13) 서바이벌 키트, 은박돗자리, 편의점 삼각김밥, 생수병을 둘둘 말아 로프로 묶어 숄더 백 처럼 메고 떠나기도 합니다. 이것을 양놈들은 19세기~20세기 떠돌이 노동자들이 많이 한 'haversack bedroll style'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5kg 내외의 무게입니다.

캠핑에서 장비는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비를 잘 알고 잘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장비 성능 안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