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SG 문승원과 박종훈이 비FA 최초의 다년계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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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구단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 경쟁을 미리 차단하고 향후 시행될 샐러리캡 제도를 고려해 여유 공간도 확보했다.
선수는 도전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시장에서 유독 가치가 높은 선발투수라 건재함을 증명한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원클럽맨에 보다 큰 가치를 뒀다는 후문이다.
SSG와 문승원, 박종훈으로 인해 KBO리그 다년계약 시대가 열렸다.
SSG는 지난 14일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원(연봉 47억원·인센티브 8억원),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인센티브 9억원)에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선수는 FA 계약으로 목돈을 거머쥐기를 바란다.
인생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려 하는 경우는 없다.
2022시즌을 정상적으로 보내면 문승원과 박종훈은 나란히 FA가 된다.
하지만 이번 다년계약으로 인해 FA 자격을 포기했다.
이해하지 못할 일 또한 아니다.
박종훈과 문승원 모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2022년 6월 실전 복귀 예정인데 복귀시즌부터 100% 기량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재활시즌에 따른 관리가 필요할 것이며 등판 간격이나 등판 횟수를 조절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구위와 제구도 이전보다 못할 수 있다.
FA를 앞두고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시기가 재활시즌과 맞물렸다.
박종훈과 문승원 모두 이를 고려해 다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선수만 이득을 본 것은 아니다.
이번 다년계약의 핵심은 SSG 연봉 구조에 있다.
SSG는 2021시즌 개막 시점에서 가장 팀연봉이 높은 구단이었다.
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팀 연봉이 97억5600만원으로 이 부문 1위다.
역대 최다 27억원 계약을 맺고 한국으로 복귀한 추신수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스타 최정, 주전포수 이재원, 주전 2루수 최주환 등 대형 FA 계약자들이 팀 연봉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더불어 선수단 평균 연차도 NC와 LG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고연차 선수들로 인해 연봉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종훈과 문승원의 올해 연봉도 각각 3억2000만원, 3억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부터 샐러리캡이 시행된다.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한데 그랬다가는 사치세를 피할 수 없다.
2022시즌을 끝으로 이재원과 맺은 4년 계약이 끝나는 것은 다행이지만 최정과는 계약 기간 2년이 남았다.
FA가 되는 박종훈과 문승원은 물론 외부 FA 영입도 고려해야 하는데 여유가 없다.
구단들은 사치세보다는 신인 지명권 하락에 부담을 느낀다.
2년 연속 샐러리캡 기준선을 넘기는 구단은 사치세와 더불어 1라운드 신인 지명권도 9순위 아래로 밀린다.
눈앞만 바라보고 투자했다가 미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SSG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이번 박종훈, 문승원과 다년 계약 구조를 설정했다.
SSG 구단 관계자는 “박종훈, 문승원 선수 둘다 다년계약 첫해인 2022년 연봉이 가장 높다.
첫 해에 가장 큰 돈을 받고 이듬해부터 연봉이 내려간다.
구단 샐러리캡 구조를 고려해 이러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즉 SSG는 2022년 팀연봉 정점을 찍고 샐러리캡이 시행되는 2023년부터 차츰 팀연봉 규모를 낮추면서 운신의 폭을 넓혀가는 전략을 짰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계약기간 동안 활약한다면 SSG는 이번 다년계약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아쉬운 점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이다.
KBO는 2022시즌 종료 후 박종훈과 문승원이 FA 자격을 얻었음을 공시한다.
2024시즌까지 계약된 최정도 마찬가지다.
계약에 따라 FA 자격을 행사할 수도 없는데 FA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보도자료가 나간다.
지난해 김현수도 그랬다.
김현수는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보상으로 첫 번째 FA 계약 후 3년 만에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KBO로부터 FA 자격 공시도 됐는데 계약에 따라 이번 겨울 FA 자격을 신청했다.
늘 그랬다.
구단 혹은 선수나 에이전트는 영리하게 규정의 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게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된다.
두산은 지난해 허경민과 정수빈에게 각각 6년과 5년 계약을 안겼다.
그러자 올해 FA 대어 다수가 5년 이상 장기 계약을 원한다.
두산은 이미 박건우를 놓쳤다.
김재환 한 명 잔류에만 전력투구하는 처지가 됐다.
FA 계약시 4년 보류권을 고려해 4년 계약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누구도 계약 기간을 4년으로 한정짓지 않는다.
KBO 또한 앞으로 FA 자격 발표 때마다 허황된 이름만 올리게 됐다.
 | 두산 김태룡 단장(오른쪽두번째)가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엘리에나 호텔 임페리얼홀에서 열린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다른 단장들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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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계약과 다년 계약, 그리고 보류권 등에 대한 전면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샐러리캡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특히 그렇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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