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주신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
배성근(28)이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난다.
롯데는 31일 배성근의 은퇴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전날 배성근이 구단에 면담을 요청, 은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20대 나이인 만큼 다소 갑작스러운 선택으로 느껴질 수 있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배성근은 “솔직히 아쉽지 않다고,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마무리를 잘해야 또 다른 시작도 있는 것 아닌가. 9년간 부산에서 정말 즐겁게 야구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배성근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전체 40순위)로 롯데 품에 안겼다.
롯데 유격수 하나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뛰었다.
배성근은 “내겐 꿈이자 자부심이었다”고 돌아봤다.
입단 당시부터 안정적인 수비 등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2019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뒤 지난해까지 내야수로 통산 140경기에 나섰다.
타율 0.180(183타수 33안타) 1홈런 등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선 7시즌 동안 타율 0.263(803타수 211안타)를 마크했다.
생존을 위한 과감한 도전도 꾀했다.
지난 시즌 막판 투수로 전향했다.
9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교육리그에 나서 최고 148㎞에 달하는 공을 선보이기도 했다.
배성근 입장에선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그만큼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배성근은 “유격수에 대한 애착이 컸다.
투수전향은 또 하나의 모험이었다.
스스로 납득이 돼야했다”면서 “평균구속 145㎞ 이상은 던질 수 있어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아슬아슬하게 못 미쳤다”고 말했다.
◆ 인생 제2막을 펼치며
야구선수로서 마침표를 찍지만 배성근의 삶은 계속된다.
인생 제2막을 시작해보려 한다.
배성근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가족들도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배성근은 지난 14일 약 3년간의 교제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은 바 있다.
배성근은 “가족들에게 고맙다.
무엇보다 결혼 직후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다행히 내 뜻을 이해하고 지지해줬다.
큰 힘이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작별 선물도 남겼다.
퓨처스리그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린 후배들을 위해 천만 원 상당의 기부를 하기로 했다.
“너무 약소하다”고 자세를 낮춘 배성근은 “돌이켜보면 1군보다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형평상 배트나 장비 등을 맘껏 사기 어려웠다.
후배들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을까 싶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9년간 함께 웃고 울었던 롯데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 찬란했던 순간들을 새기고
이별 앞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할 터. 배성근은 한 명 한 명 떠올렸다.
“일단 야구를 할 수 있게끔 해주신 롯데에게 감사하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때로는 가족보다도 동료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 즐겁게 야구할 수 있었다.
몸은 떠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팬들을 향한 애틋함도 드러냈다.
배성근은 “9년간 가장 큰 원동력이 돼준 팬 분들에게 정말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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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네요
남은인생 찬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