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쑈킹코리아 3편>
본이야기는 픽션입니다 현실과 착오하지 마세요.~
나는 내 옆에 자고있는 여자애가 깨어날까봐 조심스럽게 속삭이듯 핸드폰으로 정남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남이는 아직 술이 덜깬건지 잠이 덜깬건지 자식들을 앉혀놓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정남아 나야. 이게 어떻게 된거야? 내가 왜 처음보는 여자애랑 모텔에 누워 있는거야?"
"후암... 방가방가. 어젯밤 잼나게 놀았어? 어땠었는지 이따 집에가면 통신에 올려라. 될수 록 리얼하게..."
"얌마, 그게 아니라, 나만 두고 혼자 집에 가버리면 어떡해?"
"너 기억안나? 그애가 집에 가려고 하는데 차라리 죽이고 가라고 하면서 걔 옷붙잡고 가지말라고 뻐딩겼잖아. 그꼴을 다 참아준 그애도 대단하다. 걔 원래 엄청 까칠한 앤데..."
제기랄! 이놈에 술버릇! 나라는 녀석은 어찌된게 술만 들어가면 머릿속에 뇌는 마비되고 아랫도리가 시키는데로 움직이는가? 알았다는 인사를 하고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일단 옆에 자고있는 아이가 자고싶은만큼 푹 자고 일어날 수 있도록 깨우지 않았다. 잘도 자는구나. 너는 어찌된 여자애가 그토록 느긋한 표정으로 잠을 청하고 있느냐? 휴 술냄새. 일단 나부터 이빨좀 닦자.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간략하게 볼일을 마친 뒤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속에 비친 내모습을 쳐다보았다.
"참 가지가지한다. 지금이러고 사는거 주희가 보면 참 잘하는 짓이라고 하겠다."
떠올리기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이름.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있을까?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다시금 잊을수없는 작년 여름에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대전은 머릿털나고 처음으로 밟아보는 땅이었다. 인천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지런히 두시간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주희녀석. 그리 먼거리도 아닌데 그냥 통학할 일이지 왜 비싼돈 들여서 자취를 하고 그럴까? 통학하는 차비나 자취하면서 드는 생활비나 비슷비슷하겠다. 가만있어보자? 두시간? 내가 집에서 우리학교가는 시간이랑 똑같네? 뭐야? 왜 사서 고생이야? 내가 빨리 돈벌어서 자가용 사면 아침마다 맨날 주희 통학시켜 줘야지. 대전터미널앞 정문에서 기다린다고 했지? 여기가 정문인데? 아직 안왔나? 핸드폰으로 전화해보자. ... ... ... 응? 안받네? 갑자기 바쁜일 생겼나? 일단 문자라도 남겨놓고 느긋하게 아이쇼핑이나 즐겨 볼까나?
어젯밤엔 주희로부터 만나고 싶다고 전화가 왔었다. 나를 버리고 대전에서 같은 대학에 다니고있는 어느 남학생을 짝사랑 하고 있는데 그가 자신에게 너무 잘해주어서 행복하다고 그랬다. 횟수로 3년넘게 연애해오던 그녀였다. 난 그런 그녀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를 쉽게 이해할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나와 그의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자 그는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커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그의 가정형편도 우리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부유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두달전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내용 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내가 보고싶다며 찾아와 달라고 전화를 하는 바람에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오래간만에 만나는 것이라서 사뭇 가슴 설래여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대전으로 달려와 버렸다. 나는 그녀를 기다리며 평소 좋아하던 시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읊어보기 시작했다.
뵈오려 안뵈는님 눈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되어 지이다
1시간쯤 지났을까? 등뒤로부터 녀석이 대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수화기의 도움을 얻어서야만 비로소 들어볼수 있었던 목소리가 생생하게 내 고막을 자극하고 있었다.
"오래기다렸어?"
"누구시죠? 사람 잘못보신거 아니에요? 도에대해서 관심 없는데요."
난 그녀가 약속시간에 늦어서 화가 났다는 듯이 뒤돌아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은하고 있었지만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장이라도 돌아서서 그녀를 힘껏 안아주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미안해. 학교에서 갑자기 급히 회의할 일이 생겨버려서..."
"갑자기 보고싶다고 전화오는 바람에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하고 걱정이 되서 잠한숨 못 자고 여기까지 달려왔더니만 먼저 보자고 한사람이 1시간이나 늦어버려요? 나 별로 안보 고 싶었나부다. 인천으로 다시 돌아 갈까?"
"치, 누가 자지 말라나?"
"네? 뭘 말아요? 자... 뭐라구요?"
"어휴, 그버릇좀 고쳤나 했더니만 여전하시네."
"난 변한거 없어요. 변한건 그쪽이시지."
"피, 알았으니까 빨리 뒤돌아봐. 안그럼 그냥 간다."
나는 여전히 돌아보지 않은채 예전의 그녀와 함께 지낼때처럼 장난섞인 말투로 대해주었다. 돌아서서 뭐라고 하지? 잘지냈어? 건강은 어때? 과는 적성에 맞어? 주인아줌마는 친절해? 같은과 남학생들은 어때? 못살게 구는애 없어? 궁금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뭐부터 물어봐야할지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돌아보고 나서 인사를 나눈 뒤 하나씩 물어보는게 순서겠지?
"주희야!"
나는 뒤를 돌아다보며 맨먼저 그토록 불러보고 싶었던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녀도 예전과 다름없이 웃는얼굴로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만나던 장소가 인천에서 대전으로 바뀌어진 것과 그녀의 옷차림이 교복에서 사복으로 바뀐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녀의 부드럽고 윤기나던 긴 생머리카락도 그대로였고 사슴처럼 동그란 눈동자와 흰색보다도 더 하얗게 빛나던 치아역시 그대로였다. 그리고 나의 마음역시 그대로였다.
담편에 계속~ ^^ |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