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드래곤스>

제5화-물에 잠긴 마을(2)

불새는 아름다웠다. 원래 크기가 큰 것은 두렵기 마련인데, 불새는 거대하면서 또한 아름다워 사람의 넋을 빼놓는 것이었다.

너무 가깝다.

불새를 피하기는 너무나 가까웠다.

“화란! 정면 돌파다!”

“응! 알았어. 오빠”

화란이 영력을 끌어모아, 용과 우리의 몸을 둘러쌌다.

그 영력에 내 영력을 더했다, 영력의 열배에 열배를 더해 두텁게 보호막을 쳤다.

헉!

불가마한증막에 들어갈때의 숨막힘이었다.

죽는다면 더위 때문이 아니라 숨이 막혀 죽으리라!

아주머니들은 그 더위속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했었다. 계란을 까먹으며 드라마 얘가를..

남자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

화란과 나도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다.

불새의 몸통을 빠르게 뚫고 들어가자, 노랗고 오렌지색의 화염 소용돌이가 빙글 돌더니 퍽하고 터져 나갔다.

픽..픽..픽..

화염의 소용돌이를 뚫고 지나자, 휙 바람소리가 나더니 푸른 하늘이었다.

드디어, 불새의 몸통을 뚫고 자유가 됐다.

방향을 북으로 잡고 하늘을 날았다.

우와아아아아..!

푸른 이끼마냥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풀은 짧은 순으로 삐죽삐죽나와 온 대지를 덮고 있었고, 바람은 풀을 눕히지 못하고 양과 염소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양치기 개가 울타리를 못 넘도록 양을 지켰고, 여자들은 젖을 짜고 남자들은 울타리를 치고 있었다.

검은얼굴의 남자가 보였다.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더니, 연신 울타리의 나무에 망치질이었다.

굵은 땀방울이 얼굴로 흐르더니, 셔츠를 온통 적셨다.

땅에 내리자마자 멀리서 아영이 뛰어오더니 와락 품안에 달려든다.

지켜보던 화란의 얼굴이 어둡더니 불칼에 화염이 화르륵 일어나 얼른 몸을 뗐다. 그래도 아영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보고싶었어! 어서와!”

어느새, 화영과 수영도 어깨를 토닥이며 얼굴을 어루 만졌다.

모두들 밝은 얼굴이었고, 양젖을 내왔다.

양젖은 따뜻하고 고소해서 한 모금에 배가 불렀다.

<토스트맨>과 <나이트맨>은 사냥에 나갔다고 한다. 용사냥.

근접지역에는 용들이 출몰 한다고 한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황금 팔찌를 찾았답니다.”

내가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자 검은얼굴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용을 타고 날다니 놀랍군!”

나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정말이지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조심해야 겠는걸. 팔찌를 노릴수도 있고..”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면, 팔찌의 주인은 용의 신이 될수 있어!”

“네? 신이라고요!”

세상에..!

생각도 못해본 말이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

용의 신. 정말 일까?

황금 팔찌에는 신묘한 힘이 있었다.

상황에 맞는 주문이 저절로 떠올랐고, 주문을 외치면 그대로 되었다.

“칼 아르..칼 하트..가이아의 것은 가이아의 것으로!”

용은 눈빛을 한번 번뜩이더니 서서히 땅속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미르’라고 이름 붙였다.

나는 <용의 전사> 혹은 <용의 신>이라 불리우게 됐다.

시베리아의 삶은 해와 같이 시작되었고 밤이 되면 눈부신 별을 보며 초원에 잠이들었다.

도인과 떡 두꺼비 여자도 시베리아에 합류하게 되었고, 우리는 용 사냥꾼 양성소를 만들었다.

언젠가는 용과 싸우게 되리라!

나는 이 곳을 잃고 싶지 않았다.

푸른 초원과 하얀 양과 눈부신 별들을..

가을이 되자 밀들이 익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밀을 거둬들이고 술을 빚었다.

삶은 빛나고 술은 달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우려 하던 일이 드디어 일어났다.

황금 팔찌가 미야모토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미야모토!

이놈.

욕심이 많은 놈이었다.

시베리아 남쪽에 잡은 섹터에는 중국과 일본, 한국과 동남아등 아시아계 피난민들이 섹터를 이루었다.

고만고만한 세력들중에 유난히 일본계의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더니 사단이 나고 말았다.

총,칼과 용들을 앞세워 다른 섹터를 침략했던 것이다.

양들을 빼앗고 밀들을 강제로 훔쳤다.

배고픈이의 눈물속에 풍요를 구가했다.

속속 요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도인과 떡 두꺼비 여자가 길을 나섰다.

나와 화란도 무기를 갈무리하고 응징에 나섰다.

쿠르베와 엔더슨. <토스트 맨>,<나이트맨>도 사냥에서 돌아와 합류했다.

검은얼굴의 남자가 총을 잡았다.

+++

웃!

미야모토가 선봉에 섰다.

용을 타고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

용이 없는 곳에 용을 만들어 나타난 것이다.

도둑놈!

화영이 살을 날렸다.

살은 핑소리를 내며 녀석의 정수리로 곧장 날아갔다.

녀석은 빙긋웃더니 영력을 모아 보호막을 쳤다.

펑소리와 함께 살은 부서졌고 녀석은 비웃음을 입꼬리에 달았다.

쿠르베와 엔더슨이 날았다.

쿠르베의 검이 곧장 미야모토로 찔러 들어갔고, 엔더슨의 검이 수직에서 아래로 번개같이 번뜩였다.

순간, 용이 입을 벌렸고 화염이 쿠르베의 몸을 감았다.

쿠르베 서둘러 보호막을 펼치고 물러나야 했다.

미야모토의 검이 엔더슨의 검을 받고, 오히려 미야모토의 다른 검이 엔더슨을 찔러 갔다.

<토스트 맨>과 <나이트 맨>이 나섰다.

용이 풀쩍 뛰어 오르더니 붉은 화염을 쏟기 시작했다.

지상은 불바다가 되었다.

요원들은 호신강기를 펼쳐 막기 급급했고, 총을 든 이는 까맣게 타들어갔다.

총소리와 칼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고, 여기저기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화란의 불칼이 화르륵 일더니 용의 정수리를 갈랐다.

나는 미야모토의 두 손목에 칼을 내리쳤다.

황금 팔찌가 흘러나왔고, 피 묻은 팔찌를 차자 주문을 외쳤다.

“칼 아르..칼 하트..가이아의 것은 가이아의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