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소개팅에서 훈훈한 분위기가 된 두 번째 만남을 뒤로하고
이번 글을 시작하기 이전에 짧게 제 소개를 할까 합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의 평범한 여자입니다. 얼굴도 평범. 키도 몸매도 전부 평범했죠.
스물 두 살 인생에 단 한번 연애를 해보고 뽀뽀 한 번 밖에 해보지 않은 순수녀....
가 아니라
남자에게 예뻐보이려고 화장하거나 쇼핑하는것보다
엉덩이와 무릎이 튀어나온 추리닝을 입고 하루종일 인터넷이나 만화책보는걸 더 좋아하는
연애에 별 관심이 없던 그냥 건어물녀였습니다.
한 번의 연애도 먼저 대쉬한 남자에게 혹해 만났다가 된통 당하기만 하고 끝났더랬죠 :D
그 날도 역시 짜파게티 그릇을 옆에 쌓아두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죠.
저는 학과 특성상 중간고사를 마치고 실습을 나와있던 찰나였기 때문에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띠링~소리가 나며 문자가 옵니다.
[지금 뭐하고 있어?]
그분이었어요. :D 와 왠일이지? 와 와 남자다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흥분에서 바로 답장을 보내려다가 여자는 튕겨야 한다는 은지의 말이 기억나 3분을 꾸욱 참고 보냈어요.
[그냥 실습 마치고 고시원 들어와 있었어요^^]
[밥은 먹었어?]
[아뇨ㅠ배고파요 힝]
그때의 전 내숭덩어리였으니까요^^ 옆에 짜파게티는 밥이 아니잖아요. 그쵸?
그런대 그 때 충격적인 문자가 옵니다. [그럼 지금 나올래? 나 고시원 앞이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광속의 샤워와 화장이 시작됐습니다.ㅠㅠ 정말 고시원 모든사람이 미친년 들어섰다고 놀랄만한 패닉이었어요.
그럴 땐 왜 이렇게 고시원방과 샤워실 거리가 먼지.
그렇게 정신없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30분여가랑 지나가고 있었나봐요.
정신없이 나왔지만 이미 그분 다리 밑에는 여러 개의 담배가 떨어져 있더라구요.
"죄..죄송해요 씻고 준비하느라"
"괜찮아 근데 옷이...자다 나왔어?"
나름 개중에 예쁜 꼬까옷을 고르고 골라서 입고갔는데 그 날도 실패였나봐요ㅠㅠ
저를 쳐다보며 제 옷에대해 놀리고 웃는 그 분을 보는데...
그 때 처음으로 알았어요. 그 분 웃음이 정말 해맑구나. 정말 어린아이같이 웃는구나. 하구요^^
같이 저녁을 먹고 해가 질 무렵 정처없이 같이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날이 점점 따뜻해질 때였죠. 걷다가 주변에 있던 놀이터에 앉아있었어요.
그런데..아직 어색한 사이라 그런지 앉아서 할 말이 없더라구요.
"......아...음...뭐라도 먹을까?"
"아, 잠깐만요 제가 뭣 좀 사올게요."
어색한 찰나에 잘 됐다 싶어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얼른 달려갔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눈에 띄인 건 술이었어요. 어색한 사이를 줄일 수 있는건 술밖에 없겠다 싶었지요.
그렇게 맥주 두 병과 소세지를 사 들고 가 놀이터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거 같아요.
저도 그 분도 둘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해 얼굴이 빨개진 채로
서로 가족은 어떻게 되고 어떻게 지내왔는지 등등.
그리고 소개팅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말해줬구요. 서로의 첫 인상에 대해서도 털어놓고 허허 웃었더랬죠^^
서로 빨개진 얼굴 보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이성과의 대화는 뭔가 다른 거 같아요.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과 뭔가 달라요."
"나와 대화해서 그런 건 아니고?" 하면서 씨익 웃는 그 분.
으이그...그 때 알았어야 해요. 그 분은 여자 다루기에 선수였다구요.ㅠㅠ
시간이 지나 날이 어두워져 그 분이 절 고시원에 데려다 주는 길이었어요.
그 때, 그분이 가면서 얘기를 하다가 슬며시 손을 잡더라구요.
술에 취해서인지 긴장을 해서인지 손이 뜨거웠어요. 가만히 있던 제 손도 금방 축축해져 버렸죠.
그렇게 술취해 서로 얼굴도 빨개져서 축축해져 있는 손을 빼지 않은 채 길을 걸었어요.
날이 참 따뜻한 하루였어요.
저의 마음도 따뜻해져 버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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