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야구장 빨리 나오려고 해요.”
오랜 침묵을 깼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하루를 보냈다.
물꼬는 텄다.
다시 뜨겁게 달리면 된다.
삼성 ‘캡틴’ 오재일(37) 이야기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팬이 있어서 또 뛸 수 있다.
오재일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7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한 방을 때리며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삼성도 6-1의 승리를 거뒀다.
첫 세 타석에서는 삼진 2개, 뜬공 하나에 그쳤다.
그러나 네 번째 타석에서 힘을 냈다.
팀이 2-0으로 앞선 1사 만루에서 이형범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측 2타점 2루타를 쐈다.
볼카운트 0-2로 몰린 상태로 시작했다.
앞선 경기, 앞선 타석을 고려하면 또 힘들 뻔했다.
그러나 볼 2개를 골라 볼카운트 2-2가 됐고, 6구째 살짝 몰린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4일 키움전에서 2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한 후 무려 20일 만에 장타를 쳤고, 타점을 생산했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오재일이 아니었으면 삼성의 승리도 없었다.
이날 기록을 더해 시즌 38경기, 타율 0.169, 4홈런 22타점, OPS 0.568을 기록하게 됐다.
아직 한참 멀었다.
‘효자 FA’라 했지만, 일단 올시즌은 부진한 상태다.
그래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분위기를 탈 수 있는 무언가가 나왔다는 점은 반갑다.
빗맞은 안타 하나가 부진 탈출의 신호탄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오재일에게 이날 2루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 후 만난 오재일은 “이형범이 공이 좋더라. 두산 있을 때부터 잘 아는 선수다.
구종도 아는데, 패턴은 파악이 안 됐다.
그냥 존에 들어오는 공만 치자고 생각했다.
변화구가 높게 들어오면서 하나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컨디션은 그냥 똑같다.
똑같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마지막에 하나 나온 스윙은 느낌이 괜찮은 것 같다.
내가 칠 수 있는 코스의 공이 계속 안 오더라. 막판에 하나 왔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슬로 스타터’라 한다.
4월 부진한 후 5월부터 올라왔다.
올해는 시동이 늦게 걸린다.
무엇보다 오재일 스스로 ‘슬로 스타터’라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듯하다.
오재일은 “당황스럽죠. 많이 힘들어요”라며 웃은 후 “내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부터 올라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연습 열심히 해야 한다.
주자가 있을 때는 콘택트를 통해 주자를 불러들인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솔직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어릴 때라면 혼자 끙끙 앓으면 된다.
나 혼자 힘들면 그만이지 않나. 이제는 아니다.
내가 또 주장이다.
주장이기 때문에 팀에 더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단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특별히 어떻게 푸는 것보다, 일찍 자려고 했다.
그런데 잠이 안 오더라. 오늘 좋은 타구가 하나 나왔으니, 내일은 더 잘하고 싶다.
오늘은 기분 좋게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아울러 오재일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야구장에 일찍 나오려고 한다.
야구장에 와서 팬들을 보면 마음이 괜찮아지더라. 지금 너무 못 치고 있다.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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