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남자..제1화
시간은 9시45분을 가리켰다.
연탄난로에서는 주전자가 하얀 김을 내뿜으며 거울에 서리를 맺히고 있었다.
다방안은 무료함과 따분함이 금붕어의 입마냥 꿈뻑거리고 있었다.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영숙이 이제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사내는 남루한 옷차림으로 커다란 짐가방 하나를 들고 있었다.
영숙은 발딱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가 주문을 받았다.
“어서오세요..뭐 드릴까요?”
남자는 까칠한 수염이 거뭇거뭇한 얼굴로 가느다란 목소리로 커피를 시켰다.
“네..이모 여기 커피하나.”
영숙은 주방을 향하여 커피 하나를 외치고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남자의 꼴을 보니 커피 한잔 얻어먹기는 애당초 글러보였다.
‘에구. 차라리 거지한테 얻어 먹구말지’
남자는 품안에서 꾸깃꾸깃 벼룩시장을 꺼내 구직란을 여기저기 보기 시작했다.
이 추운 겨울에 일자리가 있을까?
지방이라 모두들 일을 찾아 도회지로 나가는 마당에 왜 저 사내는 이 곳을 찾아왔을까?
영숙은 속으로 혀를 쯧쯧찼다.
마담 언니가 슬며시 눈을 뜨더니 영숙을 째려봤다.
‘애교도 없는 년. 어째됐든 매상을 올려야지. 행색만보고 옆에 앉지도 않다니.
쯔쯔’
마담은 영숙이 영 미덥지 못했다.
다방서 일하는 년이 사근하지도 못하고 퉁퉁거렸기 때문이다.
마담은 발딱 일어나 사내의 옆자리에 살포시 앉으며 실웃음을 지었다.
“어머 밖에 춥죠? 이곳분이 아니신가 봐요?
처음 보네요. 서울서 오셨나요?”
“아 네..방금 떨어졌어요..”
“아..그러시구나..어쩐지 서울 사람 같다 싶더라구요.
어떻게 저 커피 한잔 해도 되요?”
마담은 커피 하나를 주문했다. 영숙을 보고도 이리와 앉으라고 손짓한다.
영숙은 끙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빠..나도 커피 한잔 마셔도 돼요?”
남자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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