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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하는 주말 호잡질도 슬슬 지겨워지는게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하나 싶다.
한동안 푸성귀 키우는 재미에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이젠 새로이 키워보고싶은 것도 없다.
어제 주천장에 갔다가 모종상 앞에서 한참을 구경해도 심고싶은 게 없어 결국 로메인, 아삭이고추 멏대, 케일 몇포기만 들고왔는데 심을까 말까 고민이다.
처음 텃밭을 일굴땐 어무이가 신경질을 내도록 전화질을 하고 건너집 김사장 한테 음료수를 사나르며 나름 열심히 배웠는데 이젠 해가 갈수록 꾀만 난다.
해서 작년에 했던 태평농법은 그만두고 올겐 새로운 농법을 도입할까 싶다.
일명 윤석열식 농법!
거창한 인물을 앞세운 만큼 그에 걸맞는 몇가지 원칙을 정해보기로 하자.
1. 술 퍼먹고 디비져 자다가 가끔 아주 심심하거나 마눌님이 심히 쪼아대면 나가서 하는척만 한다
2. 풀 뽑기, 거름 주기는 모른다. 각자도생이 원칙이다
3. 전문가인 척 알려주는 놈은 뭔가 속셈이 있어 그러는 거니 절대 믿지말라. 나만큼 잘 아는 전문가는 없다
4. 농사가 잘 안되는 건 날씨나 국제정세 탓이지 절대 내탓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말라. 풀들도 기어오른다
5. 가끔 모르는 게 있거든 티비에서 그가 하는 짓거리를 잘 봐라. 윤석열 대통령질 하디끼 하면 대차 없다
6. 그래도 잘 안크고 게기는 푸성귀가 있거든 여차하면 제초제나 예초기로 조져버릴 거라고 겁을 줘라
7. 혹 사람들이 농사 개판이라고 흉보거든 전 주인이 비료만 치고 땅 걸구기를 게을리한 탓이라고 둘러대라. 최고의 핑계로 적어도 5년간은 울궈먹을 수 있다
8. 농사도 이념이 중요하다. 가끔씩 오른쪽으로 크라고 점잖게 타일러도 한사코 왼쪽으로만 가려는 풀도 있는데 싹수가 노란 푸성귀니 과감하게 잘라내라
9. 이렇게 전문가인 내가 잘 가르쳐 키워줬는데도 동네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소통이 부족한 것이다. 늘 먹는 술 사이사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필요가 있다
10. 자, 이제 너희들은 자유다. 단, 내가 원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렇다. 이렇게 자유롭게 놔 줬는데 제대로 못 큰다면 그것은 오롯이 너희들 책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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