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드래곤스>

제4화-진달래 꽃(1)

밤을 틈타 이동했다. 성산초등학교를 지나자 선착장이 보였다.

한라산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직도 잔불이 여기저기 남아 있어 매케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다행히, 불새들은 보이지 않았다.

선착장은 모두 불타 배를 댈곳도 배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어둠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조용히 움직였다.

검은 잠수복의 요원들이 고무보트를 저어 오고 있었다.

반가움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묻어났다.

보트에 몸을 싣고 제주도를 떠날때였다.

어두운 밤 하늘에 유성마냥 한 줄기 밝은 빛이 서쪽 하늘을 갈랐다.

불새가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모터를 켜자 맹열한 소음과 함께 모터 보트는 속도를 높였다.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서 아주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함장이 직접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 한 가운데에 빼꼼 머리만 내민 잠수함 캘빈호였다.

요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마친 함장은 함내로 요원들을 안내했다.

2만7천톤급의 원자력잠수함 켈빈호는 미로처럼 복잡한 작은방들로 이루어져있었다.

요원들마다 개인랜턴을 지급하고 샤워시설 이용을 허가했다.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식당에 앉았다.

식당 벽면에 프로젝트 화면이 띄어져 있었고, 함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각 국가와 도시별 피해 상황입니다. 지금 운영되는건 위성밖에 없답니다”

함장은 얕은 기침을 한번 하고 말을 이었다.

“현재, 피해가 없는 곳은 시베리아와 에베레스트 아래 그리고 땅밑과 바다속입니다. 해수면도 급격히 상승하여 해안가 대도시들이 대부분 침수 했습니다”

도인이 물었다.

“불새를 없앨 방법은 없남?”

함장이 쓴 웃음을 지었다.

“지금 많은 학자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고 있긴한데..”

“불새는 죽지 않아..불사조야”

떡 두꺼비 여자가 침울한 어조로 딱 잘라 말했다.

함장이 말을 받았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들 함장의 입에 시선이 쏠렸다.

“추운 극 지방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극, 남극, 북유럽과 중앙아시아 천산북로와 에베레스트는 무사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들 궁금해 물었다.

“뭐죠? 그게?”

함장이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핵 입니다!”

모두들 잠시 침묵에 빠졌다.

쿠르베가 욕을 했고 엔더슨이 식탁을 쾅소리 나게 내리쳤다.

“젠장”

<토스트 맨>이 한숨을 쉬었다.

함장이 물 한모금을 마시더니 다시금 입을 떼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해 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미야모토가 물었다.

“우리 요원들과 함께 핵시설 해체에 도움을 주십시오. 가드를 부탁드립니다”

“용들도 나오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예측을 할수 없습니다. 땅속에서 어쩔때는 하늘에서..”

“그것 참 큰 문제군”

도인이 혀를 끌끌 찼다.

나는 속이 타 물 한컵을 한 번에 쭉 들이켰다.

옆에서 화란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고 그런 우리를 영자매가 수근 거리고 있었다.

화란의 팔은 거의 다 아물어 뽀얀 살이 눈 부시게 빛이 났다.

그 팔로 자꾸만 팔짱을 껴왔고 살이 느껴질때마다 가슴도 떨렸다.

영자매의 막내 아영의 눈가가 씰룩였다.

입술을 뾰족하게 내민채 언니들에게 뭐라고 종알댄다.

양궁 메달리스트들인 그네들이었다.

함장은 말을 이었다.

“우리는 녕변으로 갑니다”

녕변.

우도를 떠난 잠수함은 오오츠크를 지나 김책시 근처에 우리를 내려줬다.

육지에 도착해보니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질 않았다.

하지만, 몇 발자국 걷지 앉자 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이 검었다.

온통 숯이었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연락은 되었는지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작은 버스에 올라탄 우리 일행은 긴장된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TV로만 보던 북한이 이제는 숯덩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블랙.

가도가도 검은 산이었다.

검은 산을 끼고 오른쪽으로 커브를 돌 때였다.

땅이 꿈틀대더니 쩍쩍 갈라지고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버스는 균형을 잃고 비틀대더니 결국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모두 큰 탈은 없었고 영자매들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영력을 실은 활들이 용의 이곳저곳을 뚫기 시작하자 용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함장에게서 받은 신무기 원형 봉에 힘을 주었다.

하얀 영기가 서리서리 뻗기 시작했다. 그대로 튀어올라 녀석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퍼벅소리와 함께 정수리가 쪼개지고 그틈사이로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이트맨>의 쌍도끼가 숨골을 찍고, 미야모토의 검이 날개죽지를 잘랐다.

북한관계자와 엔지니어들이 입을 쫙 벌린채 다물지를 못했다.

소문으로 듣던것과 직접 보는 것은 틀리니까.

정말 이거 물건인데.

이미 영기를 갈무리한 원형 봉을 보며 감탄했다.

내리기 전날밤, 함장이 직접 건넨 신형 무기였다.

원형으로 된 은빛 봉이었다. 얼핏보면 칫솔통 만한.

하지만, 힘을 주면 영기가 열배로 세어지고 마음대로 늘이거나 줄일수 있었다.

더군다나 반대 방향에서도 영기를 뿜을수 있었다.

영기는 심상하고도 연결되었는데, <나이트맨>의 도끼에서는 검은색의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이트맨>은 전설의 시카리오라고 했다.

곰처럼 커다란 몸집에 비해 움직임은 미려했고 그림자처럼 은밀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의 모든 전투에서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버스는 다시금 길을 달렸다.

녕변은 멀었다.

도중에 용을 세 번 만났고 그때마다 검이 춤을 추고 활이 날았다.

마무리는 언제나 도끼였다.

한창, 진달래가 필 시기였다.

진달래는 화염에 녹아 스르륵 재가 되어 하늘로 폴폴 날렸다.

눈이 땅에서 하늘가로 날리었다.

사람없는 검은 땅에 회색 빛 눈송이가 하늘을 향해 날릴때쯤,

그렇게 우리는 커다란 동굴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