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리의 마녀.

 

잘 다려진 하얀 셔츠. 늘씬한 몸매. 하얀 얼굴.

우아한 몸짓으로 남승무원은 선반위에 짐을 실었고,

그 모습을 므흣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우울하기만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야.

좌석에 앉은 나는 잘생긴 남자 승무원을 보며 마음이 발그레.

얼굴이 빙그레.

옆에 남자는 앉자마자 안대를 끼더니 바로 취침모드.

여행의 고수일까?

안보는 척 살짝보니 꽤 말끔하게 생겼네.

 

깨똑 깨똑

오호호..기집애들. 난리났군.

출발전 웅성거림속에 휴대폰을 꺼냈다.

 

[세희 : 미친년! 진짜가네!]

[은비 : 부럽당..이탈리아라니!]

[아직 출발전]

 

최대한 기내가 다 나오게 셀카를 찍어서 단톡 투척.

 

[세희 : 와우! 네 뒤에 남승무원..기가 막히다!!]

[은비 : 이래서 해외여행 가는 거거든]

 

세희와 은비는 방콕이니 홍콩이니 동남아를 갈때마다 내 속을

긁어 놓았다.

얘들아! 나는 걍 한방이야!

이탈리아라는 말에 두 년다 입을 다물지 못했지. 것두 자유여행.

나 떨고있니.

 

잘 생긴 남승무원의 얼굴이 쓱.

"음료수 뭘로 드릴까요?"

아! 목소리 좋다.

눈으로 뿅. 귀로 뿅뿅.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물 주세요..“

 

짧고 세련되게.

그러나, 역시 끝은 살짝 떨렸다.

남자의 금빛 명찰에는 '박 철민'이라는 세 글자.

어머. 이름도 멋져. 박 철민.

옆에 남자는 계속 자네.

 

허숙희.

이번달 마지막 날이 20살 생일.

'살 빼면 이쁘겠다'

정말 정말 정말 수도 없이 들어온 말. 한 여름에 패딩입고 산에 올라봤어?

살 뺀다고 안 해본게 없어.

그 수많은 다이어트 제품, 배고픔, 땀 삘삘.

다 소용없어.

포기하면 편해.

서빙은 애당초 글렀고, 맨 몸 쓰는것..물류센타 피킹.패킹.

인생이 뭐 이러냐.

망생이다.

친구년들 남친얘기에 수 많은 날들을 눈물로 지샜다.

오징어의 세계에 왕오징어라니.

인생의 제일 힛트는 케미피아에 일했던거지.

꿈에서도 들리던 김실장의 목소리.

 

"숙희씨! 회사 말아먹을일 있어! 어떻게 에프터가 더 찌니?“

아아! 이 몸으로 다이어트 제품 영업이라니.

인스타그램 홍보에 열을 올려도 막상 나를 본 고객은 도망가기

일쑤.

결국 난 짤렸다.

 

+++

 

늦은 저녁 폼페이.

드디어 생일.

아! 엄마 보고 싶다.

집에 있었으면 엄마가 맛없는(?) 미역국을 끓여줬을텐데..

산넘고 물건너 폼페이.

관광객이 다 빠진자리에는 썰렁함만이 그득.

아무리 몸이 세콤이라도 무섭다구.

밤12시 까지 언제 기다리나.

참 일관성 있어.

매일밤 12시면 창을 두드리는 소리.

 

똑똑..

똑똑..

 

으응?

뭐지..? 이 시간에?

1층 이라고 해도 반지하세대가 있어 2층 높이거든. 시계를 보니 밤 12시.

불을 켜니 창에 아무것도 안보이는거야.

살그머니 창을 열었지.

어라! 까마귀가 있네!

네가 그렇게 창을 두드린거니?

까마귀는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갔고,

그 자리에 편지한통.

 

귀하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월의 마지막날 밤 12시

폼페이 켄타로우스 동상앞

카프리 마녀학교장

 

추신 : 드레스코드는 블랙.

 

헐..

21세기 블럭체인과 AI시대에 마녀라니..

믿냐고?

믿지. 것두 열렬히..

내 인생에 희망이 어딨겠어.

전 재산 탈탈털어 로마행 티켓을 끊었지.

가즈아..!!!

 

아오! 숨을데라곤 제1전시관.

버려진 창고같은곳에 화산에 화석이 된 몸뚱아리들.

그 틈바구니에 몸을 숨기고 숨을 참았지.

 

구름이 달빛을 가릴때 걸음을 옮겼어.

겨우 켄타로우스 동상앞에 섰을때 막 12시를 가리켰지.

 

아! 이미지 지대로다.

까만 후드를 뒤집어쓴 마귀 할멈 코스프레가 성큼.

후드를 뒤로 넘기니 그냥저냥 아줌마.

 

"요안나..?"

"네? 저요? 허..숙희인데요..“

 

여자가 싱긋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오느라 고생 많았다.“

"정말 마녀세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그럼! 나는 카트리나라고 해“

 

카트리나라고 소개한 여자는 빗자루 하나를 꺼내 다리 사이에

끼웠다.

 

"요안나. 어서타렴.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안돼“

 

카트리나 뒤에 냉큼 올라탔다.

 

"꼭 잡으렴. 요안나"

"네.“

 

어라..!

빗자루가 날지를 못하네.

순간, 카트리나도 당황한 듯.

 

"이럴수가..?“

 

아우..쪽팔려.

결국 카트리나는 빗자루 하나를 더 꺼냈다.

2기통이 돼야 겨우 하늘을 나네.

 

와우..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다니.

기분 최고.

카트리나의 허리를 꼭 잡고 까만 마을과 바다를 건넜다.

소렌토를 떠나 카프리섬으로.

카프리의 밤이 이렇게 깊어지나..

 

+++

 

퍽퍽.

만드라고나 , 쐐기풀 , 사리풀 , 엉겅퀴..

캐야될 약초가 한가득.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내 또래의 여자와 남자들이 부지런히 땅을 파고 있었다.

이건 뭐 거의 심마니수준.

검은 그림자가 우뚝섰다.

"혹시 독두꺼비 있어?"

 

고개를 들어보니 웬 남자.

앗! 내 옆자리 잠만 자던 그 남자!

 

"여기 한 마리 있어"

 

바구니에서 독두꺼비 한 마리를 꺼내서 건넸다.

남자는 방긋 웃더니 자기 바구니에 투척.

 

"어..이것 참, 고마워서 어쩌지"

"대신, 붉은 점박이 하나 줄래?"

"아! 그래. 내가 한 마리 잡아다 줄께. 초급반?"

"응. 여기 온지 한 달"

"나와 같군. 할만 해?“

 

남자의 눈동자가 맑다. 그 때는 안대를 해서 잘 못봤는데..

시원한 눈매에 얼굴에 잡티가 없네.

깨끗한 얼굴.

진한 눈썹에 꽤나 잘 생긴 얼굴.

 

"이건 뭐 심마니에 땅꾼이야"

 

한 숨이 폭하고 나왔다.

이럴려고 마녀가 됐나?

하루종일 약초와 독물들 잡는것이 하루의 일과.

 

"한스..! 마녀님이 부르셔“

 

누군가의 외침에 남자가 일어섰다.

 

"이름이 뭐지?"

"요안나"

"나는 한스. 저녁때 보자“

 

학교는 섬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방이 시원하게 틔여 어디서든 바다가 보였다.

겨울에도 따뜻한 햇빛으로 봄 날씨.

건물은 하얀색으로 2층 목조.

침실 내부도 나무로 만든 탁자와 침대가 전부.

낮에는 들로 나가 온갖 약초와 두꺼비, 거미, 뱀을 잡았고.

저녁에는 그 것들을 삶고, 찌고, 끓여서 포션을 만들었다.

 

초급과정은 사랑의 묘약

중급과정은 치유

고급과정은 저주

여자는 마녀반 남자는 마법사반

 

마녀초급반의 우등생이 바로 나!

살 뺄려고 왔거든.

정말이지 마법이 아니더라도 살이 쭉쭉 빠지는 중.

 

"요안나야! 정말 훌륭하구나!"

 

카트리나가 내가 만든 포션을 맛보더니 감탄을 연발.

 

"음. 이건 바로 팔아도 되겠는걸"

"네에? 이걸 판다구요?"

"그래. 이 사랑의 묘약을 찾는 사람이 많거든.

대부분 후처들이지. 관심이 끊기면 바로 찬밥 신세거든"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어.

사랑도 약발이라는걸.

 

+++

 

톡..톡..

작은 돌멩이로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

창문을 열어보니 한스가 빙긋.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가보니 한스가 바구니에서 점박이 한마리를 꺼내어 보여준다.

아우..징그러워.

다른건 다 잡겠는데 뱀은 딱 질색.

 

"됐으니까 집어 넣어"

"아 그래! 적응 안 돼지"

"미치겠어"

"그래. 뱀은 내가 다 잡아 줄게“

 

한스가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

그 맑은 눈빛을 바라보며 물었다.

 

"몇 살?"

"아..나? 스물일곱. 너는?"

"나 스물"

"아! 스물“

 

이 남자. 웃을때마다 이쁘다.

 

"진짜 이름은 뭐야?"

"음..유 준상"

"유 준상?"

 

흠. 괜찮은 이름이야.

 

"뭐 때문에 학교에 온거야?"

 

남자가 잠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었다.

 

"사는게 심심해서.."

"심심해..?"

"응. 너무나 권태로와. 일상이.."

"이해할수 없어"

"그래, 나도 이해 안되거든"

 

또 웃는다. 설레게.

 

"너는?"

"나? 살 뺄려고"

"아..!"

 

뭐야! 그 이해한다는 말투는?

기분 나빠.

 

"나 갈래!"

 

당황한 한스는 실수를 깨닫고는 허둥지둥.

 

"아 미안! 정말 미안.."

"아니야! 미안해 할것 없어. 사실인걸 뭐!"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두고봐! 꼭 살을 빼고 예뻐질테니!“

한스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지금도 충분히 예뻐. 됐어"

"흥! 됐거든!"

 

침대에 돌아와 시트를 폭 뒤집어 썼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약초와 독충의 효능을 되뇌이며 잠이 들었다.

 

+++

 

드디어 졸업.

마녀학교의 3년이 현실 세계에서는 삼일.

카프리섬의 선착장에는 소렌토로 떠나는 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마녀학교.

이윽고, 배는 출발하고 따스한 햇살아래 섬은 하얗게 빛났다.

 

+++

 

찰칵.

문을 열자 엄마가 배시시 웃으며 서 계셨다.

 

"밥은?"

"먹어야지"

"그래. 얼른 씻어"

 

엄마는 보름만에 나를 보았지만,

나는 삼년하고도 보름.

마녀학교에서의 3년이 현실 세계에서는 3일.

씻고 의자에 앉으니 계란후라이, 스팸, 고사리나물.

그리고, 미역국!

왜 눈물이 나지..?

한 술 떠먹으니 역시 맛은 없어.

훗, 이 맛없는 미역국이 그리웠어..

엄마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더니 문을 나선다.

 

"숙희야..엄마 병원 간다!"

"무슨 병원?"

"은혜병원. 하루 일하고 올께. 내일 아침에 보자"

"네..“

 

캐리어에서 발사믹식초와 미백크림을 꺼냈다.

 

"엄마줄려고 사왔어. 몸에 좋대. 그리고, 이건 미백크림"

 

엄마는 배시시 웃더니

 

"그래. 고맙다. 잘자."

"네. 잘 다녀오세요"

 

미역국에 밥을 말아 꾸역꾸역 먹었다.

불쌍한 엄마.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때부터 엄마는 홀몸으로 이런저런일로 생활을 꾸리셨다.

지금은 간병인으로 밤을 새신다.

 

깨똑깨똑

[세희 : 어디?]

[집]

[세희 : 뭐해?]

[밥먹어]

[세희 : 우리 뭉쳐야지? 토요일 3시 아지트 O.K?]

[O.K!]

[은비 : 얘. 뭐 사왔니?]

[미백크림]

[은비 : 약국에서?]

[그래, 아직 면세점은 못털었어]

[은비 : ㅋㅋ 됐어]

[은비 : 그날 보자]

 

휴대폰의 사진 아이콘을 터치하자 사진이 주르륵. 어느 한장의 사진에 멈췄다.

아! 정말 이쁘다.

검은 머리가 뽀얗게 빛이 난다. 어깨까지.

균형잡힌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작은 얼굴안에 쏙.

오똑한 콧날에 새하얀 얼굴.

가슴은 그대로네. 풍만. 농밀한 여성미.

허리는 어떻게 저기에 장기가 다 들어갈까 싶게 가늘고.

그 밑으로 골반은 풍성. 대리석을 빚은듯한 다리.

각선미 천재.

와..! 이게 나라니!

볼때마다 경이롭다.

새로워..늘 짜릿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조금만 더 참자.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스타그램과 윳튜브 채널의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키키의 방’

 

이제 시작이다.

컨셉은 다이어트와 뷰티아카데미.

날마다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성형외과 , 다이어트 회사..다 죽었어!!

 

캐리어에서 포션과 약단지를 책상에 정리하며 창밖을 봤다.

유리에 준상이의 얼굴이 겹친다.

지금쯤 뭘 할까?

강원도 산골에서 뱀을 잡는다니.

훗. 3년이면 됐지.

준상이는 마녀학교내내 뱀이며 풀이며 곧잘 뜯어 내게 줬다.

정말 준상이와 나는 서로에게 의지가 됐어.

좋아해..

사랑은? 그건 잘 모르겠어..

지나간 시간은 추억이 된다.

 

+++

 

카페안은 붐비는 사람들로 만원.

세희와 은비는 벌써 음료의 절반을 마신상태.

세희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로 손짓한다.

 

"여기야! 여기!"

"응"

 

절로 웃음이 나.

우리 세사람은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빵.

풍림여고 3인방.

서로 처지가 비슷하니 모든게 편했다.

 

"빨리 봐봐"

 

은비가 앉자마자 재촉.

으이구. 푼수.

종이백에서 미백크림을 꺼내 하나씩 안겨줬다.

성질급한 은비는 받자마자 포장을 뜯어 손등에 바르며,

 

"뭐 마실래?"

"아메리카노"

"그래. 앉아있어. 내가 가져올께"

 

세희가 일어선다.

은비가 방긋웃으며,

 

"역시 물건너 온게 좋아!"

 

나도 살짝 손등에 발라보며,

 

"그래, 싸기도 하고"

"그럼, 면세점보다 싸고 좋아"

"그러게, 약국에서 화장품을 팔줄이야"

"단체관광객 필수 코스거든“

 

그때 세희가 김이나는 머그잔을 내게 건넸다.

 

"땡큐"

"그래. 거지도 원빈 빰때린다는데 어때?"

"웃겨“

 

헛웃음이 나왔어.

 

"얘들아. 꿈깨..다 마리오야!“

"마리오?"

"디마리오? 그게 뭔데?“

 

세희와 은비 궁금한 듯.

 

"슈퍼 마리오!“

 

우리들은 한꺼번에 빵터졌다.

정말이지. 이탈리아 남자에 대한 환상은 TV가 다 버려놨어.

뭐. 로마와 밀라노쪽은 진짜 미남이 많긴 하지만.

잘생긴 남자는 천연기념물이라구.

깔깔거리며 우리는 트레비분수니 콜롯세움이니 한참을

떠들었다.

아구. 배고파.

수다에 지쳐 자리를 옮기기로 했어.

 

+++

 

닭갈비가 최고.

술안주에 밥에 돈없는 우리들이 그 둘을 한꺼번에 충족시키에는 닭갈비가 최고였어.

세희가 닭갈비를 뒤적이는 중에 은비와 나는 열심히 떡낚.

호호 불어가며 오물오물.

 

"이제 뭐할거야?“

 

주걱을 뒤집으며 세희가 물었어.

 

"그래, 이제 일해야지“

 

은비도 맞장구.

 

"그래야지"

"내가 알바 알아봐줄까?"

"우리 회사 단기 알바 뽑는다는데“

 

세희와 은비가 나를 보며 얘기.

 

"아냐..나 회사 차릴래"

"뭐?"

"뭐..뭣?“

 

세희와 은비의 동공이 진도 3.0

 

"뭐라구? 회사를 차린다구?"

"네가 무슨 돈이 있다구?“

 

테이블은 경악으로 들썩였다.

시원하게 맥주 원샷후 천천히 말을 이었다.

 

"훗. 두고봐. 반드시 차릴테니!“

"그래..로또사자!”

"나좀 써"

"우리 로또되면 다같이 유럽 한번갈까?"

"그래..그래..그거 좋다!“

 

한참을 몽마르뜨와 에펠탑을 안주로 흠뻑 취해버렸다.

 

+++

 

여대 정문앞.

등교로 바쁜 학생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전단지 하나 받아가세요'

강철 멘탈 요안나.

윳튜브채널 홍보에 나섰다.

여고,여대,전철을 가리지 않고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었다.

버리는게 태반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구독자가 늘었다.

조회 620, 구독 25

초반이라 부정적인 댓글이 많았다.

 

[본인부터 빼고 광고하셈]

[양심 챙겨라]

[.....돼지녙 ㅈㄹ한다]

 

아놔, 이것들 살한번 날려..?

 

+++

 

대박!!!

조회수 76만 , 구독 50만

실화냐?..!!

한 달후 윳튜브 여신 등극!

 

[언니 너무 예뻐요!]

[연예인이 양민 학살]

[보면서도 믿을수가 없엉..]

 

댓글창엔 CG다, 사기다.

매일 보는데 무슨 소리냐.

편을 갈라 아웅다웅.

훗, 겨우 반에 반의 미모구만.

아직 멀었거든.

 

거실에는 빈용기와 박스가 가득.

부엌에서는 엄마가 사과를 깎고 방에는 세희와 은비가 박스포장에 열심.

나도 컴퓨터를 끄고 포장에 합류.

 

"와. 대단하다. 50만이 넘었어!“

 

내 감탄에 세희가 맞장구.

 

"그럼! 바로 코 앞에서 보는대도 못믿겠는데"

"무슨 짓을 한거야?“

 

은비의 따가운 시선.

황당, 의심, 부러움이 가득찬 시선에 얼굴이 뜨겁다.

헤헷.

 

"숙희야..이제 영어 자막도 넣자"

"그래, 외국에서도 보면 더 늘어날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손으로는 포장을 하며 맞장구.

넘쳐나는 주문에 밥먹을 시간도 없어.

아. 빨리 회사도 만들고 공장 설비도 갖춰야 하는데..

띵동..띵동..

엄마가 문을 열어주자 상준이가 들어왔다.

한 손에는 아이스박스를 들고.

 

"잘 계셨어요?"

"어서와. 배고프겠다“

 

엄마가 아이스박스를 받자,

 

"산에서 조금 캤습니다. 어머니 드세요"

"이게 뭔데?"

"산삼이요..3뿌리 입니다"

"아이구, 이런걸 내가 어떻게 먹어“

 

엄마의 입이 귀에 걸린다.

 

"왔어“

 

나도 모르게 광대승천.

 

"어서와요. 오빠"

"나도줘“

 

세희와 은비도 미소가 가득.

내 옆에 앉아 상준이도 포장을 거든다.

 

"오빠. 이제 숙희 윳튜브에 영어 자막 넣을려고요"

"아 그래. 좋은 생각이네“

"이제 따블로 늘거예요"

"따블이 뭐야..따따따블이지!“

 

나도 입을 열었어.

 

"회사하고 공장 설비는?"

"응. 다음 주면 법인 설립등기 나와"

"그럼, 특허하고 실용신안,상표등록은?"

"등기 되는데로 빨리 해야지"

"물량이 너무 많아 힘들어 죽겠어!“

 

은비가 한마디 보탠다.

이 상황에 가만있으면 안되지.

 

"월급 따블!“

 

돈으로 보상한다.

세희와 은비가 앉은 자리에서 펄쩍!

 

"어머! 사장님!"

"충성! 충성!“

 

엄마가

 

"나는?"

"엄마도 따블!“

 

엄마도 이제 내 일을 돕는다.

상준을 보니 빙그시 웃고 있네.

 

"상준이 배고프겠다. 먹고하자“

 

엄마의 말씀에 자리를 정리.

동네 오리집으로 모두 이동.

밑반찬이 깔끔해서 자주 가는 집이야.

역시 고기는 생고기가 진리.

 

"이모! 여기 맥주도 세병 주세요!"

 

역시 은비.

테이블 셋팅에서 주문 까지 일사천리.

일도 은비는 야무졌다.

엄마가 상준이에게 맥주를 따라주며 묻는다.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고?"

"아. 네. 어머니"

"미국에서 공부했으니 영어 걱정 끝“

 

은비가 상준의 잔에 쨍.

호홋..처음 상준을 소개한 날.

세희와 은비..입을 다물지 못했지.맨날 남친도 없다고 그렇게 괄시 하더니.

이 잘생긴 사람이 내 남친이다!

이것들아!

엄마도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이 집 들깨 수제비가 예술!

아우. 배불러.

 

+++

 

"가격 생각마!“

 

또 말했어.

 

"갯수도 신경 쓰지마! 걍 마음에 드는거 몸에 맞는거 다사!"

 

세희와 은비 폴짝폴짝!

그래도 역시 어려.

고작 캐쥬얼 매장이라니.

나는 엄마와 팔짱을 끼고 숙녀복 매장 탐색.

에휴. 오마니 안목도 결국 꽃무늬.

어쩌겠어. 좋으면 사야지.

 

"이거 시장서 사면 만원인데.."

"아휴..엄마 걍 사. 그리고, 가격 생각 말고 마음에 드는거 사!"

"이 기집애..돈 좀 벌었다고 펑펑 쓰다간 거지돼!"

"알았어..알았어!“

 

매장 점원의 효녀소리를 뒤로하고 운동화매장으로 고고.

 

나이스.

아! 정말 이쁘다!

운동화가 이렇게 이뻐도 돼?

 

"엄마! 이거 신어봐"

"아휴..얘 이런걸 어떻게 신니..“

 

점원이 엄마에게 이것저것 신겨본다.

오! 다 이뻐 ..다 마음에 들어.

 

"어머 얘 숙희야! 어쩜 이렇게 가볍니?"

"그렇지! 엄마!"

"근데 금방 떨어지지 않을까?"

"에휴..엄마 또 사면 돼지!"

"미친년..“

 

엄마도 궁시렁거리며 싫지 않은 듯.

 

"이거하고 저거..네 다 주세요“

 

엄마 3켤레, 나도 3켤레.

운동화 덕후될듯.

 

드레스코드는 블랙.

나 카프리의 마녀거든.

어디 이 꽃미모를 빛내줄 옷이 있을까나?

잘생긴 남자 가드가 입구에서 인사.

기분 굿.

인생이 환해지는 느낌이야.

아! 명품관이 이런 곳이구나..

뭔가 훌륭한 사람이 된 기분.

정말이지 입안의 혀처럼 매장 점원이 옷을 골라준다.

딱딱맞게.

역시 패완얼. 거울을 보니 취한다.

술을 안마셔도 취할수가 있다니..

검은색 슈트와 네이비가 들어간 스커트.

배이지색 블라우스. 쉬폰.

아이참. 사다보니 핸드백에 구두에 액세서리.

끝이 없네.

 

+++

 

다들 카페에 앉아 쥬스 한모금씩.

상준이가 조그만 상자를 내민다.

 

"선물"

"선물?“

"풀어봐봐“

 

모두의 관심속에 상자를 풀어보니,

은은하게 빛나는 까만 명함지갑.

예쁘네. 마음에 들어.

응? 안에 명함이 들었네.

 

[ 뷰티키키 CEO 허 숙희 ]

 

너도 나도 명함을 들고 신기한듯.

아! 나도 신기하네.

알바를 할때면 어이,저기,야로 불렸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데가 없었지.

이제 누군가 연락처를 물으면, 명함을 줄수 있어.

것두 20대 여성 CEO!

왠지 찡하네.

 

상준이는 언제나 나를 보고 웃고 있어.

고마워. 상준.

 

+++

 

"나..떨려.."

"후후. 천하의 허스키가 떨려?“

 

상준이 손을 잡는다.

따뜻해.

조금 진정이 되는 듯.

 

"그러게. 그래도 상준씨 부모님께 인사드린다니 떨려.."

"떨것없어. 편안하게 생각해“

 

빙긋웃으며 손을 꼬옥 잡는다.

창 밖에는 완연하게 봄기운.

연분홍과 노랑색으로 천지가 예쁘다.

이윽고, 잔디길을 따라 차가 멈춘다.

어머! 널다란 잔디밭과 호수!

골프장안에 집을 지었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신다.

 

"어서와요!"

"반가워요..“

 

어머! 어머님,어버님 인상 좋으시다!

 

"네, 처음뵙겠습니다. 허 숙희입니다."

"아.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어쩜! 우리 상준이가 빠질만 하네.."

 

얼굴이 화끈.

 

"여보, 차 좀 내오지"

"아, 네. 뭐 좋아해요?"

"홍차 좋아해요.."

"음..나도"

 

상준이도 옆에 앉아 약간 긴장한듯.

 

"허숙희양. 고맙게 생각해.."

 

상준이 아버님이 한모금 마시고 입을 떼셨어.

 

"이녀석. 학교 졸업후 방황을 했지.

그러던 녀석이 이제 마음을 잡았어"

"고마워요.."

 

어머님이 눈물을 글썽.

 

"아..아니예요. 제가 더 도움을 받는데요. 뭐"

"음..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줘요"

 

아버님이 명함을 건넨다.

 

[ (주)케미피아 대표이사 유 준혁 ]

 

헉! 케미피아 사장님이라고!

김실장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려.

 

"네! 고맙습니다!"

 

준상이 다리를 가늘게 떨고있네.

훗.

 

+++

 

처음 와본 준상의 방.

역시 깔끔해.

정갈하게 손질한 침대와 책상.

벽면 가득한 책장에는 수 많은 경영서적.

창 밖을 내다보니 호수에 백조 한 쌍이 헤엄치고 있네.

살며시 다가온 준상이 뒤에서 살포시 안는다.

 

"뭐야?"

"가만히 있어.."

"......."

"마녀학교에서 처음 본게 아냐.."

"그럼?"

"트레비 분수에서 눈을 꼭 감고 간절하게 기원했었지”

"아!"

"그때..참으로 많이 부러웠어!"

"뭐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게 있다는게..“

 

웃음이 나.

다 가진 사람이 부러워 하다니..

빙글 몸을 돌리더니 눈이 마주친다.

어머! 뜨거워..어쩌지..

이 사람 왜 이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더니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

으읍..

아! 이래서 종소리가 울린다고 하는구나!

 

댕..댕..댕..

 

+++

 

"정말?"

"아니, 무슨 생각?“

 

세희와 은비 황당하다는 표정.

 

"뷰티 샾인데, 왜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을 뽑냐구?"

 

이구동성.

전국 47개 로드샵 매니저 채용공고.

과체중, 용모불량 우선채용.

사람들이 양돈장이라고 수군수군..

 

+++

 

zbc저녁뉴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모 뷰티업체인데요.

특이하게 과체중과 용모불량한 사람을 우선채용한다고 합니다.

한 달이 지난 시점,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놀라운 다이어트 효과로 높은 매출을 올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모델의 홍보 효과인거죠.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월급은 안받아도 좋으니 입사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용모에 대한 차별이라는 논란도 있습니다.

즉, 예쁜사람이 역차별 받는다는 논란입니다.

이상 zbc 이상화 리포터였습니다.]

 

키키 1호부터 3호까지 폭발적 매출성장.

이제 사옥을 옮겨야 겠다.

압구정 5층에서 여의도 25층으로.

아무래도 공항과의 연계성을 따져보니 여의도가 적합.

바이오뷰티 연구소 설립.

뷰티랩 예산 증액.

외국바이어와 고객에 대한 대폭 지원.

향후, 해외 도시별 74층 종합뷰티센타 건립 목표.

 

+++

 

"컷!"

"아! 좋습니다."

감독의 Q사인.

하지만, 만족못하겠다.

 

"감독님! 다시 한번 찍어보고 싶습니다"

"하하..그러시죠“

 

웃음띤 CF감독은 다시 촬영에 임했어.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다시 진행되는 촬영.

내 제품은 내가 찍는다.

글로벌 마켓.

글로벌 CF.

타임지에 내 얼굴이 뙇!

 

깨똑깨똑

[상준:보자 좀..보고싶어!]

[미안!]

[상준:몸 상해..천천히 해]

[그래]

[상준:숙희 어머니, 부모님과 같이 있어]

[뭐해?]

[상준:밥먹어]

[상준:저녁은?]

[배고파]

[상준:금방 갈께]

[지금?]

[상준:그럼!]

[헤헷..좋아!]

[상준:미역국 싸간다]

[윽!]

[상준:ㅋㅋ]

 

+++

 

하얀 유니폼이 반짝.

남승무원이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줘.

날렵한 몸매에 수려한 용모.

이쁜 여자는 많아도 잘 생긴 남자는 드물어.

 

"변함이 없어..“

 

상준이 안대를 살짝 올리며 빙긋.

 

"뭐가..?"

"그때도 남자승무원을 보면서 헤헤 거리더니..후후"

"무슨소리야?"

"생각안나? 로마 갈때.."

"어멋! 그걸 어떻게 안대?"

"안대를 했어도 다 보여"

"호호홋. 민망해라"

"우리 예림이도 엄마 닮아 꽤 밝히겠어"

"어머머, 뭐래“

 

예림이는 벌써 잠이 들었다.

아빠를 닮았나?

어쩜 이리 잘 잘까!

세희와 은비는 창가에 앉아 연신 셀카중.

엄마와 상준씨 부모님은 담소로 웃음꽃.

좌석이 넓어 쾌적했다.

화장실도 줄이 없어 무엇보다 좋아.

서비스는 말할것도 없구.

 

"카트리나는 잘 있을까?"

"보고싶네"

"그러게.."

"벌써 10년이야"

"많이들 변했을거야"

"어쩜 그대로일지도.."

 

정말?

하긴 바다빛은 언제나 푸르지.

손안에 든 편지를 꺼냈어.

 

[친애하는 마녀학교 동문여러분.

총동창회를 개최하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카프리의 바다는 언제나 푸르답니다.

마녀학교장 카트리나]

 

상준이 손을 꼬옥 잡는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