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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어스름한 달빛이 벽을 비추었다..
바람이 한줌불었고..구름에 가리웠는지 벽이 어둠에 묻혔다가 나오곤 하였다.
배가 고팠다..
그래..항상 배가 고팠지..
쓴웃음이 났다..
물이 있던가..
한모금 입을 훔치고..가만히 달빛 아래 고요히 비추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이마에..고요한 선아래로 코와 입이 흘러내렸다..
나무는 부드럽게 여인을 감싸안으며..여인의 머리카락을 살랑거렸다..
여자..
아름다움..
욕망이자 아쉬움..
부드러운 바람..
왜 내가 먼저 만나지 못한것일까..?
그 여자를 본건 우연히 들른 식당이었다.
그 여자는 난폭하게 생긴 남자와 같이 밥을 먹고있었다.
아..!
가슴이 서늘하였다.
저잣거리에서 쉽게 볼수 있는 흔한 여인네가 아니었다.
여자는 아름다웠으나..어쩐지 그늘이 있어보였고 수척하였다.
하얀얼굴과 기품있는 행동거지에 비해..
남자는 우락부락한 모양새에 말뽄새 또한 거칠었다.
아쉬운 모양새였다.
여자는 겁먹은듯..연신 고개를 떨구곤 하였다.
여자의 남긴 그릇을 보며 남자는 연신 타박을 하였다.
이 년아 밥을 싹싹 긁어먹어야지..어디서 낭비질이야.
거친 언사에 여자는 쩔쩔매었다.
안타까운 모습이었으나 나설 상황은 못되었다.
혀차는 모습에 사내는 눈을 부라렸다.
어디 구경났어..
사내는 여자를 낚아채듯 식당을 빠져나갔고..
시장 어귀에 잡화점 하나를 내었다.
사내는 늘 술냄새를 풍기며..여자의 머리채를 잡아채기도 하고, 뺨을 철썩철썩 이리저리 때리기도 했다.
말리는 이웃에게 고함을 치고, 행패에 감히 말릴 생각을 못하게 했다.
벚꽃 흐드러진 어느 날..
나뭇가지에 여자의 그림자가 흩날리었다..
그렸다 지웠다를..수개월..
주먹밥 두덩이와 한주전자의 물..
바람은 차고..밤은 추웠다.
석벽의 동굴마다..반짐승의 화공들이 웅크리고 회반죽과 염료를 주무르고 있었다.
누가 등떠민것은 아니다.
집떠난지 오년..
배고픔과 추위속에..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오직..
이 세상이 아닌..
속세를 떠난..
열반의 세계를 그리고자..
화공들이 석벽의 동굴속에 똬리를 틀었다.
오백년이 흘렀다..
흙먼지는 여전했지만..
동굴마다 환한 '빛'이 흐른곤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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