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사회..제1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나는 45층을 눌렀다.

나의 방은 4501호였다.

치료받은 아랫이가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마취가 풀리는 듯.

1층에서 5층까지는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있었다.

모든 것은 무료로 지급되었고 더 필요한 것은 ‘주문’하면 되었다.

물론, 모든 물자가 풍부한 것은 아니었고 없는 물건도 많았다.

하지만, 있는것에 한해서는 모자람이 없도록 센타는 배려하였고 나와 그 밖의 사람들은

딱히 필요한 물건도 없었다.

다만, 우리는 65층 이상으로는 올라 가지 못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다른 센타의 층수를 헤아려보면 정확히 74층이었다.

65층 위에는 과연 누가 사는것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금단의 구역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2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하얀 옷을 입은 일단의 무리가 탔다.

엘림 신자들이다. 모두7명.

중세 수도사들이 입었을듯한 하얀 신복을 입고 있었다.

깊게 눌러쓴 후드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하기가 쉽지않다.

오늘은 전기 상황이 좋아 엘리베이터가 멈추지도 않았고 공기도 청정하다. 매일 이랬으면.

30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서자 엘림신자 6명이 내리고 한명은 나와같이 엘리베이터안에 남았다.

그제서야 나는 엘림신자를 꼼꼼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키는 대략 160정도. 가냘픈 체구로 보아 성인여자나 청소년정도로 보인다.

수도복에 손을 넣어 손이 보이지 않는다.

음..손을 보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정확히 알텐데..

생각이 그즈음에 멈췄을 때.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45층임을 알리는 LED표지판이 반짝였다.

창밖으로는 하얀 섬광이 내려 꽂으며 우중충한 빗줄기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뚜벅뚜벅..

이상하게 하얀 신복을 입은 수상쩍은 이가 내 뒤를 쫓아온다.

뭐지..?

나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엘림 신자를 쳐다보았다.

“내게 무슨 볼일이 있으십니까?”

엘림 신자는 하얀 손을 내밀어 후드를 뒤로 젖혔다.

부드러운 금발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며 눈부신 미모의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여자다.

하얀 신복의 엘림신도는 여자였다.

드문일이었다. 여자인 엘림 신도라니.

“방에 가서 말씀드리죠”

여자는 낮은 음성으로 낮게 말한뒤 앞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어라..? 내 방을 알아..?

어안이 벙벙한 나는 여자를 쫓아 1401호 내 방 앞에 섰다.

문 앞에 붙은 안면인식키는 나를 알아보고 스르륵 방문을 열었다.

여자는 나를 쫓아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