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키움)가 미소 지었다.
프로야구 키움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 LG와의 홈경기서 6-4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갔다.
한국시리즈까지 한 걸음 남았다.
쐐기를 박은 것은 7회말이었다.
경기 중반까지 0-2로 끌려가던 키움은 6회말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7회초 2실점해 3-4로 리드를 내줬다.
분위기가 넘어가려던 7회말, 임지열이 먼저 나섰다.
2사 1루서 이용규의 대타로 출전했다.
상대 투수 이정용의 초구, 시속 147㎞ 패스트볼을 노려 좌중간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비거리 130m의 아치를 그리며 5-4로 점수를 뒤집었다.
후속 타자는 이정후였다.
역시 이정용의 초구, 시속 147㎞ 패스트볼을 조준했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의 백투백 홈런이었다.
더불어 포스트시즌 통산 첫 홈런을 완성했다.
배트 플립 후 포효한 이정후는 베이스를 모두 돌고 홈을 밟은 뒤 격한 세리머니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금의환향했다.
6-4로 쐐기를 박았다.
다음은 이정후와의 일문일답.
-멋진 홈런을 쳤다.
“선발투수인 (안)우진이가 힘들 텐데도 정말 잘 던져줘서 쫓아갈 수 있었다.
지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계속 벤치에서 찬스 한 번 오면 분명히 뒤집을 수 있다고 했다.
덕분에 역전했다.
이후 역전당했을 때도 분위기가 나쁘거나 가라앉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지열이 형이 큰일을 하나 해주셔서 나도 그냥 분위기에 취해 휘둘렀는데 타구가 넘어갔다.
좋은 경기 한 것 같다.
”
-초구 노렸나.
“그렇다.
지난번에 잠실 경기에서 이정용 선수와 한 번 붙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초구에 패스트볼을 던지더라. 그때가 떠올라 빠른 공이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
”
-홈런 친 순간 이 경기는 잡았다 싶었나.
“솔직히 한 점 차일 때는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열이 형이 홈런 친 뒤 출루해서 연결하거나 2루타 이상의 장타를 꼭 치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를 좀 빨리했는데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내 홈런 이후 그래도 오늘 이길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임지열의 홈런 봤을 때 소름 돋았을 듯하다.
“맞다.
대기 타석에서 스윙하고 있었는데 형이 치는 순간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소름 돋았다.
”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라 의미 있다.
“그렇다.
난 홈런 타자는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 홈런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팀이 지고 있을 때가 아닌 중요한 순간에 나와 의미 있다.
”
-세리머니 인상적이었다.
일부러 그런 건가.
“LG 팬분들이 많으신데 우리 팬분들도 그에 뒤지지 않는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셨다.
그 가운데 좋은 홈런이 나와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
-4차전(28일)은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항상 경기 전에 모여서 ‘무조건 이겨야 돼’가 아닌 ‘지더라도 후회 없이 하자’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게임을 하니 계속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기려고 하면 몸이 경직되고 부담스럽다.
찬스에 방망이가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내일 경기가 없어지면 내년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전부 다 과감하게 한다.
투수 (김)재웅이가 막 다이빙 캐치를 하고 지열이 형이 나와서 초구를 쳐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과감하게 하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내일도 포스트시즌 첫 경기 때부터 해왔던 것처럼 그냥 후회 없이 플레이하면 될 듯하다.
”
-시리즈 전 타격감 이상하다고 했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내 타이밍에 잘 맞고 있는 것 같다.
감각이 돌아왔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
-매 경기 결과가 기대 이상이다.
“재밌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뒤집는 것도 재밌고, 모든 사람이 열세라고 생각하는 판을 뒤집는 것도 재밌다.
이래서 스포츠가 재밌는 것 같다.
아무리 우리가 불리하다고 평가받아도 공은 둥글기 때문에 이렇게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
팬분들도 좋아하고 저희도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게 된다.
지금도 시리즈가 끝난 게 아니니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내겠다.
잘 쉬고 내일 4차전에서 끝마치겠다.
”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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