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앞자리가 바뀐다고하니 지금까지와 앞으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워낙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돌이라 인간관계도 협소한 편이고 이 나이 되도록 연애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그렇습니다. 그냥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귀찮고 비위 맞추기도 싫고 뭣보다 혼자 노는게 편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이다보니 가끔은 외로움도 느끼고 정이 그리워지는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몇 안되는 십년지기 친구들을 만나면서 해소하고 있습니다. 사실 워낙 협소한 인간관계를 유지한 채로 오랜시간 살다보니 새로운 인연을 쌓는다는게 벽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직장은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대략 올해 5년차가 되었습니다. 처음 다닐 땐 수습 세후 160을 받은 거 같은데 직장운이 좋은 건지 회사가 매년 성장을 거듭해서 지금은 이런저런 성과급을 다 합해서 평균적으로 세후 350을 받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직장동료 분들. 사장님. 모두 좋은 분들이어서 큰 문제없이 직장생활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집돌이라 돈 나갈 때가 없어서 용돈,전세이자,보험 기타 등등 고정비용과 용돈 포함해서 한달에 70만원을 제외하고 모두 저금하고 있습니다. 가끔 가족들 생일이나 경조사땐 추가적으로 지출이 나가고요.

재재작년에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평생 저금만 하다가 코인에 혹해서 600을 넣었다가 500을 날리는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정확히는 2018년 1월경에 물리고나서 3년을 존버하다가 오늘 손절을 쳤습니다. 그냥 잊고살듯 아무생각없이 지내다가 저번달에 본전의 7할까지 올라온 때가 있었는데 그만 또 욕심을 못버리고 본전생각하다 기회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하다 오늘 딱 100만원을 건지고 털었습니다. '아, 나는 설령 또다시 똑같은 상황이 와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깨끗히 털고 코인에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사실 이 돈 있든 없든 크게 달라질 거 없어서 냅둬도 됐겠지만 결국 이 미련이 언젠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름 큰 수업료를 치른 경험이 기억이 남아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팔고나니 마음이 참 후련하네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코인을 시작할 당시에 별로 돈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눈이 돌아가서 대출까지 받아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대출금액이 얼마 안돼서 포기했거든요. 정말 이 점은 은행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ㅎ..

아무튼 코인은 손을 뗐지만 마냥 통장에 넣어두는 길도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서 여유있는 현금은 삼성전자에 예금해놓고 있습니다. 전세계약 만료될 때 쯤 이자라도 몇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3년)

지금 기준으로 모은 돈은 6200만원정도 됩니다. 20살부터 직장생활 해온 걸 생각하면 많이 모자른 감이 있는데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들어갔던 돈들과 군대기간. 제대로 돈을 모으기 시작한지는 지금 직장에 들어온 후 약 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타고난 성격도 있고 맛(경험)을 못봐서 그런지 연애생각.. 더 나아가서 결혼 생각도 없고 그냥 적당히 돈이 모이면 대출끼고 부모님이랑 살 집이나 한 채 구해서 오순도순 사는게 목표입니다.

급마무리로 글을 쓰면서 왜 갑자기 이런 넋두리를 썼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워낙 게으르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인생을 크게 고민없이 살아가고 있다보니, 뭔지 모를 위기감에 저처럼 사시는 분들도 어딘 가엔 있을 거라고 공감을 얻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어딘 가엔 있겠죠..? 저와 비슷한 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