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성격이 못난 게 아니라 조금....아니 좀 많이...내성적이거든요.
친해지면 말도 막하고 수다쟁이가 되지만 그 전까진...누가 말 걸어도 무조건 단답형이예요.
그래서 저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대학교에 와서 친구를 딱 세 명 사귀었습니다.
남자애 한 명, 여자애 두 명. 예림이와 은지는 대학교에 올라와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준 고마운 가시내들이예요^^
그런 저의 유일한 친구 두 명과 시내를 나왔습니다.
오늘은 중간고사를 마친 날이었어요. 셋 다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온 상태로 놀아야한다는 일념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저의 첫 소개팅이 있는 날이거든요^^잇힝
소개팅의 첫 인상을 먼저 얘기해볼까요?
지금도 그때 일이 생생히 기억나네요.
상대방도 저도 첫 인상이 어땠냐는 질문에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요.
첫인상은.....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장소는 미XX피자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저 소개팅한답시고 은지만 보낼 순 없잖아요? 그래서 셋이서 소개팅 장소에 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생각없었죠ㅎㅎ소개팅인데 친구들 다 데리고 간게.)
그런데 소개팅 장소에 예림이 남자친구분만 나와있더라구요. 그 분은 좀 늦는대요.
능글능글한 예림이 남자친구분(줄여서 W군이라 하겠습니다)의 개그를 들으며 피자를 뜯고 있는데 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나도 오질 않더라구요.
남자친구분 말로는 일하느라 늦는다고는 하는데..
한시간 반쯤 지나고 피자가 두 조각만 남았을 때 느지막이 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단 예림이에게 "오랜만이다 예뻐졌네"뭐라뭐라 하고,
자기 친구인 W분에게 "이새끼야" 어쩌구저쩌구얘기하고.
마지막에 저와 은지를 쳐다보더니 "예림이 친구야? 다 예쁘네."이 한마디 하고 끝났어요.
저는 "안녕하세요"이 한마디가 끝이었구요.
어색함이 느껴지시나요? 네..정말 어색하고 지루한 시간이었어요.ㅠㅠ
2차로 술집에 갔죠.
솔직히 술집에 가서 무슨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 분은 줄창 W군과 얘기하고
저는 제 옆에 있던 은지와 소심하게 둘이서 대화하고 있었어요.
화장실에 다녀 온 그 분이 자연스럽게 제 옆에 앉더니 담배를 피워댑니다. 한 손은 제 어깨 위에 올리구요.
이런 일이 처음이었던 저는 완전 긴장해있었죠.
소개팅도 처음인데 처음보는 남자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니!!
기분 나쁘다기보단 혼란스러웠어요. 아 소개팅은 원래 이러는구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죠.
담배를 한시간에 한 개씩은 피더라구요. 담배냄새를 싫어했기때문에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사람도 술자리가 지겨운지 계속 담배만 피워대구요.
그렇게 몇시간 있다가 어색한 술자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번호를 교환하고 끝났어요.
연락? 그 이후로 한 번 왔어요.
알고보니 W군과 예림이가 문자보내라고 하도그래서 보낸거라고 하더라구요.
이쯤되면...최악의 소개팅 맞겠죠?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약속이 정해져있는게 아니었더군요. 그분은 소개팅인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라는 말에 일 끝나고 나간다고 했던거구요,
그 분이 소개팅을 싫어해서 W가 말을 안 하고 나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참나.
친구가 오랜만에 보자고 해서 갔는데 친구 여자친구에 그 친구들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왔으니 얼마나 싫었겠어요.
더불어 피자 한 조각만 먹고 6만원 내고.
언제 한 번 제가
"내 첫인상은 어땠어요?"라고 묻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 분이 대답하더군요. 완전 별로였다고.
처음 절 봤을 때 되게 노는 여자인줄 알았대요.ㅠㅠ 그래서 그렇게 막 대했다네요.
예쁘진 않아도 착해보인다는 말은 정말 많이 듣고 자랐는데.. 정말 충격이더라구요.
피자집에서 자기 쳐다보지도 않고 은지만 쳐다보는게 도도한척 하는것 같았다고 하고(쳐다보기 부끄러워서였을뿐인데)
자기한테 먼저 말걸긴커녕 질문해도 대답도 단답형이고(내성적이었을 뿐인데)
검은 자켓입은게 일진인줄 알았다고 하네요.(제가 가진 옷중에 제일 나은 옷을 입었던 건데ㅠㅠ)
암튼 첫 소개팅 때 그렇게 서로 오해만 쌓인 채 끝이 났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이요? 며칠이 지나도 없었죠.-_-;
다음 연락은 예림이가 저 대신 해주게 됩니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이 이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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