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시지 빵 >

동네어귀에 공원이 하나 있고, 맞붙어 오르면 산길로 이어진다.

작은 고개를 살짝 넘으면 그 뒤는 구불 구불한 오솔길이 밭이며 숲을 지난다. 이제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인 듯.

철 모른 코스모스며 다 자란 새파란 풀을 밟고 눈에 새긴다.

그늘진 숲이건만 어느덧 이마에 땀이 송글.

시원한 바람을 온 몸에 맞으면 길이 끝나고 탁 트인 시야가 일품.

다시금 숲에 길을 들어 오르막을 오른다.

느린 걸음을 마치고 내려오면 세상은 차소리로 아득하다.

오랜 산행에 배고픔이 가득.

천지에 맛난것이 유혹한다.

길가의 포장마차 안에는 빨간 떡복이며 튀김등이 먹음직스럽다.

나는 유난히 야끼만두를 좋아한다.

그 길다란 만두를 한 입 베어물면 후추와 당면의 고소함이 유년시절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음악은 귀로 듣는 마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음식은 입으로 먹는 마약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마약김밥이라고 하나?

일부 연예인과 부유층들의 마약뉴스를 보며 우리같은 서민은 법으로 허용된

합법적 마약을 귀로 한웅큼 집어넣고 또 한 웅큼 입에 우물거린다.

눈에 소시지 빵 입간판이 들어온다.

좋았어.

매장안에 들어서니 노란색으로 치장한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쏘시지 빵 하나 주세요.”

카드로 결제하고 자리에 잠시 앉았다.

“쏘시지 빵 나왔습니다.”란 말에 뜨근한 빵을 손에 쥐었다.

소시지.

그 옛날, 통통하고 분홍분홍한 소시지.

정말이지 어렸을땐 돼지의 엉덩이에서 소시지가 나오는줄 알았다.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그렇게 나왔으니까..

그때는 어렸으니까..

작은아버지가 슈퍼에서 사준 분홍소시지.

밀가루맛뿐이었던 그 소시지.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먹던 친구의 소시지부침.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자유를 만끽하며 나는 소시지 빵의 종이를 벗기고 한 입 크게 물었다.

음..

짜지 않고 좋구나!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고 그 위에 옥수수와 홍건한 마요네즈를 얹었다.

요즘, 왕좌의 게임 책을 읽는데 풍성한 먹을거리에 놀란다.

그시절에 꿀에 바른 비둘기 구이라니..

양파와 고기를 꿴 꼬치구이며 진 흙에 구운 오리구이..꿀탄 와인등등.

와..! 새삼 감탄사가 터진다.

판타지라서 그럴까? 아니면 일부 귀족들만의 식탁일 뿐일까?

먹는게 일이다.

굶지는 않는다지만, 질 좋은 식사는 얼마되지 않는다.

식비를 아끼다보면 죄 깡통 음식뿐.

따스하고 향기로운 음식이 그립다.

어느덧, 모든 음식은 냉장고로 들어가 스스로를 얼린다.

풍요는 서늘해지고 냉장고의 품속은 언제나 차갑다.

불은 사라지고 전자렌지와 에어프라이로 온기를 줄뿐이다.

불타는 화덕에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따스한 음식이 그립다.

언제가 모닥불에 커다란 소시지 하나를 꼬챙이에 꿰어 먹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