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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 제1화
창 밖의 풍경은 언제나처럼 단조로웠다.
깊은 어둠속에서 간간이 희미한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실내는 하얀 빛으로 여기저기 부딪쳐 눈이 부셨다.
HALL..불빛이 너무 밝아. 조금 낮춰줘.
네. 알겠습니다. 실내 조도를 조금 낮추겠습니다.
HALL의 붉은 빛이 깜빡였다.
실내 불빛이 조금 낮춰지자 조금 편안해졌다.
몇시나 됐을까?
의미없다. 이 공간에서 시간이란 무슨 의미인가.
그래도 나는 HALL에게 시간을 물었다.
HALL..몇 시나 됐지..?
네..지구 표준시간으로 서기 3015년11월6일 오후11시10분42초입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습니다. 내일을 위하여 어서 주무시지요.
크크..HALL이 나의 건강을 염려하여 일찍 주무시란다.
오호..고맙기도 하지. 나를 걱정해주는 AI도 다있고.
쓴 웃음을 참으며 식어버린 커피를 한모금 삼켰다.
커피는 어느덧 차갑게 식어버려 쓴맛만 가득했다.
잠이 오지않는 깊은 밤이 오래 되었다.
언제였을까?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 시작된건.
서기 3015년 11월 6일
지구를 떠난지도 2년이 지났군.
아직까지 항해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지구는 인구증가로 인한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으로 끝장이 나버렸다.
여지저기 전쟁과 이상기후로 큰 혼란이 지나자 범지구적인 생존을 목적으로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지구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유사행성으로 ‘방주’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탄 방주23호도 그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6개월.
6개월마다 항해사 1명과 AI HALL이 우주선을 관리한다.
뭐 거의 HALL이 다하고 있지만.
쨌든 다음 근무순번까지는 나는 깨어있는 중이다.
이 우주선에는 인간DNA 유전자 샘플 20만개와 정착민 200명, 우주 항해사 크루 18명이
동면 장치에 잠들어 있다.
손가락 사이에 길다랗게 하얀 캡슐을 빙글빙글 돌리던 나는
드디어 캡슐을 꺾었다.
실내 가득 장미내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그녀가 보고싶다.
미치도록..
그래..
꿈속에서라도 봐야겠다.
장미내음을 맡으며 나는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굿나잇..HALL..”
HALL의 붉은 빛이 가물거리며 깊은 어둠으로 빠져들 때,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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