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꼴찌’ 한화가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역대급 과열 양상인데, 2군 전력으로 1군 경기를 치르는 팀이 손 놓고 있는 것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 당장 필요한 것은 FA 영입이 아니다.
팬들에게 구단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납득할 때까지 이해를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 2년 내 야구단을 매각할 것이 아니라면, 눈 딱 감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을 봐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팬 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보살로 알려진 팬심이더라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군 티켓값을 주고 2군 경기를 보여주는 것은 팬에 대한 예의도, 상대팀에 대한 존중도 아니다.
 | 한화 김민우가 2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성취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1. 12. 2.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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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압도적인 꼴찌에 머물렀다.
시즌 승률이 0.371(49승 12무 83패)에 불과했다.
감독대행체제로 치른 지난해 팀 승률(0.326·46승 3무 95패)보다는 좋았지만, 참담한 성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5점대 평균자책점(ERA·5.28, 9위)이던 팀 마운드가 4점대(4.65, 7위)로 향상된 점이 소득이다.
14승을 따낸 김민우는 13홀드를 챙긴 강재민과 함께 최대 수확으로 꼽힌다.
김민우가 내년에도 올해처럼 활약한다면, 한화는 토종 선발 한 명을 육성한 셈이 된다.
팀 장기비전으로 자체 육성을 실행에 옮긴 것은 지난해 6월부터다.
한용덕 감독이 팀을 나간 뒤 임시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대행(현 퓨처스팀 감독)은 당시 “10년째 육성이 안된다는 얘기를 듣는 이유는 육성 방향이 순간순간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화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거의 비슷하지 않나 싶다.
육성 방향을 정했으면, 어쨌든 결승선까지는 가봐야 성패를 알 수 있는데, 성적과 육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기 마련”이라고 일침했다.
눈 딱 감고 육성에 올인하는 것이 한화의 결정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포함해 주요보직 코치를 외국인으로 구성한 것도 외부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가 담긴 선택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지난해 100경기 남짓 육성 방향을 수립해 올해 첫 시즌을 치른 셈이다.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한다면, 2024년에나 5강 도전에 나설 전력을 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화 정은원이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행사장으로 입장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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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구단 안팎의 저항에 부딪힐 게 불보듯 뻔하다.
최 감독은 대행시절 “어느 해는 ‘육성을 해야한다’고 방향을 잡아뒀다가 곧바로 ‘성적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틀어버리면 이도 저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 기조가 1, 2년 실패로 무너진다면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된다.
차라리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입장료를 퓨처스리그 수준으로 대폭 낮춰, 홈팬이 선수 성장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지금 한화에 필요한 전략이다.
팀 승리도 중요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를 팬과 함께 노력해 만들어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리빌딩 기조에는 필요한 덕목이다.
원정팀에 대한 예우는 또 다른 형태로 갖출 각오도 해야 한다.
경기력이 크게 떨어지는데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이기심이다.
답안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문제를 바꾸면 남는 게 없다.
이왕 칼을 뽑아들었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보는 게 맞다.
물론 4~5년 중장기 계획안에는 외국인 선수 수준과 FA 영입 플랜 등도 들어있는 게 당연하다.
이 플랜을 팬들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팬들은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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