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드래곤스>

제2화-용이 되다(2)

어머니가 마늘과 오이, 상추를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불판에는 삼겹살이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장씨 아저씨와 도인, 떡두꺼비 여자 그리고 나까지 네명이서 식탁에 둘러 앉았다.

“맛있게 드세요.”

어머니는 수줍게 말했고, 우리 모두 “잘 먹겠습니다!”

합창을 했다.

사람들은 어머니가 하시는 식당을 <용사의 집>이라 불렀다.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꽁짜였다.

넘치는게 금이었고 흔한게 돈이었다.

장씨 아저씨는 삼겹살을 크게 한 입물고 소주 한잔을 털어넣었다.

떡 두꺼비 여자는 우적우적 쌈을 씹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도인과 나는 물을 마셨다.

삼겹살은 고소했다. 장씨 아저씨는 쌈을 먹으며 식탁위에 사진을 올려놓았고 우리 모두 돌려 보았다.

사진에는 민둥산 꼭대기 용들의 모습이 보였다.

“항공 사진이야. 매일 정찰기가 찍고 있지.”

장씨 아저씨가 입을 우물거리며 얘기했다.

“벌써 백마리가 넘어.”

도인이 말을 받았다.

“이제는 마른 땅에서도 용이 솟고, 벼락에도 승천을 하지 않는 구먼.”

떡 두꺼비 여자가 한탄했다.

“더우기 숨골에 비늘이 돋기 시작했어.”

그 말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숨골에 비늘이라니!

용은 이제 약점이 없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군대로 민둥산을 감샀다. 그리고, 금 전부를

매입 해주기로 했다. 시세의 80%로.

나라안은 다시금 드래곤 열풍이 일었다.

각종 검도학원과 창술학원. 그리고, 금세공 학원이 우후죽순 난립하기 시작했다.

일본식 검도학원, 해동검도, 펜싱과 창잡이 학원들이 저마다의 우수성을 뽐냈다.

나도 본격적으로 검술을 연마하기로 했다.

장씨 아저씨가 장검 쓰는법을가르쳐줬고 도인이 그 장검에 영력을 씌우는 법을 가르쳤다.

떡 두꺼비 여자는 장검을 불꽃으로 덮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도인의 교육은 특별 하였는데, 이른 아침 가부좌를 틀고 정수리로 우주의 기를 모으고 명상을 하였다.

맑은 머리 사이로 한 줄기 뜨거운 기를 느끼면, 어느덧 그 에너지가 온 몸을

훓고 손에 모이는 것이었다.

힘을 주면 하얀 영력이 손 끝에 피어 오르는게 보였다.

도인은 나 뿐만 아니라 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법을 전수했다.

사람들은 그네들을 <각성라>라 불렀다.

떡 두꺼비 여자는 불칼 쓰는 법을 알려 줬다. 불칼을 쓸때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다. 칼에 화르륵 불꽃이 일어나면 그 어떤 무쇠라도 두부처럼 자를수 있었다.

소질있는 사람은 누구나 배울수 있었다.

용이 백마리나 넘었고 언제 마을로 내려 올지 몰랐다.

사진에는 <드래곤 가드>들의 모습도 찍혔는데, 놀랍게도 수위 김씨 아저씨의

모습도 있었다.

나는 슬펐고 아쉬웠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가 해 주던 말이 떠올랐다.

원소 기호 Au, 원자 번호 79.

금은 라틴어로 Anrum 아우룸이라고 했다.

“알고 있니? 위대한 연금술사 뉴턴을?”

김씨 아저씨가 그윽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뉴턴은 과학자 아니였나요?”

나는 놀래서 물었다.

“과학자이며 위대한 연금술사 였단다.”

싱긋 웃으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금은 별들이 부딪치고 태어나면서 만들어 진단다. 수조도의 온도와 상상할수 없는 압력으로..”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더니 다시금 입을 떼었다.

“말머리 성운은 별들의 고향이라고 불리우지. 그곳에서 금이 만들어 진단다. 금의 고향이자 용들의 고향이지.”

그 말을 하고서 그는 총총히 민둥산을 올랐다.

칼 아르..칼 하트..

그는 <드래곤 가드>의 수장이 되어 사람들을 이끌었다.

어쩐일인지 용들도 그의 말을 알아 듣는 것 같았다.

용들은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정상에 머물렀다.

우리는 번번이 <드래곤 가드>들에 길이 막혀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지리한 소강 상태가 이어지던 날이었다.

정부에서는 <실버 엔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실버 엔젤 프로젝트.

초고령사회의 진입으로 노인 문제가 심각해졌다.

정부는 제주도를 노인 문제의 해답으로 삼았다.

70세 이상의 자발적, 비자발적 노인을 대상으로 집단 이주가 시작 되었다.

비용은 무상이었고 노인들을 돌볼 간호사와 간병인이 모자르자 동남아 등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제주도는 커다란 요양원이 되었다.

사람들은 긍정했고 민둥산 아래 주민들은 불안했다.

용들이 언제 산 밑으로 내려 올지 몰라 제주도로 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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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용들이 산을 내려 오기 시작했다.

지리한 소강상태로 3년이 지날 때였다.

<드래곤 가드>들이 막아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래곤을 보호한다는 목적이었기에 변변한 무기도 없었고, 용들은 이미 천하 무적이었다.

그 다음 방어선은 군대였는데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총과 화염방사기로는 용을 당해 낼수 없었다.

군대의 방어선이 뚫리자 그야말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용들은 닥치는대로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찢어 발겼다. 여기 저기 비명소리가 나고 벌건 피로 땅을 흠뻑 적셨다.

사람들은 이 날을 <용의 분노>라고 일컬었다.

<용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다.

싸이렌이 길게 울리고 공습공보가 왕왕 울렸다.

학교에서 공부하던 나는 장씨 아저씨로부터 받은 장검 <검은 발톱>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식당부터 찾아 보았으나 어디에도 엄마,아빠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엄마..!”

애타게 불러 보았으나 대답도,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검은 용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꿈틀 꿈틀. 녀석은 천천히 나에게로 죄어왔다.

눈빛이 날카로왔고 발톱은 더 날카로웠다.

몸 전체로 녀석은 내게로 달려들었다. 옆으로 피하면서 손 끝에 영력을 끌어 모았다. 장검이 히얗게 빛이 났다.

녀석의 몸통을 향해 힘껏 장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소리와 함께 깊게 길게 몸통이 베어졌다.

노란 빛이 눈 부시게 쏟아졌다.

’크아아악‘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뒤를 이었다.

나는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 올라 녀석의 정수리를 정확하게 반으로 갈랐다.

“컥”하는 소리와 함께 쿵소리를 내며 용은 쓰러졌다.

속속 <드래곤 학살자>들이 모여 들었다.

나 또한 <드래곤 학살자>의 일원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용들의 습격은 무척이나 빨랐고 피해는 너무나 컸다.

마을은 초토화 되었고 무너진 돌틈 사이에서 엄마와 아빠의 주검을 찾을수 있었다.

엄마,아빠의 주검을 본 순간 멍해졌다.

사실을 받아들일수 없었고, 화가 나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늘을 향해서 고함을 질렀다.

왜? 왜?

죄없고 착한 엄마,아빠가 죽어야만 하는가!!

나는 미친 듯이 용들의 머리를 잘랐다.

여기 저기 상처는 입었지만 나의 분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말 그대로 <학살자>가 되었다.

<드래곤 학살자>

각성자들이 모인 드래곤 특수 부대의 이름이었다.

정부는 각성자들을 후원하며 조직을 이끌었다.

<드래곤 가드>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 돌멩이로 얼굴을 맞았다.

목표는 <드래곤 멸종>이었다.

도인의 백색 영력이 배를 가르고, 떡 두꺼비 여자의 불칼이 용의 머리를 잘랐다. 장씨 아저씨의 장검은 쓸모가 없었다.

도인과 떡 두꺼비 여자의 배움을 받은 각성자들이 용들을 처단해 나갔다.

용들이 땅속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