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경기 7홈런 몰아치고도 '홈런왕' 박병호 재기 물음표[SS 스타]

KT 박병호가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원정경기에서 1회초 2점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10경기에서 홈런 7개를 몰아쳤지만 ‘홈런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 2년간 슬럼프가 큰 충격으로 다가와 “전반기가 끝났을 때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한시름 놓을 것 같다”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 군단’의 4번 타자로 거듭난 박병호(36·KT) 얘기다.
박병호는 지난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2점 홈런과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로 펄펄 날았다.
삼진도 한 개 당했지만 나흘 만에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로 건재를 과시했다.
시즌 타율은 0.281로 준수한 편이고, 30타점으로 부동의 타점 1위 한유섬(33·SSG)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강백호와 헨리 라모스가 발가락 골절 등으로 빠져 클린업트리오가 붕괴한 상황이지만, 박병호의 활약 덕분에 KT는 승률 5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KT 박병호(왼쪽)가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원정경기에서 개인통산 338호 홈런을 폭발한 뒤 선행주자 김민혁의 축하를 받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결정적인 실책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한 설움을 호쾌한 홈런으로 되갚은 박병호는 “냉정히 돌아보면 지난주에 몰아치기를 했을 뿐 기량을 회복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과 수석코치님께서 선수들에게 농담도 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계신다.
30대 선수가 많아 더그아웃 분위기를 위해 딱히 내가 할 일이 없다”며 최근 타격감 회복 이유를 밝은 팀 분위기로 돌렸다.
심리적 안정은 박병호를 춤추게 한다.
키움 시절인 2020년부터 두 시즌 동안 박병호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두 시즌 모두 20홈런 이상 때려냈지만 타율은 0.220대에 머물렀다.
두 시즌 동안 삼진만 255개를 당했고, 허리와 손목 등 통증을 살았다.
그는 “두 시즌간 이어진 슬럼프는 큰 충격이었다.
아직 완벽히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특유의 몰아치기를 했다는 것은 달라진 게 있다는 뜻. 박병호는 “생각을 바꿨다”고 고백(?)했다.
그는 “삼진은 어차피 당하는 것이다.
이왕 삼진당할거면, 공이 날아들기 전에 스윙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씀을 타격코치님과 동료들이 해줬다.
어정쩡한 스윙보다 자신있게 스윙하고, 시원하게 삼진 당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그러려고 노력하다보니 히팅 포인트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 박병호가 1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원정경기에서 2점 홈런을 때려낸 뒤 베이스를 돌자 상대 유격수 박찬호가 바라보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이날 때려낸 홈런이 생각의 변화를 입증하는 장면이다.
KIA 선발 이의리가 던진 시속 146㎞짜리 패스트볼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이 공을 좌측 불펜으로 보냈으니, 반박자 이상 빠르게 스윙했다.
그는 “속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여서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췄다.
물론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할 때도 있지만, 속구 타이밍에 스윙을 하는 게 현재로서는 맞는 방향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홈런으로 역대 개인 최다홈런 7위(338개)로 올라선 그는 “330개를 넘어섰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많이 컸다 싶다”고 웃으며 “(KT와) 3년 계약했으니 400홈런은 때려보고 싶다는 희망은 있다”는 속내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욕심을 낼 시기도, (재기를) 확신할 컨디션도 아니다.
바뀐 생각을 꾸준히 행동으로 옮겨 전반기가 끝났을 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지난 2년간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만족을 모르는 ‘야구 욕심’은 여전하다.
홈런왕의 재기 시그널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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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경기 7홈런 몰아치고도 '홈런왕' 박병호 "재기 물음표"[SS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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