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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만큼의 과거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한만큼 이뤄낼 수 있을까? 드라마 '폴아웃'은 이런 질문에 대한 뼈있는 농담같은 영화다. 핵전쟁으로 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인간과 인간의 불신,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또다른 전쟁들은 이미 닳고 닳은 소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호기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장미빛 미래를 그렸던 우리의 호기심과는 다른 우리의 깊은 곳 반대편에 있던 말하지 않았던 공포를 보여준 드라마가 바로 '폴아웃'이라 생각된다. 발생하면 안될,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법에 의한 인간 내면의 공포를 드라마는 시각적으로 적나라하게 펼쳐낸다.
핵폭발과 함께 시작한 영화는 그 과정을 그려내지 않는다. 거대한 폭발에 의한 인간의 죽음, 도시가 무너지고 불바다가 되며 울부짖는 아비규환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그대로 스킵해나간다. 그것도 무려 200년이나 지난 시간으로. 무려 200년이다. 어쩌면 200년이라는 시간은 종말을 맞이했던 시대가 다시 종말을 맞이하고 희망을 찾아 모든 것이 화합과 평화가 시작되기 충분할지도 모른다는 그 시간 '폴아웃'은 우리의 시점을 다시금 배반한다. 드라마의 시작은 비록 한정된 공간이지만 서로 협력하고 나누고 도우며 살아가는 이상적 인간관계를 가진, 아니 가진 것처럼 보이는 '볼트'를 비춰준다.
'드라마' 폴아웃은 1997년 처음 출시되어 최근 2018년 '폴아웃 76'까지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어어 온 인기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게임자체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탄탄할 뿐만 아니라 액션RPG로서의 게임성까지 우수해 상당히 많은 사랑을 받았고 현재는 '폴아웃5'까지 제작하고 있다. 게임에서 유저에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세계관'이었다. 세계가 멸명하고 난 이후의 인간의 여정이라는 주제아래 펼쳐진 황량하면서 삭막한 인물들의 고군분투라고 할까. 게임은 그런 거친 삶의 여정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파생되는 인간관계나 수많은 여정은 마지막은 물론 게임답게 '액션'으로 마무리되었고 그 역시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루시 맥클레인'이 겪는 '볼트'와 바깥세상의 괴리감, 하지만 여정의 끝에 맞이한 반전. 그리고 그 사이에 얽힌 안방여자(?)와 바깥양반(?)의 황량한 도시사막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로맨스와 텍사스 구울이 보여주는 웨스턴 샷건까지 그들의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뉴캘리포니아로 대변되는 미국의 역사대체물이라는 불편한 사실은 외면하기에 너무 짙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단점은 있다.) 물론 '폴아웃' 속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만으로 이 거대 스펙터클을 채울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인간과 인간사이에 '사회'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어떤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위험한 질문을 해댄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 대한 잣대에 꽤나 위험한 매스를 대며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이미 '혹성탈출'리부트 3부작을 통해서 관통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리더와 반대세력에 대한 전쟁, 그 안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인간'의 관점을 통해 질문을 했다면 이번에는 '자본주의 사회'에 과연 '사회주의'는 필요악(惡)인가라는 노골적 의문을 던진다. '볼트'인이던 '뉴 캘리포니아 공화국'을 세우고자 하는 이가 되었던 '형제단'이 되었던 그들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성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그들을 통해 드라마 '폴아웃'의 첫 번째 시즌에서 보여주는 주제의식은 제법 명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빠지자면 어쩌면 미국이라는 나라, 혹은 미국에서 만드는 드라마가 가지는 최고의 장점이 되는 부분은 다양한 소재나 거대자본이 아니라 빨갱이를 몰아내며 폭력으로 얼룩진 자본주의 위에 세워진 국가에서 이런 국가적 기반이 되는 사상에 가감없이 의문을 표하는 매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시즌2가 기대되면서도 우려가 되는 점도 많다. 수많은 인간관계 그리고 그 인간집단 속에서 보여지는 단체의 특성 등 균형있으면서 굵직한 떡밥을 뿌려놓았지만 시즌이 지날 수록 그 균형을 잃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 철학적 내제를 품으면서도 재미까지 갖췄던 '웨스트 월드'는 너무 아쉬웠다. 시즌 1의 인간과 로봇이라는 관계속에서 가지는 묵직하면서도 진중했던 의미가 시즌이 계속될수록 흥미위주의 신변잡기식 추격전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굳이 '웨스트 월드'이야기를 꺼내 비교하는 것은 '폴아웃'과 함께 제작자이자 극본가가 '조너던 놀란'이기 때문이다. 제발 부탁이지만 이번만큼은 제발 잘 준비해줘서 후속시즌에서는 난데없이 시청자들의 멘탈을 '아포칼립스'화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드 라스트 오브 어스 리뷰: https://blog.naver.com/rdgcwg/223107984952
-영화 속 한장면 '혹성탈출' : https://blog.naver.com/rdgcwg/221454002798
-영화로 보는 미래적 신인류의 기원 : https://blog.naver.com/rdgcwg/221454002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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