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철 없는 친일소년이 참회한답시고 늘어놓는 이런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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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겐뻬이(헌병)를

발길질로 때려눕히다 -

장 선 영(55학번·전 외대 스페인어과 교수)

일제강점기 때 덴노헤이까 덕분에 큰 화를 면한 조선청년이 있었다.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두한, 그 사람이다. 김두한 하면 국회의원으로도 유명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발길질 하나로 당시 서울의 핵심인 종로거리를 누비던 협객으로서 더 유명하다. 그가 어떻게 해서 ‘덴노헤이까’의 은총(?)을 입어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살펴보자.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일제 군국주의 시절의 ‘덴노헤이까’의 권위와 위엄이 어느 정도였는지 부분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겠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터지면서 내지(內地: 일본인들이 자기들이 살고 있는 땅을 그렇게 불렀음)는 물론 반도(半島: 조선 땅을 이런 식으로 불렀음)에도 전운(戰雲)이 무겁게 감돌았다. 따라서 모든 게 전시체제로 움직여지면서 군국주의자들의 기승이 극에 달했다. 예를 들어 치안도 헌병대가 경찰을 제치고 도맡다시피 했다. 하기사 일본은 이미 1918년에 헌병파견소라는 명칭을 헌병주재소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식민지 정책에 돌입했었다. 그리하여 헌병들은 그 기세가 등등할 수밖에 없었다. 장교가 아닌 사병들까지도 긴 칼을, 즉 일본도를 허리에 차고는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긴 칼을 차고 거들먹거리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보아줄 수 있었다. 그러데 문제는 그들 중에는 성질이 매우 고약한 자들도 없지 않아 있어서 걸핏하면 그 긴 칼을 쑤욱 빼들고는 마구 휘두르는 것이었다. 흡사 사형수 앞에서 칼망나니가 신들린 것처럼, 그러면 그 광경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행인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말뚝처럼 오뚝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 자리를 피해가면 될텐데……. 그런데 왜? 칼춤 구경이 재미있어서? 아니, 그게 아니라 오금이 저려서 꼼짝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낙네들은 어찌나 놀랬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기가 일쑤였다. 여인들은 방금 나오려던 ‘거시기’가 체내 속으로 도로 기어올라가기도 했다. 그런데 말이다. 어느 날 그 ‘겐뻬이’녀석이 신이 나서 그런 식으로 ‘지랄발광’을 부리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여석이 갑자기 쿵 하고 쓰러지면서 큰 댓자로 나자빠지는 것이 아닌가! 손에 들고 있던 그 군도는 그것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저만치 떨어져서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고……. 도대체 웬일이냐? 사람들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는데, 그 헌병녀석 위로,

“야, 이 개 같은 놈아!”

이런 벽력 같은 소리가 쏟아졌다. 도대체 이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