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집>

 

겨울이 끝나고 바야흐로 봄이 시작될 때였다.

분주한 졸업식과 입학식 그리고 반이동.

한 학년이 올라 간다는건 왠지 새로운 세계로 한 발 더 내딪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은영이를 처음 본 것은 2학년 학기 초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앳띤 얼굴로 자기 소개를 하는 소녀.

 

“안녕. 강원도에서 전학온 김 은영이라고 해. 잘 부탁해.”

 

확실히 이쁜 얼굴이었다.

남녀 공학인 학교의 특성인지 여학생들 끼리 시샘이 많았다.

말도 안되는 억측으로 한참을 웃고 울곤 했던 것이다.

은영이는 남학생 뿐만 아니라 동성인 소녀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담임은 소개가 끝나자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은영이를 앉게했다.

주위에 있던 녀석들이 모두 ‘와아’하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머쓱해진 나는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그럭저럭 일주일이 지나자 이런저런 사정얘기를 듣게 됐다.

아버지가 얼마전에 돌아가시고 서울로 유학 왔다는 얘기.

엄마는 시골에 있고 자기는 이모네에 묵고있다는 얘기.

밝은 성격의 은영이는 환하게 웃으며 스스럼없이 자기 얘기를 하곤 했다.

일주일씩 돌아가며 주번 활동을 하게 됐다.

은영이와 짝이 되어 이런저런 잡일로 함께 하며 좀더 친하게 되었다.

서울이라고는 해도 학교는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울 유학이라는 말이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은영이는 걸어서 통학을 했고 같은 방향까지는 함께 걷곤 했다.

중간에 시장이 있어 둘이서 떡볶이며 튀김이며 주전부리를 먹곤했다.

은영이는 유난히 매운 것을 좋아해서 매운 것을 못먹는 나로서는 곤혹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반에서는 은영이의 별명이 ‘감자 소녀’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사건의 발단은 화자라는 말 많은 왈패의 한 마디 말 때문이었다.

기가 센 화자는 은영이의 기를 꺾기 위해 촌년이라며 위협했다.

은영이는 하얀 얼굴로 이런저런 말도 없이 화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바닥을 굴렀던 것이다.

한 웅큼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파랗게 불이 나는 눈으로 한 참을 쏘아보는 은영이의 별명은 이제 ‘미친년’이 되었다.

미친년 혹은 감자년으로 불리우며 은영이는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하였다.

그 일이 있은 후론, 그 어떤 아이들도 은영이를 건들지 못했다.

 

*

 

“건호야. 집에 같이 가자.”

 

은영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 가다가 뭐좀 먹을까?”

“그래. 내가 떡볶이 사줄게.”

“나이스!”

 

우리들은 별일 없으면 함께 집에 가곤 했다.

따로 가자는 말이 낯설다.

시장은 제법 큰 규모여서 항상 사람들로 붐비었다.

시장을 걷노라면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군침도는 냄새가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기다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은영이와 나는 입김을 호호 불며 떡볶이를 우물거렸다.

은영이는 역시나 맵게 주문한 것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며 은영이는 낄낄거렸다.

 

“건호야. 이번주 토요일 시간있어?”

“응? 뭐..토요일?”

“그래..이거 봐봐”

 

은영이는 쪽지를 한 장 내게 건넸다.

쪽지에는 주소가 한 줄 적혀 있었다.

의아한 눈으로 은영을 쳐다보자 은영이는 목소리를 낮추며 입술을 달싹였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을 가셨어. 이번에 유품을 정리하다 열쇠와 주소를 적은 쪽지를 발견했어.”

 

은영이는 맑은 눈빛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엄마에게는 말 안했어. 내가 일단 한번 알아보고 말할래.”

“아! 그래..”

 

은영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영이 아버님이 바람을 피셨을까?

한 달에 한 번이라..

 

“혼자 가기 무서워..길도 잘 모르겠고..”

“알았어. 같이 가자.”

 

나는 은영이를 보고 씨익 웃었다.

 

“아버지는 어떤 분 이셨지?”

“음..뭐랄까..전형적인 농부 스타일.”

“그런 분이 바람을 피워?”

“모르지..사람이란.”

“만일, 예상이 사실이면 어떡할거야?”

 

은영은 말을 잃어 물 한모금을 꿀꺽 삼켰다.

 

“많이..슬프겠지.”

 

할 말이 없다.

갑자기 떡볶이가 써서 목 안에 넘어가질 않았다.

반이나 남기고 은영이와 나는 토요일 역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

 

토요일까지 은영이와 나는 그 일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다.

창식이라는 놈이 있다.

이 자식은 스토커다. 그것도 나를.

웃기는 놈이지.

언제 내 뒤를 밟았는지 내 집을 알아내곤 곁을 맴돈다.

어찌 어찌 친구가 됐지만 영 께름칙하다.

작은 일에 흥분하여 팔짝팔짝 뛰곤했다.

착하기는 한데 영 맹하다고 할까..

상우라는 놈도 있다.

이 자식은 싸이코다. 진정한.

그 언젠가 잠실 실내수영장에 같이 간적이 있다.

헐..문 닫을때까지 샤워를 한 놈이다.

두 번 다시 녀석과는 수영장을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알고 보니 창식이 놈이 상우에게 나를 떠넘겼던 것이다.

상우가 혼자서는 못가겠다고 나를 꾄것이었다.

창식이 대신 내가 간 것.

창식이 놈은 눈치가 빠르다.

호시탐탐 나를 엿보며 이것저것 캐묻는 것이었다.

이 놈이 토요일 은영이와 만나는 것을 알아서는 안된다.

입이 싼놈이라 동네방네 소문 날것이 뻔하다.

은영이에게도 다짐을 주고 조심을 했다.

토요일. 창식이 놈이 같이 영화를 보잔다.

표까지 제가 끊겠다며.

나는 그 날 집에 일이 있어 못간다. 지방에 집안 행사가 있다.

녀석은 지방 어디냐? 무슨 행사냐?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다.

서투른 거짓말로 둘러대곤 시선을 피했다.

 

*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늦은 저녁에는 비가 올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까지는 맑다.

토요일 역앞에서 만난 은영은 하얀 스커트에 파란 블라우스가 잘 어울렸다.

나는 청바지에 얇은 봄 재킷을 걸쳤다.

은영과 함께라는 사실에 심장이 뛰었다.

어찌됐든 은영은 나를 믿고 신뢰한다는 사실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창식이 놈도 상우 놈도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

우리는 노선도를 꼼꼼이 살펴보고 표를 끊었다.

신도림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지도 앱을 확인해보니 주안역에서 남서방향으로 1Km 정도 걸어야 했다.

지도상으로는 주택가의 모퉁이였다.

은영이는 입술이 건조한지 립밤을 꺼내 립스틱 칠하듯 립밤을 바르고 혀를 낼름거렸다.

안보는 척 슬쩍보니 은영이의 입술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하얀 얼굴에 립스틱도 아닌데 붉다.

세수만 해도 이쁠 나이. 은영이는 자기가 이쁜 것을 모른다.

다행인지..불행인지..

은영이를 몰래 훔쳐 볼때면 왠지 목이 탄다.

자꾸만 마른 침을 삼킨다.

어떤 안타까움에 애가 타는것이었다.

나는 매운 것을 못 먹는데 은영이는 매운 것만 시키듯.

토요일이라 전철안은 나들이객으로 꽤나 붐비었다.

한 눈에 봐도 결혼식장 하객으로 보이는 남녀 무리였다.

같은 일행은 아닌데 슬쩍슬쩍 서로를 쳐다본다.

목소리가 높다. 들으라는 듯이.

물개떼가 와글거리는 것 같다.

은영이와 킥킥거리며 사람들에 얘기했다.

누구와 닮았으며 동물과도 닮았다고.

문이 열릴때마다 사람이 나가고 그만큼 들어왔다.

드디어 에어컨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겨드랑이에 땀이 차기 시작했던터라 반가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웃다보니 어느덧 주안역이었다.

국철 노선은 지하철과 다르게 창 밖으로 풍경이 보인다.

하늘과 마을과 사람들이..

하지만, 낡았다.

세련되지 못하고 70년대의 어느쯤을 헤매인다.

지하 개찰구 옆에 화장실이 있었다.

은영과 잠시 헤어져 서로 볼일을 보고 개찰구 밖에서 만나기로 했다.

남자 서넛이 여자의 핸드백을 들고 서성인다.

어쩌다 저런게 매너가 됐을까?

나도 은영이의 파우치를 들어야 했나 생각하는 순간 눈앞에 은영이 나타났다.

전철에서와는 달리 긴장한 표정이다.

저 파우치 안에는 열쇠도 있겠지.

나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밖으로 나왔다.

주안역 앞 쪽이 남쪽이었다. 시끄러운 차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앱을 키고 걷기 시작했다.

은영이 어깨를 툭 친다.

고개를 들어보니 빨간 다운을 입은 여자가 중앙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여자를 피해 차량들이 속도를 줄였다.

어떤 차량도 여자를 향해 크락숀을 울리지 않는다.

여자의 발걸음은 무척 빨랐다.

잰 걸음으로 등과 손에 가방을 쥐고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은영과 나는 멍하니 여자가 사라질때까지 쳐다보았다.

 

“노숙자?”

 

은영이 입을 뗐다. 나는 ‘미친년’ 이라고 말했다.

노숙자이면서 미친게 맞을 것 같다.

핸드폰을 켜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넌후 주유소를 끼고 골목길에 들어섰다.

길은 오르막으로 이어졌다.

그리 가파르지는 않았으나 숨이 차기 시작했다.

집을 찾기는 쉬웠다.

오르막의 끝에 모퉁이의 집. 단층 단독주택.

집의 담장에는 울긋불긋한 스프레이로 낙서가 가득했다.

담장 너머로는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마도 쓰레기가 썩는 듯.

문패에는 어떠한 이름도 없었다.

어떡 하지?

은영이는 파우치에서 열쇠를 꺼내 문에 끼우고 힘을 주었다.

어..어..

문이 열렸다.

머리카락이 쭈볏거린다.

하늘이 많이 어두워졌다. 생각해보니 점심도 먹지 않았다.

은영이는 배고픔도 잊은채 열기 띤 눈으로 집을 노려보았다.

문이 비명을 질러댄다. 끼이익.

녹슨 철제 문을 힘주어 열자 마당안에는 쓰레기가 그득했다.

페트병이니 깡통들을 봉지에 담아 마당 가득 쌓아 놓았다.

 

“이런데 사람 살겠니? 됐다. 그만 가.”

 

은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영은 이리저리 마당을 쏘아보다 이윽고, 현관문에 손을 댔다.

현관문은 힘 없이 열렸다.

안은 깜깜했다.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모은 듯.

스위치를 켰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가 끊긴 듯.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줄기 섬광이 번쩍였다. 순간 안의 모습이 보였다.

의외로 안은 깨끗했다. 쓰레기가 없다.

핸드폰의 플래시를 켰다. 눈금이 이제 하나 남았다.

현관 옆은 화장실이었고 방은 총3개 였다.

왠일인지 문이 다 닫혀있었다. 오른쪽부터 문에 힘을 주었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어떡한다..

 

“열쇠 더 없어?”

 

은영이에게 물어 봤으나 은영은 고개만 가로저었다.

 

“열쇠는 하나 밖에 없었어.”

“어떡하지?..부셔?”

“부수는 것 까지는 아닌 것 같애.”

 

끼이이..익.

녹슨 철제문이 내는 저 소리.

캄캄한 어둠속에서 현관문이 스르륵 열렸다.

삘간 다운의 여자가 흠뻑 젖은 모습으로 걸어온다.

나와 은정이의 곁으로.

여자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듯 거리낌 없이 사이를 질러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

쿠르릉..쿵. 요란한 천둥소리가 어둠사이로 버럭 소리를 낸다.

여자는 빗물을 뚝뚝 흘리며 몸을 뒤척인다.

저 상태로 잘수 있단 말인가?

덜컥 겁이 났다. 핸드폰의 배터리 눈금이 깜빡거린다.

시간은 밤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떡 할래?”

 

눈짓으로 은영을 불렀다.

은영이 내 손을 쥐고 문을 가리켰다.

발자국 소리를 줄이고 우리는 집을 나섰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우리는 말이 없었다.

 

*

 

은영이 속깊은 얘기를 했다.

 

“건호야. 사실 나..다섯 살 이전 기억이 없어.”

 

다섯 살 이전.

 

“은영아. 그 여자가 네 아버지의 불륜 상대라고 보니?”

“아니..아니야.”

“그래. 아니지. 그래도 수수께끼는 남아.”

“이번에 확실하게 보자.”

“확실하게?”

“응. 문을 부수더라도 봐야겠어.”

 

우리는 필요한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망치와 장도리, 후레쉬와 여분의 건전지등.

창식이 놈의 끈질긴 추궁을 뒤로하고 경인선에 몸을 실었다.

미래란게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법인데, 어쩐지 닫혀 있는 방문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먼저 든다.

은영은 창 밖에 시선을 두고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 보고 있다.

같은 생각이겠지.

은영이 문득 나를 보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넨다.

보니 무슨 영수증이었다. 아웃도어 다운. 빨강.

산 날짜를 보니 지난 겨울이었다.

나는 흠칫했다. 은영이도 이걸 봤을 때 그랬겠구나.

빨강.

그 여자는 추운 겨울을 제법 잘 났을 것이다. 춥지 않게.

그런데 무슨 관계길래 옷을 사주고 그 폐가를 다녀 갔던 것일까?

이 모든게 사실일까?

은영과 나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다.

역에서 내리는 순간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펴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혹시나 여자가 있나 살펴봤으나 보이지는 않는다.

걸음이 무겁다.

처벅처벅. 물 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도깨비 집.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동네에서는 도깨비 집으로 불린다고 한다.

집이 이렇게 된지는 십년이 넘었다고 한다. 집주인은 그 빨간 다운의 여자가 맞다고 한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소문에는 여자가 우울증으로 온 가족을 죽이고 실성했다고 한다. 그 후로 거리를 배회하며 온갖 쓰레기를 모으고, 한 달에 한 번씩 어떤 남자가 그 스레기를 치웠다고 한다.

오른쪽 문부터 열기로 했다.

문의 경첩 부분을 뜯기로 했다. 드라이버를 돌리자 나사가 따라 돌기 시작했다.

나사를 다 풀고 경첩 사이에 드라이버를 넣어 힘을 주자 드디어 경첩에 틈이 생겼다.

문 짝 전체를 들어내고 불을 비추었다.

방안은 장난감으로 가득하였다. 기차, 모형로봇.. 남자 아이가 좋아 할만한 것들이었다.

작은 액자가 보였다. 액자안에는 사진이 있었고 보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은영이와 무척이나 닮은 사내 아이다.

여섯 살이나 일곱 살 쯤.

 

“너..오빠가 있었어!”

 

내 물음에 은영이 고개를 젓는다.

 

“처음 보는거야. 나..”

 

목소리가 떨린다.

 

“소문이 사실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은영이 내게 물었다.

나는 할 말이 없어 방 안을 둘러 보았다.

방안은 누군가의 정성스런 손길로 무척이나 정갈했다.

한 달에 한번씩은 온다는 그 남자.

그 남자의 손길이겠지.

왜? 무슨 이유로?

두 번째 방에는 책 들이 그득하였다. 아마 서재인 듯.

사진속의 남자는 깊은 눈매의 남자였다.

사내 아이의 아버지인 듯 서로가 닮았다. 우리는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보기 시작했다.

서랍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배고픔도 잊은채 책 들을 살펴봤다. 책 하나하나를 들춰보다 사진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족 사진 이었다. 남자와 빨간 다운 여자 그리고 사내 아이, 그리고 은영. 활짝 웃고 있었다. 행복한 듯.

옆을 보니 은영이 온 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쉴새없이 흐르고 있었다.

말이 떠오르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불쌍해..흐흑..”

“불쌍해..흐흑..”

 

은영이는 계속해서 ‘불쌍해’란 말만 대뇌이고 또 대되였다.

끼이이..익.

빨간 다운의 여자가 들어왔다. 은영이 와락 여자에게 달려들어 목에 손톱을 박았다.

여자가 켁켁거리며 밭은 기침을 한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은영이 미친 듯이 소리 친다.

 

“죽어! 죽어!”

 

빨간 다운의 여자가 히죽 웃는다.

순간, 창식이 놈이 들이 닥쳐 은영이를 찹아 챈다.

어! 너 이 자식.

 

“뭐해! 말리지 않고”

 

창식이 놈이 나를 보고 화를 낸다.

이 자식이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지?

역시 뒤를 밟았군. 이상한 놈이야.

얼이 빠져 있던 나를 나무라며 창식이 은영이를 여자로부터 떼어 놓았다.

 

“엄마를 죽일셈이냐?”

 

창식의 말에 은영이 울부 짖는다.

 

“누가 엄마야! 누가! 누가!”

“이 여자는 남편과 아들, 딸을 죽인 악마야!”

“그럼, 시골에 계신 엄마를 생각해.”

 

은영이 전기를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떤다.

 

“엄마.. 엄마..”

 

간신히 은영이를 떼어놓고 마지막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가족의 영정사진이이 놓여 있었다. 가족 사진옆에는 어린 소녀사진도 함께놓여 있었다.

깨끗한 상태였고 관리 상태가 매우 좋았다.

어린소녀. 서재의 사진중에는 소녀와 부모로 보이는 사진도 들어 있었다. 집안일을 돕는 부부와 어린 딸인 모양이다.

 

“가자. 궁금한건 시골에 계신 엄마에게 묻기로 하고.”

 

나는 창식이와 함께 은영이를 부축해서 집을 빠져 나왔다.

하늘은 감깜했고 비는 끊임없이 내렸다.

 

*

 

은영이는 학교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창식이와 나는 집을 찾아가 보았다.

집은 불에 타 흔적조차 없었다. 사람들 말로는 워낙 불길이 세고 쓰레기가 가득하여 순식간에 다 탔다고 한다.

어쩌면 동네의 골칫거리라 방관했는지도 모른다.

 

그 뒤로 은영이도 빨간 다운의 여자도 볼 수 없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