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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드래곤스>
제2화-용이 되다.(1)
사람들은 장씨 아저씨의 철물점을 <사냥꾼의 집>이라고 불렀다.
장씨 아저씨는 업소용 냉장고 세 개를 가게에 들여놓더니 각종 맥주를 꽉꽉 채워놓았다. 그리고, 누구나 마음껏 마시도록 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용사냥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
어디를 찌르고 어디가 급소인가. 어떤 무기가 효과적이고 보호구는 어떤 것을 써야 할것인가.
얘기는 밤을 새웠고 끝이 나지 않았다.
장씨 아저씨는 가게 벽면을 도끼와 장검, 보호용구로 채웠고 그걸 팔았다.
조용하던 마을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외지인들로 시장판이 되었다.
제일 먼저 식당이 열리고, 각종 숙박시설, 까페등이 들어섰다.
상호에는 꼭 <용>이 들어 갔다.
청룡식당, 용다방, 드래곤 플라자, 드래곤 파이어..
유튜브와 각종 SNS에도 연일 기사가 오르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붉은 민둥산은 금광이 되었고 사람들은 금을 캐는 꿈을 꾸었다.
도인은 부지런했다. 아침이면 집 앞과 골목을 쓸었다.
고무신에 흰 런닝 차림이었고, 검은 머리와 백발이 반반 섞인 머리를 하나로 묶어 뒤로 넘겼다.
도인은 주민들을 모아놓고 외지인의 이무기 사냥을 금지 해야 한다고 외쳤다.
주민들은 동의했고 외지인은 사냥에 참가하지 못했다.
누구나 몫이 준다는 것에는 화를 냈다.
하지만, 이무기가 땅을 뚫고 올라오는 빈도가 많아지고 크기 또한 점점 커졌다.
“우와! 옆을 봐..이무기가 또 올라온다!”
“막아! 막아!”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이무기의 몸에 비늘이 돋기 시작했다.
장씨 아저씨가 커다란 장검으로 내리쳤다.
‘깡’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불꽃을 내며 튕겨져 나왔다.
당황한 장씨 아저씨는 있는 힘껏 이무기의 몸통에 검을 찔렀다.
하지만, 검은 속절없이 튕겨져 나올 뿐이었다.
도인이 이무기의 여기 저기에 부적을 붙여 보았지만, 이무기는 꿈쩍도 하지않고 오히려 더 날뛰었다.
떡두꺼비 여자가 빨간 대나무 작대기로 비늘사이를 찔러 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이무기는 이미 용이되었고 번개는 치지 않았다.
승천하지 않은 용은 그대로 악몽이 되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지를 찢고 송곶니로 물어 뜯었다.
사람들이 황망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민만으로는 역부족이었고 외지인의 사냥은 허락되었다.
다만, 장점이 하나 있었는데 용이 죽으면 바로 금으로 변했다.
이무기처럼 묻고 100일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환호했고 정부는 용 사냥꾼의 자격을 강화하기로 했다.
첫째, 체력과 검술에 능할 것.
둘째, 반드시 용 보험에 가입할 것.
셋째, 열명 이상이 사냥에 나설 것.
주민들은 사냥에서 빠지고 가게에 집중했다.
검은 사내들이 앞다투어 도끼며 장검을 두르고 꾸역꾸역 민둥산을 올랐다.
나는 용이 궁금했다. 승천하지 않은 용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참을수 없는 호기심에 장씨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용들은 정상에 모여있었다. 열 마리나 넘는 용들이 서로를 똘똘말아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검은 사내 하나가 사냥총을 조심스레 꺼냈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용의 정수리에 불꽃이 튀었다.
총은 무용지물이었다. 비늘이 워낙 강해 총알마저도 튕겨내는 것이었다.
장씨 아저씨가 화염방사기를 용에게 뿜었다.
벌건 화염이 용들을 감쌌지만 소용 없었다.
용 한 마리가 똬리를 풀고 빠르게 검은 사내를 덮쳤다.
“으악!‘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팔이 뜯겨져 나가고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순간, 프러펠러 소리가 요란하더니 헬기가 나타났다.
헬기에서는 쉴새 없이 기관총을 용에게 쏟아 부었다.
소용 없었다. 용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성질만 돋구어 헬기에 달려들었고 헬기는 땅에 곤두박질 쳤다.
이제는 사냥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가 됐다.
그 순간,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내게 다가왔다.
검은 비늘이 온 몸을 덮었고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송곳니를 번뜩이며 발딱 일어섰다.
뱀앞에 선 쥐처럼 벌벌 떨며 꼼짝하지 못했다.
아직 다 커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는 것인가?
순간 내 입에서는 생각도 못한 말이 흘러 나왔다.
”칼 아르..! 칼 하트..!“
다음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칼 아르..칼 하트..칼 아르..칼 하트만 목이 터지게 외칠 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용이 그대로 멈추었다.
나는 땅에 떨어진 장검을 들어 용의 턱 밑에 있는 숨골을 향해 힘껏 찔러 넣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용이 떨어졌고, 순식간에 노랗게 변하였다.
어느새, 용은 금이 되어 있었다.
나는 차례로 나머지 용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처음이 어렵지 뒤는 쉬웠다. 외치고 찌르고..외치고 찌르고.
사람들은 나를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불렀다. 최연소의.
어마어마한 양의 금이었다. 마을사람과 사냥에 참가했던 이들과 나누어도 남는
양이었다.
<공방>에서는 이제 진흙이 아니라 금으로 그릇을 빚고, 고양이들은 금으로 된 사료통과 물그릇을 썼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식당과 여관을 열어, 밥을 짓고 손님을 받았다.
유튜브에는 금으로 된 그릇에 사료와 물을 먹는 고양이의 모습이 하루종일 틀어졌다.
용마을에는 수도꼭지와 변기가 금으로 만들어 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숨골. 용의 유일한 급소였다. 총,칼로도 뚫을수 없는 비늘사이로 주먹만한 급소가 있었다. 이리저리 움직일때는 도저히 찾을수 없었으나, 움직이지 않으면 정확하게 꽂을수 있었다.
멀리서는 찾을수 없었고 오직 가까이서 싸우면서 숨골을 찾아야 했다.
그만큼 희생자가 많이 나왔고 사냥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금이 시장에 풀리자 금값이 폭락하였다.
어마어마한 양의 금이 세계적인 금값마저 끌어 내린 것이다.
세계 귀금속 연합회에서는 <드래곤 스레이어>를 < 금 찬탈자>라 부르고, <금 수호자>를 민둥산에 보내기로 했다.
용마을에는 새로운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드래곤 가드> 혹은 <금 수호자>들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용과 더블어 싸우는 사람이 생겨났다.
용에 가까이 가기전에 드래곤 가드들이 사람들을 쫓아냈다.
나 같은 조무래기는 한 손에 들려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힘을 키워야 겠다!
매일 산 속을 달리고, 양 손목에 강철 팔찌를 찼다.
장검을 휘두르고 윗몸 일으키기 100개. 매일 매일 운동을 하며 이를 깨물었다.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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