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 지음.박상현,이승연 옮김.어크로스)

 뉴욕타임즈에서 2016년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지난해 우리나라에 출간돼서도 큰 호응을 받은 책입니다.

제목만 봤을 땐 디지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허우적대는 저같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척하며 호주머니를

털려나 보다 싶었었지만 다 읽고 난 지금 후회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책을 읽고 취미 하나를 바꿨습니다.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1997년 미국에서 8억통의 필름이 소비되다가 디지털카메라가 출현하면서 2011년에는 불과 2000만통으로

급전직하했습니다.

세계 최대 필름회사인 코닥이 견디다 못해 공장 40여동을 폭파했는데,모두들 그장면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는

슬픈전설...

 그러나 지금은 그 필름회사를 비롯해 도처에서 아날로그 사물들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저자는 직접 그 현장을 찾아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LP레코드 시장은 미국에서 2007년 99만장을 찍었는데 2015년 1200만장으로 늘었습니다.

내슈빌의 레코드 공장 URP는 24시간 풀가동하고도 주문량을 대지 못해 제2공장을 세웠습니다.

 휴대폰이 시계를 대체하며 다 망해가던 아날로그 시계회사들도 이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구글등 첨단 인터넷회사의 직원들은 몰스킨 노트를 들고다니며 볼펜으로 아이디어를 적고,실리콘벨리의 한 회사의 직원들은

사측이 '화이트보드'를 없애려하자 집단 퇴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놔 되돌려놨습니다.

 온라인 판매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으며 오프라인 서점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꾸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일은 저한테도 일어났습니다.LP레코드 편을 읽었을 때 저는 애틋한 추억이 물밀듯이 되살아 남을 느꼈습니다.

창고에 쳐박아둔 레코드판을 꺼내 먼지를 털고 중고 턴테이블도 장만했습니다.

 레코드에 바늘을 올리는 순간 설레고 짜릿했던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요.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고 집단적 광기에 매몰돼 주체로서의 자아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도 있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음악을 가둬놓고 터치 한번으로 호명하는 경박함에 대한 반작용.이를테면

물리적 사물에 대한 경험들,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촉감과 감각의 그리움등이 다시 아날로그로 향하게 하는

촉매가 되고 있습니다.

  "그 무엇도 실체가 있는 사물을 당해낼 수 없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