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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 잡고 터져버린 울음’…이지숙 “우리가 조금 더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BFA컵]1



[스포츠서울 | 람틴(홍콩)=황혜정기자] “국제대회에서 속구로 삼진을 잡고 싶다.
이것이 내 로망이다.
”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을까. 몸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그렇지만 힘든 줄 몰랐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그 순간을 꼭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찾아온 기회. 국제대회 중요한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승리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마지막 이닝, 너무 힘을 줘 던지다가 근육이 놀라고 말았다.
옆구리 근육이 아팠지만, 더그아웃에 ‘내가 끝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3볼 2스트라이크. 이 악물고 던져버린 결정구.

가장 자신있는 하이패스트볼로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삼진으로 경기를 끝내자 털썩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너무 기뻐도 눈물이 나는구나.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 또 한 번 기억될 순간을 남겼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이지숙(22)의 이야기다.



이지숙이 28일(한국시간)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2023년 아시안컵(BFA)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필리핀전에 구원 등판해 3이닝 2실점 역투하고 세이브를 올렸다.
삼진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포함해 2개 솎아냈다.

점수는 4점 차이에 불과한데 2사 2,3루 위기였다.
여기에 풀카운트. 실투 하나면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내주게 되는 상황이라 역전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된다.

결과는 해피엔딩. 그대로 털썩 주저앉은 이지숙은 “‘끝났다.
이제 끝났다.
우리가 세계대회로 간다’ 이 생각 뿐이었다.
우리가 조금은 더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눈물이 났다”며 미소지었다.
대표팀은 이날 필리핀전 승리로 오는 8~9월 일본/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코치진으로부터 필리핀전 등판 준비하라는 귀띔을 받고 이지숙은 필리핀의 앞선 경기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며 필리핀 타자들을 분석했다.
밤 늦게까지 대표팀 이동현 투수 코치와 필리핀 타자들의 성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전략을 세웠다.

경기 후 이동현 코치는 “(이)지숙이가 어제 나와 대화하면서 이 말을 하더라. ‘코치님, 저는 두려운 게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숙이가 준비를 너무나 완벽하게 했더라. 오늘 자기 역할 그 이상을 너무나 잘 해줬기 때문에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이 코치는 이지숙의 장점으로 “배짱이 있다.
승부하길 절대 피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지숙은 5회 무사 1,3루에 구원 등판해 무사 만루에서 1실점(비자책)하는 데 그쳤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필리핀에겐 이날 경기 중 가장 큰 찬스였지만 이지숙이 막아냈다.
대량 실점 위기 앞에서도 도망가지 않았고 당당히 자기 공을 던져냈다.

3이닝을 막아냈다.
사회인 동호회로 야구를 해온 여자야구 특성상 3이닝이면 정말 긴 이닝을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지숙은 “3이닝 정도 던져본 적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정신력으로 버텼다”며 웃었다.
이지숙은 7회초 옆구리 쪽 근육이 놀라 허리를 부여잡았지만, 끝내 정신력으로 역투하고 세이브를 올렸다.

이지숙은 일전에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 여자야구 꿈나무들이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손으로 그 발판을 마련했다.
이지숙과 대표팀은 이제 아시안컵 슈퍼라운드에서 대만, 홍콩을 만난다.
목표는 이들을 격파하고 메달을 걸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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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한글사랑=나라사랑

뉴스에서도 여자대표팀 스토리 봤습니다.

응원합니다.

2023-05-29 *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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