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에 부임한 정근우(41) 수석 코치와 대표팀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해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안컵(BFA)’에서 소중한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오는 8월 캐나다로 향해 미국, 호주 등 여자야구 강국과 맞붙는다.
스포츠서울이 창간 38주년을 맞아 정근우 코치에게 홍콩에서의 소회와 캐나다에서의 각오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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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월요일엔 최강야구, 주말에는 여자야구, 매일매일 최강근우.’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 선수단이 머리를 맞대 탄생시킨 문장이지만, 정근우 코치를 나타내는 말 중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것이다.
월요일엔 JTBC 예능 ‘최강야구’로 시청자를 만나고, 주말에는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수석 겸 야수 코치로 여자 선수들을 만난다.
그리고 매일 일상에선 세 자녀의 아버지, 자상한 남편이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으로 일선 초등학교에 티볼을 가르치러 나선다.
마치 슈퍼맨 같은 삶이다.
정근우 코치는 스포츠서울과 창간인터뷰에서 “‘최강야구’는 (지난 2020년)아쉽게 은퇴했던 내게 또 한 번의 ‘기회’ 같은 존재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제2의 삶을 살고 계신 내 나이 또래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너무 감사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그런 그가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수석 겸 야수 코치를 맡아 이번 여름에는 동메달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겼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다수의 국제 대회 경험이 있는 정 코치는 올해 대표팀에 부임해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수단과 6개월 넘게 동행하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 전술을 다듬고 세밀함을 더했다.
대표팀은 정 코치와 함께 홍콩에 오기 전 주자 사인을 다시 정립하고, 번트, 런 다운 플레이, 도루 등을 여러 차례 훈련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대표팀은 세계최강 일본을 상대로 실책 없이 경기를 마쳤고, 세계 2위 대만을 상대로 쉼 없이 뛰어 5점이나 뽑아냈다.
마지막으로 냉정한 전술과 함께 뜨거운 열정으로 힘 있는 야구를 추구하는 필리핀의 내야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아시안컵 기간 항상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지자 정 코치는 화가 났다고 한다.
“선수들이 일본에 5회 콜드게임으로 졌는데 ‘지난번에는 4회 콜드로 졌으니 이번엔 우리가 이긴 거다’라는 말을 하더라. 일본이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 하더라도 승부 앞에선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 선수다.
우리는 국가대표다.
홍콩에 관광하러 온 게 아니잖나. 화가 나 선수들에 쓴소리했다.
”
그러자 세계야구월드컵(WBSC) 진출권이 걸린 필리핀전이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 새벽, 포수이자 주장 최민희가 정 코치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
최민희는 ‘제발 우리를 포기하지 말아달라’ 했다고. 정 코치는 그 순간에도 냉정하게 “눈물 안 그쳐? 일본과 당연히 실력 차가 나는 건 알아. 그래도 자존심에서 지면 안 되는 거야. 어디 선수들이 일본에 5회 콜드로 졌는데 이겼다고 그런 표현을 하고 있어”라며 선수단에 투지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해피엔딩이었다.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필리핀에 9-5 승리로 세계야구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정근우 코치는 필리핀전에서 승리하자 허일상 배터리 코치와 함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끼는 선수들에게 쓴소리해가며 혹독하게 훈련해 일궈낸 성과였다.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군말 없이 자신의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오며 일궈낸 쾌거인지 정 코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 코치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내가 지시한 작전을 100% 이행했다.
양상문 감독님과 이동현, 허일상, 정용운 코치, 그리고 선수들 모두 하나 돼 원팀으로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선수로서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한국시리즈 우승 등 숱한 성과를 일궈냈지만 울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펑펑 울었다.
정 코치는 “지도자로 대회에 임하니 선수 한 명 한 명의 플레이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래서 선수들이 필리핀을 이기고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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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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