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머리속에서는 어머니의 잔소리와 같은 취업, 결혼에 대한 머리가 왱왱 거리며 울려댔다
마치 매미의 울음 소리처럼...
그가 서있는 새하얀색 타일이 깔려있는 인도위는 뜨거운 태양열이 복사되어 이글이글 열이 올라오고있었다.
안그래도 땀많은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히다 못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뒤섞여서 모르는 액체가 뺨을 타고 흘렀다.
아마 눈물이 아니더라도 그의 심정은 눈물이 흐르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크흑..."
그는 길고 자그마하게 잘려진, 수험표를 거칠게 가슴에서 떼어내고 손으로 구겼다.
그러고는 나즈막이 얘기했다.
"...빌어먹을 세상..."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모두가 컬러풀하게 지나가는데, 혼자서서 흑백이 된것같은.. 죽은것 같은 느낌..
그렇다고 살려고 바둥거리지도 않는 느낌..
이런 사람을 지칭하는 말을 어느 영화에서 들었던것만 같았다.
잉여인간이라고...
그렇다 그는 잉여 인간이었다. 나이가 30줄을 넘긴 그는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갔다가 늦은 나이에 학교를 졸업하고
몇년째 하는일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하는일 없이 지내는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토익공부도 해보고 했지만, 학교도 겨우 겨우 다녔던 그에게는 낮은 학점이 큰 걸림돌이었다.
겨우겨우 작은 회사에 취업을 할때면,
모 선전에 나왔었던 이제부터 키우면 되는거야 같은 멘트를 중얼거리면서 들어갔다가
몇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그렇게 나와서 다시 편의점 알바를 할때쯤이면, 내게는 이게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담배를 바코드에 찍으며 2500원입니다. 라고 얘기하는 점원..
그것이 본인에게는 천직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손님이 빌때면, 넷북에 있는 애니메이션을 보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렇지만, 더이상 아르바이트로만은 생계를 꾸려갈수는 없었다.
부모님의 이마에 밭고랑이 하나씩 더 생길때마다 취업에 대한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지만, 현실에서 본인이 할수있는것이 없다는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그였다.
어느순간 아르바이트도 지겨워졌다.
6개월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주오는 단골과 친해질법도 한데, 관심사도 너무 달랐다.
처음에 관심을 갖고 얘기해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것도 한두번에 지나지 못하고 다시 시큰둥 해지는것은 익숙했다.
그런 시큰둥해짐, 무관심에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집에서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기 시작한지 2년..
처음에는 아들내미 기살린답시고, 취업준비나 열심히 하라던 부모님의 배려는 어느순간부터인가, 별로 좋지 못한 눈초리로 되어있었다.
그도 그럴법한것이, 딱히 성과도 없고, 취업 면접을 보러가는것도 아니고, 매일 방구석에 처박혀서 인터넷인지 뭐시기를 하는 아들의 모습은 부모님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으리라....
부모님은 어렵게 살았었다.
노는것도 모르고 사는 부모님이었고, 고등학교도 가난으로 겨우 나와서는 막노동판 부터 시작해 겨우 장사를 시작했다
imf와 함께 망해버린 케이스..
한때는 어떻게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나마 어떻게 겨우 버티고 버텨서, 지금은 어디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전업주부이신 어머니..
물론 어머니도 능력이 있으셨다고 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너무 고생하신 탓인지,일찍부터 아파오셔서 집에서 가사만 하시게 되었다..
그는 점점 작아지고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현실은 냉랭해서 쳐다보고 싶지않았다.
모니터만 쳐다보고있으면, 행복하고, 또 그를 능력자처럼 떠받들어주는...겉치레 말들이 그에겐 행복이었고 좀더 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어머니가 취업같은 얘기를 꺼내려하면, 곧잘 화내던 그는 결국 혼자가 되었다.
부모님도 왠만해서는 말을 안꺼내시고, 그도 방에서 잘 나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래도 말을 붙여보려 하셨지만, 그것도 점차 횟수가 줄어들었다.
혼자가 된느낌..
어색하지 않았다...
언제 부터였을까..?
그가 고등학교 무렵이었던것 같다..
그때는 컴퓨터가 귀했었고, 그당시 그의 집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그리고 PC통신이 가능했었고, 언제나 그는 최신정보에 휩싸여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알고 있던 그에게, 친구들은 언제나 촌스럽게 느껴졌고,
한참이나 뒤쳐져 보였다.
본인이 세상에서 잘난것처럼 보였고
인간이 나약해보였다.
그런 그에게 붙어있던 친구들은 하나씩 떠났고, 그도 PC통신만 하며 지냈다.
그러면서, 어느순간 56K 모뎀이 나오고, 그는 어느샌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같은, 흔히 말하는 오타쿠 문화에 심취해있었다.
친구도 없고, 그에게 낙은 애니메이션 보기.... 그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님은 당시 IMF 때문에 죽을똥 살똥 해가며, 밖을 전전해 다녔고, 그를 신경써주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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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는 글이 되려나요? ㅋㅋ