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째 영화 시나리오 같은 느낌이 많이 들긴 합니다만...
애초에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 어쩔수가 없네요.
인터넷에 처음 올려보는데...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미완성인 초고상태의 글이라 편집상 좀 혼란스러울 수 있을겁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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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선 두 남자의 토론이 한창이다. 최근 아주 중요한 논란으로 급부상한 문제, 과연 ‘나무가 호흡을 멈추고 있는가’ 에 대한 논쟁이다. 그런데 어쩐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얼굴을 시퍼렇게 달궈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도, 상대편은 냉소만을 얼굴에 띄운 채 앉아있다. 마치 선생이 제자를 다루듯, 조목조목 침착한 자세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옷차림과 인상, 말투에는 ‘모던함’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의 매료되어, 이미 상태가 걱정될 만큼 흥분해 있는 상대편의 말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패자는 이미 분명하다. 승자는 패자의 열의에 다시 한번 냉소를 띄운다. 이 때, 패자는 더욱 더 큰 실수를 범한다.
‘퍽!’
패자는 승자를 때려 눕힌다. 이제 모든 것은 깨끗이 결정났다. 아무도 그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패자의 펀치를 생생히 기록한 15초간의 영상은 TV와 유튜브를 통해 무한히 복제되며 비웃음과 조롱을 생산한다. 사람들은 그 토론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지 못한 채 그 펀치만을 기억한다. 토론을 본 사람은 소수이지만, 유튜브가 생산하는 ‘재밌고, 짧은’ 화제의 영상을 본 사람은 수백만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으로 모든 것을 결론짓는다. 자신들의 미래까지 말이다.
이제 모든 나무의 호흡이 중지됐다.
어떤 지나치게 낙관적인 과학자는 여전히 나무는 호흡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산소는 오직 그들만이 소비할 뿐, 다른 생명체들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산소는 단 1g도 내뿜지 않는다. 그들은 열매를 열지도 않고, 최소한의 잎사귀만을 남긴 채 모두 낙엽으로 떨궈버렸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앙상한 나무들의 모습은 마치 그들도 나름대로의 투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들의 호흡정지 현상은 한 축을 중심으로 하여 타원모양으로 퍼져갔기에 더욱 사람들은 이 현상이 나무들의 투쟁, 즉 ‘의도’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에 그런 의도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들의 짐작은 스스로를 향하고 있음은 조용한 동의였다.
남은 시간은 단 4개월, 정부가 세운 대책은 단 일주일 만에 짜여졌다. 먼저 그들은 유례가 있을리 없는 거대한 ‘산소제조기’를 만들어내기로 한다. 산소의 원료로 쓸 바닷물의 양은 광대했고 전기분해는 비커와 전극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닷물이 적어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분석결과 산소가 모자라는 상황만큼 생물들의 생명을 극단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았으므로, 그들 모두는 그 문제를 일단 덮어두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얼마나 ‘빠르고’, ‘많이’ 생산하느냐가 문제다. 그 결과 산소제조기의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거대하고 단순하게 짜여졌다. 그러나 아무리 그 원리가 단순하더라도 거대한 크기를 감당하는 시스템을 짜는 것은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힘을 합해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단 하나의 결함도 용납할 수 없었으므로, 건축은 전적으로 책임자들의 통제와 관리속에서 이루어졌고, 결국 효율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산소제조기로 전 지구의 산소공급을 담당하게 되었다. 각국에는 생산한 산소를 최대한 빠르게 운반하는 시설만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서 통산된 산소제조기의 최단 완공기간은...4개월 26일로 결론났다.
모든 인위적인 산소 소비활동,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발생활동을 금지시켰으나(화석연료사용의 금지는 비로소 이 날 이루어졌다), 아직까지도 그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 그대로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촛불을 태우는 것은 금지되지 않았으나, 모든 것이 암흑인 밤, 감히 촛불을 켰다간 주변 이웃들의 따갑다 못해 살의마저 느껴지는 시선을 면하지 못했다. 크게 웃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크게 울 수도 없었다. 한숨을 쉬는 자유마저 빼앗겼다. 이따금씩 혼자만의 방에서 몰래 들이마시는 큰숨은 더할나위 없이 못된 쾌락이었다(주로 흡연자였던 사람들이 이러곤 했다). 그러나 진정한 비극은 그 얼마 뒤부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랑했던 고양이와 강아지, 페릿과 햄스터를 안락사시키기 시작했다. 가축들 또한 자발적으로 도살하기 시작했다. 자살과 함께 살인사건도 늘어났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분쟁지역에서는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이 때 너 나 할것 없이 피어나는 또 하나의 생각은, ‘나 아닌 것들의 희생’이다.
거리의 부랑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곤 어디선가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와 같은 끔찍한 일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살기 위해서 누군가가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면 더 낫겠지만, 인간이라면 ‘덜 가치있는 인간’이 죽는게 낫지 않나?’ 사람들은 들려오는 전쟁소식 속에서도 묘한 안도의 기쁨을 누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의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타인의 죽음을 바라는 지경으로 그들을 몰아갔다. 그 욕망은 한 집단에 대한 적개심으로 바뀌었다. 바로 노인들이었다.
“뭘봐, 거지새끼들아!"
남자노인은 공원에 모여 노인들을 경멸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 또한 경멸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그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정확히 3주일이 지난 지금, 밖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노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해갔던 젊은이들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밤길을 지나가던 노인을 집단폭행해 반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도 여러번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치안을 대폭 강화하여 그런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의 시선까지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일부 불량한 젊은이들만 그랬지만, 이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많은 젊은이들의 조용한 시선들을 노인들은 그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어했다. 많은 노인들이 자살을 택했고,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집안에서만 생활하기를 택했다. 그러나 이 남자노인은 예외였다. 늘상 오전 8시만 되면 젊은이들도 이제는 하지않는 조깅을 했다. 그가 아내와 사별하고 3년전에 만난 여자노인과 그 주위 친구들의 끊임없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40년동안 해왔던 것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평소에도 거친 언행으로 ‘미친늙탱이’ 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퇴역군인의 고집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 그가 받는 따가운 시선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남자노인에게 젊은이들은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그를 쳐다봤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남자노인은 금방이라도 쏠 기세로 그의 권총을 보여주었다. 젊은이들은 뒷걸음쳐 달아났지만 노인은 그런 후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늘은 그만 하자.’ 그는 조깅을 끝마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노인은 40년간 해오던 조깅을 오늘에서야 멈췄다. 10년전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그 고집을 계속 고수할만한 기력이 없다. 물론 3년전 만난 노여인의 간곡한 만류도 한 몫했다.
아내와 사별한 2년 뒤, 그는 군대를 나왔고, 일도 아내도 없는 외로움과 무료함을 그는 5년동안 견뎌내야 했다. 수없이 자살을 생각했다. 자식을 갖지도 못했었기에 그 외로움은 정말로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여자노인이 나타났다. 여자노인은 그의 생명과도 같았다. 포기할 뻔했던 목숨을 여자노인이 지켜준 것이다. 노인은 그가 여자노인을 사랑하는 만큼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는 그들의 생명을 조용하지만 무겁게 짓눌러오고 있었다. 밖에 나가기 무섭게 쏟아지는 시선과, 갈수록 노골화되어가는 그들의 말은 그들을 점점 더 피폐하게 만들고 이었다. 그의 집에는 협박성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고, 모든 내용은 하나같이 은유적이거나 노골적인 죽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쓰레기같은 새끼들!”
힘껏 욕지거리를 해보았지만 그것도 무게를 덜어낼 수는 없었다.
"쾅쾅쾅!"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누구야!”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정부에서 나왔습니다! 문 열어주세요!”
“무슨일입니까?”
“신설된 노인보호소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나왔습니다.”
노인은 경계를 풀지 않은채로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문을 열자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여성의 선한 인상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러니까 그게 뭐요?”
노인이 물었다.
젊은 여인은 미소를 띄며 그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노인들을 향한 시선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로부터 운을 띄웠다. 그녀는 그와같은 압박으로부터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보호소이며,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추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이용금액도 부담없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용기간은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로 한정됩니다. 선착순신청이기 때문에 결정을 늦게 하면 못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식은 땀이 흘렀다. 두 노인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지구 전체의 나무를 대신할 만 한 산소제조기를 만들라.’
정말로 듣도 보도 못한 요구에 처음에는 이것이 진심인지 긴가민가 했다. 재차 확인한 후에야 실제상황임을 깨달았다. 나무들이 어느순간부터 호흡을 멈췄다는 소식만큼이나 대책도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내 딸과 아내를 비롯한 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목숨을 내가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에 숨이 막힐만큼 어깨가 무겁다.
처음 제작기간을 산출해 보곤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확보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은 산소량에 비해 턱없이 기간이 길다. 산소발생기를 설치하자마자 돌리기 시작한다해도 이 기기가 생명체의 정상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산소량에 비해 4주일이나 더 필요하다. 이것은 인류와 모든 동물들에 내려진 사형선고와 다름없었다. 이 사실을 보고하자, 정부측에서는 ‘일단 시작하라’ 는 지시를 내렸다. 일단 시작하라고? 하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결과가 어떻든 시작할 수밖에.
늙은 연인은 어떻게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했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은 누가 보아도 좋은 조건, 아니 최고의 조건임은 분명하다. 견딜 수 없을만큼 괴로웠던 젊은이들의 시선과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허나 그들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이유는, ‘노인보호소’에 대한 떨칠 수 없는 찝찝하고 두려운 마음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하루종일 고민한 끝에, 노인보호소로 가기로 결심하였다. 어디에서 '죽으나' 똑같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까지 가세한 끔찍한 괴롭힘은 이대로 흘러간다면 그들의 목숨이 위협받을 날은 훗날의 일이 아니었다. 황혼무렵, 늙은 연인은 집을 정리한 뒤 짐을 싸고 정든 집과 작별을 고했다.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이제부터 일어날 미래의 일들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에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늙은 연인은 그들의 친구들과 함께 노인보호소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햇빛은 창창했지만 둘의 표정은 잿빛이었다. 노인보호소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덜컹거리는 산길을 한참이나 가다보니 건물하나가 보였다. 노인보호소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러나 정원을 비롯한 건물의 외형은 아름답게 보이도록 신경쓴 흔적이 보였다. 비록 생화가 닌 조화로 꾸며져있었지만 말이다. 연인은 보호소의 풍경에 두려웠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었다. 다행이 친구들과 함께 있었기에 두려워할 것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호소의 시설은 생각외로 깔끔했다. 어느정도 통제가 있을거란 노인의 예상과는 달리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하루에 세번 식사가 주어졌는데, 보호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풍족한 식사였다. 침실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선택했다. 1인실, 2인실, 3인실까지 있었고 시설은 마치 호텔방을 연상시켰다. 이 시설의 책임자는 35살쯤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늘 유머와 웃음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노인보호소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노인은 따뜻한 인상의 할머니를 최적으로 생각했다.) 노인들만 모여있는 곳에서 재미있는 젊은이가 있으니 오히려 분위기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노인은 보호소의 생활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젊은이들의 숨쉴 수 없을만큼 커져가는 압박에서 하루아침에 벗어났으니 그럴만도 했다. 여기서는 그 누구도 그들을 위협하지 않았다. 여노인은 이곳에 오기를 결정할 때 왜 헛된 생각에 망설였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했다. 노인은 그런 그녀가 조금 걱정도 되었으나 간만에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자신도 마음이 들뜨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단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면 그건 방안에 창문이 없다는 것이다. 밖을 보기위한 창은 존재했으나, 전혀 열리지 않았다. 보호소 내부의 산소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니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동료들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같은 처지의 사람들만 잔뜩 모여있다보니 말도 잘 통하고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태도에 마찰이 날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곳의 분위기가 밝을 수만은 없었다. 노인들의 건강이 항상 좋을 수 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위독한 사람과 죽는 사람이 생겨났고, 편안하고 안락한 주위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에 빠진 노인들의 자살시도 또한 잇따랐다.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죽음을 택한 노인부부가 남긴 말은 끔찍히도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밤새 토론해봤는데, 우리는 시대가 버린 쓰레기이고, 이곳은 쓰레기장이 소각되기를 기다리는 곳일 뿐이라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소각되기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인간답게' 죽는 걸 택하겠습니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정부의 말 대로 '일단 시작'하긴 했지만 7일동안이나 숨을 안쉬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으므로 그 초과된 일주일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메꾸어야 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공법을 개발하는데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시뮬레이션 결과는 최장 이틀 단축이 다였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봤자 남는건 고통스러운 질식사 뿐이라는 생각까지 치닫자 수십잔의 블랙커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피로와 압박감이 몰려와 기절하듯 잠에 들고 말았다.
몇시간이나 잤을까. 부하 연구원 중 한명이 다급히 날 깨웠다.
"이거라면 희망이 있겠어요!"
흐릿한 정신에도 그가 내민 보고서는 눈에와서 꽂히듯 들어왔다. 일순간 정신이 번쩍 맑아지며 의욕이 차올랐다. 비록 아직은 보완이 많이 필요한 기술이지만 우리 연구원 모두는 희망에 벅차올랐다.
그 노인부부가 죽은 이후로 보호소내의 웃음소리는 눈에 띄게 작아졌다. 200명 남짓한 노인들 사이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보호소 전반적인 우울증이 심각한 정도였다. 특출나게 생기가 넘치던 여자노인과 남자노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분위기에 많이 영향을 받는 여자노인은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눈물을 떨궈 남자노인을 당황하게 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호소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몇 일을 더 보냈다. 참다 못한 남자노인이 친구들 몇명과 함께 보호소장을 만나러 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는 웃음을 띄고 있었다.
"보호소 내 노인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보호소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보호소의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
노인은 심각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으나 보호소장은 계속 웃음을 띄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미 노인들의 우울증은 다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진료와 약물 또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하는 말이 딱히 틀린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띈 웃음이 계속해서 노인의 신경을 건드렸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태연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는 보호소장의 모습에 노인은 점점 더 화가났다. 참아왔던 얹짢음이 폭발하려 하는 순간이었다.
"아악!!"
도움이 절실히 요청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보니 잭이 피가 묻은 칼을 들고 있었다. 평소에 괴팍하고 회의적인 말만 해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그였다. 소리를 질렀던 노인은 바닥에 허벅지에 피를흘리며 구르고 있었다. 피를 본 후의 잭의 눈빛은 더욱 강한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의 눈빛은 보호소장을 향했다.
"너 이새끼야.. 니가 날 여기에 가둬놓을 수 있을 줄 알았지?..."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행동에 보호소장의 웃음기는 싹 가시고 당황과 공포의 감정만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그 순간 잭이 보호소장을 향해 칼을 찔렀다. 그러나 그 칼을 맞고 쓰러진 것은 그 앞을 막아선 존이었다. 매리의 비명소리와 잭의 당황한 표정이 피와 함께 흩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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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까지 입니다. 다음편은 반응이 좋으면 올리겠지만...반응이 안좋으면...흑.....ㅠ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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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필라
계속 올려주세요.
재미있네요^^
읽으면서 베르베르가 생각났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