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e-book 입니다.

요안나는 훌륭히 키워준다고 약속하였다.

어차피. 인질이겠지만.

예루살렘을 향해 소년십자군에 합류하였다.

행렬의 선두에는 프리드히가 섰다.

고작 14살. 하지만 대장이다.

어느날, 신의 말씀을 들었다. 예루살렘으로 가라.

동네의 어린 거지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하루하루 지친 그들의 삶에 의미가 부여된것이었다.

사람들은 소년십자군에게 먹을것과 축복의 기도를 올렸다.

어린 소년과 소녀들은 더욱 더 모여들었다.

행렬의 뒤에는 신실한 마음의 수도자들이 함께 하였다.

행렬의 수는 2만을 헤아렸다.

고된 행군에도 줄기는 커녕 하루하루 늘기만했다.

마침내 베네치아에 도착했을때는 4만이 넘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왜 바다가 갈라지지 않는거지? 프리드히?"

"오..하느님..!"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왔다.

프리드히가 나섰다.

"분명 신께서 말씀하셨다! 예루살렘까지 바닷길이 열린다고!"

"아아..신이시여.."

"길을 열어 주소서..!"

소년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절반가량의 소년들이 떠났다.

몇몇 무리들은 예루살렘이 아닌 어디라도 좋은 배를 타곤 했다.

거의가 노예선이겠지만.

열흘이 지난후 내가 나섰다.

"나는 율리히 성주의 대리인 하이린히다!"

소년들이 희망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들어서 알겠지만 율리히 성주는 성안사람들에게 숲을 주었다"

소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소문은 들었어요. 그래서요?"

프리드히가 눈빛을 빛냈다.

"이제는 성안뿐만 아니라 성밖 모든이에게 숲을 주고자 하신다. 하지만, 밀과 꿀은 여전히 모자르지. 이 바다 건너에 밀과 꿀이 넘친다!"

여기저기서 뾰족한 소리가 나왔다.

"그럼 뭐해! 바다길이 열리지 않는데!"

"그래..어떻게 하라고?"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우리 모두를 태울 배가 온다! 바로 내일이다!"

서서히 소년들의 얼굴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울음이 터지고 어깨를 들썩였다.

모두 일어나 외치기 시작했다.

"만세!“

"만세!"

"율리히 전하..만세!"

흥분한 소년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배가 온다해도 한꺼번에 다 타지는 못한다.

한달이상은 걸릴듯.

처음 타보는 배에 소년들은 물론 나까지도 배멀미로 죽을맛이었다.

파도가 칠때마다 울렁울렁.

하지만, 소년들은 순수했다.

하늘은 파랗고 우리들은 자유로웠다.

신이 약속한 땅으로 간다.

신의 영광속으로.

처음 내딪은 땅은 더웠다. 근 5개월에 거쳐 도착한 땅은 열기로 우리를 맞았다.

처음 도착한 소년십자군은 2,000명 가량 되었다.

프리드히가 내게 물었다.

"하이린히..도대체 어디로 가시는거죠?"

"꿀나무가 자라는 곳"

"글쎄..대체 거기가 어디란 말입니까?"

난감한 일이었다.

나도 처음이거든.

수도자 한 명이 나섰다.

"내가 안내하지요"

"누구 신가요?"

나는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요한이라고 합니다. 율리히저하의 명을 받았습니다."

"아..!"

그렇겠지.

소년들은 안도했고 나는 불안했다.

안내자이자 감시자겠지.

요한은 끝없이 길을 갔다.

모두다 지쳐 쓰러질쯤 멈추었다.

푸른 숲이 끝없이 펼쳐진 광대한 땅이었다.

요한이 소리쳤다.

"여기다!"

소년들의 함성이 뒤를 이었다.

"와아아...."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사람 키보다 큰.

목이 타던 소년들은 잎이며 줄기며 입을 대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오오..정말 단맛이 난다!"

"꿀나무가 맞다!"

"신이시여..!"

기쁨도 잠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뱀이다!"

"뱀이 있어..!"

뱀에 물리는 이가 속출했다.

죽는이도 생겼다.요한이 나섰다.

"불을 지르시오!"

"불을..?"

웅성웅성 소란속에서 여기저기 불을 놓았다.

이윽고, 숲이 불타기 시작했다.

열흘이 지나도록 숲은 불탔다.

꿀나무라고 불리던것은 사탕수수라고 한다.

불탄 자리에 줄기는 멀쩡하였고 모두 힘을 모아 수확하였다.

빈땅에는 밀을 심고 사탕수수는 8번 까지 경작이 가능하였다.

속속 식량과 자재가 도착.

숲은 마을이 되고 도시가 되었다.

침략에 대비해 병사들은 도시를 지켰다.

매년 밀과 사탕수수의 수확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소년십자군의 불만도 같이 커져 갔다.

중노동.

뙤약볕아래 농사는 힘들기 마련.

처음의 신실한 신앙심도 퇴색하였다.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본국의 명령도 말이 듣지 않았다.

붕괴의 조짐이 보였다.

그러자, 본국에서는 '악마의 자식'을 도시로 보냈다.

밀과 사탕수수를 포기 할수는 없는법.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노예들이 농사에 투입되었다.

도시는 다시 평화가 왔다.

'노예'의 눈물속에.

발목에 쇠사슬을 묶고 노예들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죽어나갔다.

본국은 풍족하고 도시는 빈곤했다.

요한은 술잔을 들어 한모금 핧짝였다.

곧 바로 얼굴을 찡그렸다.

"으음"

나도 술잔에 입을 댔다.

혀를 타고 목이 짜릿했다.

럼주.

어디서든 술은 익기 마련이었다.

술은 날씨보다 더 뜨거웠다.

요한이 입을 뗐다.

"본국의 요구가 더 많아졌습니다"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게..이제 도시에 먹을것이 없어졌어"

"밀과 꿀이 넘쳐나는데..굶어야 된다니 웃기는 일입니다!"

요한이 비릿하게 웃었다.

"너무하는군.."

"중노동으로 죽는 노예가 너무 많습니다. 시민들의 불만도 크고요.."

"그렇겠지. 본국으로부터 노예의 공급도 끊겼어.

그런데도 생산량을 2배로 늘리라니..!"

"말도 안되지요. 폭동이 일어날것 입니다."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잘해야 1년 입니다."

"그럼..이제 시작하지"

요한이 눈빛을 빛냈다.

"알겠습니다. 이제 독립할때가 됐죠"

'독립 이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독립'

도착한지 10년이 지났다.

숲은 도시가 되었고 인구는 20만이 되었다.

도시의 이름은 율리시.

하지만 율리히의 전쟁은 끝이 없었다.

엄청난 수확량에도 불구하고 모든 물자는 본국으로 수송되었다.

나는 조안의 편지를 뜯었다.

'하이린히..

상상도 안되는 그 먼곳에서 건강한지 걱정이 많이 된답니다.

저와 요안나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율리히 저하는 일주일에 한번씩 들여본답니다.

요안나는 이제 10살이 되었네요.

날이 갈수록 예뻐진답니다.

하지만, 생일이 언제인지 몰라 슬퍼하지요.

요안나의 생일은 제가 처음 만난 날로 정했답니다.

여름의 끝날.

항상 건강해요..하이린히.

보고픈 조안이..'

요안나.

보고싶구나..

못본지가 벌써 10년.

어떻게 자랐을까?

본국에 돌아가는 물자편에 요안나와 조안에게 선물과 편지를 보냈다.

도시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비단과 향료가 풍부하였다.

율리히에게는 강도를 당한것으로 하여 물자를 축적하였다.

요구대로 다 보낸다면 도시는 굶어죽을것이다

신의 사랑은 차별이 없다.

빵에도 차별이 없다.

+++

창 밖으로 종달새 한마리가 날고 있었다.

대기는 차가웠고 땅에는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었다.

입을 열면 입 김이 새어나왔다.

춥다.

돌로 만든 벽과 바닥은 이빨을 딱딱거리게 만든다.

그 뜨겁다는 나라에서는 이제 편지도 선물도 오지 않는다.

실망.

성 안의 삶이란 지루하기만 했다.

요안나가 입을열자 흰김이 새어나왔다.

"조안..이제 더 이상 편지는 없는건가요..?"

조안은 주름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요안나야..지금은 어렵단다"

"재미없어"

"하지만, 언젠가 다시 소식이 올거야..희망을 잃지 마렴"

”전 아저씨의 얼굴도 몰라요. 엄마도 아빠도 없는 저를 구해주신데 대해 감사해요"

"그래, 그 분은 천사지"

"아주머니와 저하께도 감사드려요"

"그래..고맙구나"

문이 삐걱소리를 내며 열렸다.

율리히 성주가 성큼 들어섰다.

"요안나! 잘 지냈느냐?"

"네. 율리히 저하. 안녕하셨나이까?"

조안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 방이 춥군. 땔감을 더 때도록 해라"

시종에게 명령을 하고 율리히 성주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을 좀 막아야겠구나. 찬 바람이 들어오는구나"

요안나가 급히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저하. 저는 하나도 춥지 않습니다.

창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그래..? 하긴 창마저 막으면 감옥과 다름 없겠지.

얘기는 들었겠지. 하이린히가 반란을 일으켰다."

율리히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요안나.. 걱정하지 말거라. 하이린히는 너의 애비가 아니다. 다만, 버려진 너를 구해준 사람이지. 나는 너를 인질로 삼은게아니다. 그저 잘 크면 될 뿐이다."

사탕수수는 카리브해와 룩소르에서 충당했다.

"뭐 조금 양이 줄었을뿐..큰 영향은 없다.

문제는 그 곳에는 왕이 없다는구나..노예도 없고"

율리히 성주는 얼굴을 찡그렸다.

"주변에서 용병과 노망친 노예가 몰려든다는구나."

요안나와 조안은 눈을 크게 떴다.

"왕이 없어요..?"

"말도 안돼!“

율리히 성주는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요안나와 조안을 둘러보았다.

"걱정말거라. 때가 되면 하이린히가 잘못을 깨달을것이다."

이를 꾹 물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연락이 오면 꼭 알리거라"

요안나와 조안은 고개를 숙였다.

"꼭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하"

"감사합니다. 저하"

율리시는 하일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도시는 국가가 되었다.

용병과 도망친 노예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중국에서 비단과 향료를 받아서 베네치아를 통한 중개무역으로 호황을 맞았다.

끊임없이 금과 은이 동방으로 흘러들었다.

하일이 날로 커지면서 주변 국가들은 난리가 났다.

잦은 반란과 폭동으로 어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