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kotobaken.jp/qa/yokuaru/qa-72/ (일본어)

히라가나(平仮名)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에도 시대까지는 구가이(空海)가 만들었다는 것이 널리 믿어져 왔었으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구가이는 고보다이시(弘法大師)라고도 불리는 헤이안 시대 초기(774~835)의 승려로서, 견당사를 거치고, 신곤슈(真言宗)의 개조(開祖)가 되었습니다. 가마쿠라 시대 이후에 이로하 노래(いろは歌)를 만들었던 것이 구가이라는 속설이 생겨났습니다. 이로하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구가이 시대로부터 훨씬 이후의 일(11세기)이기에,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겠지만, 이로하 노래는 그 내용이 불교의 중요한 사고방식인 「무상관無常観」을 매우 간결하게 드러낸 것으로도 읽히기에, 일본을 대표하는 승려인 구가이가 만든 사람이라고 여겨지게 된 것입니다.

이로하 노래

이 이로하 노래는 헤이안 시대 말기 이후 (메이지 시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처음 히라가나를 익힐 때의 교본으로서 사용되어졌습니다. 그래서, 이윽고 이로하 노래 뿐만 아니라, 히라가나까지도 구가이가 만들었다... 고 믿어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이유에는 구가이가 중국인들조차 혀를 내둘렀던 서적 명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는 부분이 관여했음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참고로 가타카나片仮名는 역시 에도시대까지 기비 노 마비키(吉備真備)라는 나라시대 구교公卿가 만들었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이 사람도 견당사로서 중국에 건너갔으며, 그 재주로 중국인들을 놀라게 했었다는 다양한 전설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히라가나를 만든 것이 개인이 아니라면, 어떤 사람「들」이 히라가나를 만들었을까요? 히라가나라고 하면, 여성 문학(여자들의 문자)의 이미지가 있지만, 탄생할 무렵의 히라가나 자료에서 분명히 여성들이 썼다고... 하는 증거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히라가나에 여성 이미지가 붙었던 것은 히라가나가 문자로서 성숙된 뒤, 여성, 특히 궁중에서 일하는 뇨보(女房)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서 일기나, 수필, 이야기물 같은 히라가나로 쓴 문학이 꽃피웠기 때문일테죠. 그럼에도 그것은 히라가나의 자체적인 탄생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누키노코쿠시노게아리토시모시부미

(讃岐国司解藤原有年申文)

[도쿄 국립박물관 소장]

문자 부분을 발췌한 것.

[도쿄 국립박물관 연구정보 아카이브]

https://webarchives.tnm.jp/imgsearch/show/C0008421

히라가나라고 하면, 또 한가지, 한자나 한문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문자... 라고 하는 이미지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이후 시대의 히라가나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측면도 없는 것이 아닙니다만, 히라가나를 만들어낸 것은 그런 사람들이었다고는 말 할 수 없습니다. 탄생할 무렵의 히라가나 사용자들을 살펴보면, 후지와라 노 아리토시는 톱클래스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소위 실무관료였고, 엔친에 이르면 헤이안 시대의 덴다이슈(天台宗)를 대표하는 고승의 하나입니다. 오히려, 한자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한자로부터 독자의 문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쪽이 부자연스럽겠지요.

헤이안 시대의 히라가나 사용법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쓰는 연월일을 쓰지 않는다... 고 하는 것입니다. 필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한문으로 쓴 문서에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有年申文 아리토시모시부미」의 연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 문서가 한문으로 쓰여진 문서의 추신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며, 본체에 해당되는 한문 문서에 연월일이 쓰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문 문서가 언제, 누가 썼는가?를 밝히고, 훗날의 증거를 위해 배려하고 있는데 비해, 히라가나로 쓴 것은 그런 배려의 필요성이 없는 것처럼, 이를테면 사적인 교환 등에 사용되었다고 여겨집니다. 탄생했을 무렵의 히라가나는 그렇게 두고두고 증거로서 쓸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 사용되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자료는 극히 드문 것입니다.

2014년에 교토의 후지와라 노 요시미(藤原良相) 저택이라는 유적(9세기)에서 연회 등에서 사용한 뒤 폐기했다고 여겨지는 토기에 먹으로 쓴 것이 다수 출토되었습니다. 히라가나는 처음에 그렇게 「소비되는 문자」였던 것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히라가나를 처음 만들었던 것은 개인이 아닌, 헤이안 시대 9세기 중엽의 수도에 살았던, 아마도 남성들이었다고 여겨집니다. 그것도 한자를 사용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적어도 나름대로 한자를 잘 구사할 수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공식이 아닌 용도를 위해 발생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요?

사실, 히라가나의 탄생 이전에 만요가나(万葉仮名) 시대에도 탄생되었을 무렵의 히라가나와 같은 용도의 자료, 이를테면 사적인 편지(쇼소인 문서正倉院文書 내용 중에 만요가나 문서)나, 토기의 낙서(아스카쿄飛鳥京 유적 원지(苑池) 유구에서 출토된 고쿠쇼 토기(刻書土器)가 있습니다. 그러던 것들이 이윽고 히라가나로 바뀌어갔다고 여겨집니다. 그 시기는 왜 9세기 중엽이었는가? 그 정확한 해답은 향후 연구에서 요구되고 있지만, 종이 이상으로 목간이 한자 자료로서 많이 사용되던 시대에서 나무보다도 매끄러운 운필에 적합한 종이가 보다 보편적이 된 시대로 이행한 것이 그것과 관계있을지도 모릅니다.

【 참고문헌 】

▶ 고마쓰 시게미小松茂美, 『かな その成立と変遷 가나 그 성립과 변천』, 岩波書店, 1968年

▶ 쓰키시마 히로시築島裕, 『日本語の世界5 仮名 일본어의 세계 5 가나』, 中央公論社, 1981年

의외로 여자들이 만든 문자가 아니고, 승려 같은 남자들이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