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설픈 친일소년의 때늦은 참회

-김두한, 헌병대에 잡혀가다 -

장 선 영(55학번·전 외대 스페인어과 교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들으나마나 우리의 주인공 김두한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악질 겐뻬이(※헌병)를 발길질 한 방으로 때려눕히고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것을 본 구경꾼들은 어이없어 했다. 보다 못해 누가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어이, 김도깐(※김두한의 일본식 발음)! 어서 몸을 피하지 않고 왜 그러고 서있는 거야? 왜놈헌병 녀석들이 오기 전에 빨리 여길

떠나라구!”

그러나 김두한은 몸을 꿈쩍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고개를 그들 쪽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내가 이 종로거리를 버리고 떠나면 어디로 가겠소? 더욱이 내가 떠나면 여러분이 그자들의 성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소?”

그의 마지막 이 말에 사람들은 가슴 속으로 뜨거운 그 무엇을 느꼈다. 그렇다. 그것은 조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민족적 감정이었다. 또한 동시에 ‘왜놈’들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이었다. 이러는 동안에 완전 무장한 일본 ‘겐뻬이’들이 달려왔다. 그리고는 그때까지 땅바닥 위에 ‘나자빠져’있는 그 개망나니를 들 것에 실었다. 그리고 나서 김두한을 포승에 묶었다. 물론 장화로 김두한의 무쇠 같은 정강이를 세게 몇 번이고 걷어차고 나서.

일본헌병들은 사병들도 장교들처럼 긴 칼에다 장화를 신었다. 참고삼아 말씀드리자면 육군사병들은 정강이에 감발을 쳤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는 전시체제가 되어 중학생들도 감발을 해야만 했다. 심지어 여학생들까지도 고운 다리를 감발로 감싸야만 했다. 그녀들은 매일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감발질을 하느라고 낑낑거리면서 입 속으로 종알거렸다.

“이놈의 전쟁이 빨리 끝나야 이 짓을 면할 텐데…….”

그러나 이 말이 집밖으로 새어나가면 그 여학생은 퇴학을 당할 각오를 해야 했다. 참, 당시 중학교는 5년제(?)로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거였다.

김두한은 포승줄에 묶여 헌병들의 정중한(?) 호위를 받으며 끌려갔다. 종로상인들은 그것을 보고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씩둑깍둑 한마디 씩 토해냈다.

“이제 김두한 시대도 끝났구먼.”

“아무리 김도깐이라고 해서 무사하게 풀려나기는 힘들 거야.”

“풀려나기야 하겠지. 그러나 신체 한 부분이 병신이 되고서야 풀려나겠지.”

“헌병대 놈들이 좀 독살스러워야지. 그놈들은 왜놈들 중에서도 제일 지독한 독종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나베.”

“이제, 김도깐 큰 일 났네.”

그러나 그들의 염려와는 달리 김두한은 그 이튿날 건장한 모습으로 종로거리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놀라 눈으로 그의 신체를 부위마다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런 기적이 있나! 다친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었다. 너무 없어서 오히려 실망(?) 지경이었다. 아니,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이 점에 대해 궁금한 독자께서는 필히 차회(次回)를 읽어보시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