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 터벅 터벅..
날씨는 뙤약볕이 끝없이 내리쬐고,
하늘 위에 태양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달궈진 후라이팬 위 같은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은 그를 삼겹살 마냥 굽는 것 같았다..
귀에서는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가 나는듯했고
불편하고 더위에 취약한 그는 이마에서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걷고 있었다.
심지어 수트도 열을 흡수한다는 검은색 재킷에 검은색 바지..
재킷을 벗어 팔에 걸친지 오래였지만, 그의 등은 땀으로 한강을 이룬지 오래였고
재킷이 걸쳐진 팔뚝에는 끝없이 땀이 젖어갔다.
불쾌감이 하늘꼭대기 까지 치솟는 기분..
면접에서 떨어지고, 벌금을 물고, 담배도 없고, 지갑을 잃어버린... 그의 신세는 처량했다.
그리고 휴대폰은 켜져 있었지만, 연락할 누구도 없었고..
부모님도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니 그는 뜨거운 태양에 녹아 내리듯 기분이 어두컴컴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먹먹함..
그것이 그의 심정이었으리라..
....
"이거라도 먹고가렴..."
기운없는 목소리로 종종걸음으로 현관으로 뛰쳐 나오신 어머니는 아들에게 직접 손으로 싼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삶은 계란을 빻아서 식빵 사이에 끼워넣은 샌드위치..
"됬어요!"
그의 퉁명거리는 목소리엔 짜증도 섞여 거칠고 앙칼스러웠다.
"그, 그래... 알았다..."
어머니는 매번 취직하라고 잔소리는 하셨지만, 면접을 볼때마다... 아니 매일 아침 먹지도 않을 그의 아침을 차려놓고 기다리셨다.
그러는 어머니의 걱정조차도 면접의 긴장때문에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새빨간 구두주걱을 검정색구두사이에 끼워넣고 회색 양말을 신은 발을 우겨넣은 그는, 현관 신발장 사이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고 옷차림새를 확인하고는 신경질 적으로 문을 닫으며 나갔다..
갑자기 그 생각이 들면서 그는 어머니께 미안해졌다..
하지만.. 지난일이다.. 이렇게 또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았겠구나.. 싶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본적이 있는가...? 그는 생각해 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그에게 어머니란 무언가를 주는 사람으로 그가 주는 상대는 아니었던것 같다..
굳이 준다면, 상처?...
그야말로 불효자의 느낌이었다..
간혹 커뮤니티 사이트에 보면 활을 잘쏜다는 웹툰이나.. 그런..걸 보면 다음부터 잘해야지 했다가..
금새 못을 박는다..
그는 끝없이 걸었다..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인생은 길이라고 누군가가 그랬고, 분명 그도 그 길을 걷고 있는것이리라..
목적지는 어딘지 명확한데, 어디로 가야하는건지 명확하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사람도 보았지만, 그것은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끝...그는 그가 수많이 해왔던 패키지 게임의 끝이 과연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왜 게임기로 했던 스노우 브루스라던지, 슈퍼마리오를 보면 보스를 물리치면
Game over 라고 뜨지 않는가?
언제나 끝없이 결정하고 선택해온 순간들이 게임이었다고 하면 그 모든것이 끝난것이다..
지루하거나, 죽는다는것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었다.
물론 청춘 스캔들 같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게임도 있지만.. 그건 정말 너무 쳇바퀴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삶이란 이런걸까?
지금 걷고 있는 길처럼.. 내가 똑바로 가고 있는지는 다음 표지판이 나오기 전까지.. 아니면 막다른 골목이 나오기 전까지는 모르는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일찍 출발했지만.. 순번이 꽤나 뒤였던 그의 면접 순서.. 이제까지 가봤었던 회사보다 길고 괴로웠던 면접시간..
맞지도 않는 작은 신발을 신어야하는데, 그안에는 가시가 잔뜩 들어있는 신발.. 그 신발을 신고 걷고 있는 기분같았던..
불편하고도 그저 면접관이 새디스트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면접..
그가 여러차례 면접을 보면서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면접은 힘들었다..
"여자친구는 있어봤어요?"
우체국은행에서 볼법한 작고 길다란 안경을 쓴 백발이 듬성 듬성 나있는.. 그마저도 숱이 많지않은..
날카로운 턱을 가진 주글주글한 얼굴의 면접관이 날카롭게 물어본 질문에 그는..
"아뇨 없어요."
"아니, 지금 말고 있어본적 있냐고"
"아뇨 없다니요?"
이런 질문이나..
"당신 대학생활에 한게 아무것도 없네? 완전 배짱이 두둑하구만? 부모 돈 잘벌어?"
등등..
기분이 나빴지만 참았다.
그리고 면접끝에.. 면접관이 그랬다.
"쟤는, 어차피 서류에서도 떨어질애였어, 버려."
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울분을 삭히고.. 나왔지만..
그런 면접이 끝나고.. 불편한 구두를 신고 한참을 걷고 있자니.
발바닥이 부어오는 느낌이 들었다.발바닥의 느낌은 마비가 되었지만 한발 한발 무게가 실릴때마다 괴로웠다.
어서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눕고 싶었지만.
집에서 멀기만한 회사였다..
만약에 지하철을 타고 움직였으면, 회사가 이렇게 멀다고는 생각 못했을것이다.
그래 이 회사 머니깐 안가도 상관없어.. 라고 생각한 그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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