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잠실구장은 ‘두산 왕조’의 땅이다.
왕조의 터전에서 또다른 왕조가 대관식을 거행했다.
SSG는 5일 잠실구장에서 2022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 시상식을 했다.
홈인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정규시즌 일정을 마친 탓에 어쩔 수 없이 원정에서 팡파르를 울려야했다.
그 무대가 운명의 장난처럼 잠실구장이 될 것이라고는 양 팀 다 생각하지 못했다.
SSG가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 패한 탓에 우승 확정이 이틀 미뤄진 셈이다.
SSG는 전신인 와이번스 때부터 두산과 세기의 라이벌로 꼽혔다.
SK가 ‘왕조시대’를 구축한 2007년부터 이른바 ‘육상부’ ‘벌떼’ ‘화수분’ 등의 키워드를 만들어내며 엎치락뒤치락 우승 경쟁을 했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는데, 왕조 구축의 최고 러닝메이트가 두산이었다.
 |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 둘째)이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롯데와의 경기 에서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뒤 김재환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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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서 선수와 코치로 팀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김태형 감독은 2012년부터 3년간 SK에서 코치생활을 하며 왕조의 시스템을 들여다봤다.
SK가 1세대 왕조를 거친 뒤 쇠락기로 접어든 2015년 두산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취임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7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위업을 달성했다.
SK에서 삼성(2010~2015년 한국시리즈 진출)으로 이관된 ‘왕조’가 두산으로 옮겨진 시기이기도 했다.
두산에서 수석코치로 투수들을 이끌던 이강철 감독이 KT 지휘봉을 잡은지 3년 만인 2021년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낸데 이어, 이 감독의 반자리를 채운 김원형 코치가 SSG 지휘봉을 잡고 취임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따낸 점도 이채롭다.
‘두산에서 투수 파트 책임자로 김태형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지도자는 감독으로 우승한다’는 공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 KBO 허구연 총재(오른쪽)이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 시상식에서 김원형 감독(왼쪽)과 민경삼 단장에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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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룡 단장과 SSG 민경삼 대표이사의 이력도 두 팀의 라이벌 역사를 대변한다.
선수 출신으로 프런트 밑바닥부터 최고위층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한 구단에서 장수하며 운영,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도 공통분모다.
쇠락한 왕조가 긴 암흑기를 거치는 것과 달리 두산과 SSG는 비교적 단기간에 정상에 도전하는 팀으로 올라선다.
프런트 중심의 시스템이 견고하게 뿌리를 내린 덕분이라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긴 스토리를 가진 두 팀이 왕조의 종식과 탄생을 잠실구장에서 알린 것은 KBO리그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는 의미를 띤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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